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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 "시장에 맡긴다"던 LCC에 혈세 지원 속사정

"신규 면허 내준 정부실패 인정 안 하는 것" 지적…해운·면세점도 비슷

2020.02.21(Fri) 11:38:01

[비즈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해운업계에 총 4200억 원의 경영안정자금을 긴급 수혈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산업 보호를 위해 또다시 혈세를 들인다는 비판이다. 특히 이번 자금 중 대부분이 항공산업에 투입되며, 높은 수준의 추가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보여 비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해운업계에 4200억 원의 경영안정자금을 긴급 수혈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저비용항공사(LCC) 탑승수속 카운터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LCC에 최대 3000억 원 범위 안에서 긴급융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더불어 “운항을 멈추거나 노선을 감축할 경우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도 최대 3개월 유예하는 한편, 항공기 운용리스에 대한 보증프로그램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운수권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운수권·슬롯 미사용분의 회수를 유예하고, 시설사용료 감면도 검토한다. 올해 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공항 조명료도 감면 기한 연장도 검토키로 했다. 

 

이 밖에도 신규 과징금이 발생한 경우 1년간 과징금 납부 유예, 항공기 안전성 인증(감항증명)과 수리·개조 승인 50% 수수료 감면 연장, 운수권 배분, 착륙료 감면, 산업은행을 통한 리스보증금 대체 등의 지원책도 검토된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명분일 뿐이고, 경영 상태가 부실한 LCC의 파산을 막기 위한 퍼주기에 불과하다. 정부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여론의 반대에도 지난해 3월 LCC 3곳에 신규 항공면허를 내줬다. 공급과잉을 초래해 이익률 하락 등 항공업계 전반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는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퇴출될 수 있다”며 시장 논리에 맡기겠다고 언급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LCC의 경영난을 막겠다며 혈세 투입 계획을 밝힌 것이다. 최근 근거리 노선을 운행하는 LCC 승객 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지 않았더라도 LCC 경영난을 피할 수 없었을 거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아시아의 소득수준 상승과 세계적 저금리 등으로 중국·아랍에미레이트(UAE)·싱가포르가 항공산업을 중점 육성 산업으로 부양하는 등 아시아 지역 내 LCC 경쟁이 심화돼서다. 국가마다 항공사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부터 항공산업 위기론이 불거지자 국토부는 부랴부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항공사 구조조정에 대비한 공공기관을 신설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부의 면허 과다 발급→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산업 위기→구조조정 기관 신설→공적자금 투입→부실 기업 회생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항공산업에도 시작된 것이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과 현대해운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 해운업이 어려움에 빠지자 정부는 해양진흥공사를 만들어 선사에 운영자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해운업은 세계적 해운사 과잉 등으로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며 헛돈만 들인 실패한 구조조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구조조정에는 실패했지만, 법에 의거해 설립한 해양진흥공사는 여전히 운영되며 혈세를 지원받은 해운사들도 근근이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진흥공사 기금 조성에는 국유 재산 1조 3500억 원이 투입됐다.

 

2016년 대기업들에게 면세점 특허를 대거 내준 것도 이와 비슷하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면세점 사업이 호황을 맞자 한화·두산 등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그러나 과당 경쟁으로 결국 적자를 본 뒤 대부분 특허를 반납했다. 

 

국내 대형 면세점의 전직 임원은 “공공기관 설립과 유치, 대기업 사업 확대는 정치권과 정부 관료,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다. 1970~80년대처럼 혈세를 이용해 구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여러 기업에 사업권을 나눠주는 것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글로벌 경쟁력 향상 등의 정책적 목적도 있다. 다만 정부와 기업이 일단 일을 벌려놓고 보면 해결된다는 식의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재정에 기대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기금 등은 산업계에서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 기금은 여행업과 숙박업계 지원에 쓰이듯 항공업계 지원을 위한 기금을 승객에게 간접적으로 부과하든가 업계가 직접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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