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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인류 최후의 날을 계산하는 방법

지금이 가장 평범한 날이라는 가정에서 출발…외계 문명 탐색도 실마리 될 수 있어

2020.04.06(Mon) 10:41:47

[비즈한국] 매년 다양한 세계 지도자와 과학자들이 커다란 시계 앞에 서서 분침을 옮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시계는 앞으로 우리 인류에게 허락된 남은 수명을 보여주는 일명 ‘종말의 날 시계(Doomsday clock)’다. 인류의 마지막 순간을 자정 12시로 잡고 현재 우리가 종말까지 얼마나 남겨 두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상징적인 시계다. 

 

인류 문명이 언제 종말을 맞이하게 될까? 우리의 달력이 언제 끝날지를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다양한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서 이 시계의 바늘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다 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늘날 마주한 여러 위기에 경각심을 갖도록 해주는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에 가깝다. 2020년 현재 인류의 종말의 날 시계는 자정까지 약 100초를 남겨 두었다. 이 시계에 따르면 우리는 곧 죽음을 앞둔 긴박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 핵과학자회가 2020년 1월 23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에서 100초를 남겨둔 종말의 날 시계를 공개하는 모습. 둠스데이 시계는 예술가 마틸 랭스도프가 고안했다. 그녀는 미국의 핵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일원이던 물리학자 알렉산더 랭스도프의 아내였다. 바로 곁에서 배우자가 인류를 파국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악마의 무기를 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말로 인류의 최후가 곧 머지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가 정확하게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알 수 있을까? 우리가 결국 언제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 그 최후의 날짜를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한 천문학자가 있었다.

 

#우리는 전체 문명의 중간에 있다

 

오늘날 우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구는 공간적으로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고대의 우주관을 극복하게 해준 코페르니쿠스의 교훈에 따라 여전히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리가 공간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전혀 특별하지 않은 아주 평범한 존재라는 관점에서 우주를 이해한다. 천체물리학자 리처드 고트(Richard Gott)는 시간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의 원리(Copernican principle)에 착안해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인류의 수명을 내다봤다.[1] 

 

고트의 추론 방식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그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시점을 예측하면서다. 1961년 당시 고트는 졸업 기념으로 베를린 장벽을 방무했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지 8년이 되던 해였다. 그는 자신이 장벽을 방문한 1961년이 장벽이 세워지고 무너지는 전체 기간의 중간에 해당하는 시기라고 추정했다. 간단히 장벽이 서 있는 전체 기간을 4분기로 쪼개서 그 중 1분기와 3분기 사이에 자신이 장벽을 방문한 1961년이 들어온다고 추정해, 1971년에서 1993년 사이에 장벽이 무너진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놀랍게도 고트의 예측대로 베를린 장벽은 1989년 정말로 무너졌다. 사진=연합뉴스

 

고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이 인류의 전체 역사를 통틀어서 통계적으로 전혀 특수하지 않은 가장 평균적인 중간 시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많은 인류학자들은 인류 문명이 20만 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시간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의 원리에 따르면, 20만 살을 보내고 있는 현재의 인류는 인류 문명이 처음 탄생한 뒤 멸망하기까지의 전체 기간 중에서 아주 극초반이나 극후반이 아닌 그 중간에 해당하는 평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고트는 더 통계적인 분석을 위해 가장 보편적이고 랜덤한 분포를 나타내는 가우스 정규 분포를 가정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기가 인류의 전체 존속 기간 중에서 그 중간에 해당하는, 가운데 95퍼센트 신뢰 구간 안에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 95퍼센트 구간을 제외한 앞뒤로 초반의 2.5퍼센트와 후반의 2.5퍼센트의 구간이 남게 된다. 

 

현재 인류가 전체 존속 기간 중에서 95퍼센트 기간에 해당한다고 했을 때, 인류는 전체 수명의 2.5퍼센트 이상에서 97.5퍼센트 사이에 들어오는 시기를 살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고트는 인류의 전체 존속 기간을 추정했다. 이미지=Christopher Ingraham

 

즉 고트는 현재 20만 년째를 보내고 있는 인류 문명이 전체 수명의 2.5퍼센트를 넘기고 있거나, 앞으로 전체 수명의 2.5퍼센트에 해당하는 시간만을 남겨둔 두 시점 중간에 해당하는 시기를 보낸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인류는 이미 전체 수명의 97.5퍼센트를 보낸 문명일 가능성과 이제 겨우 전체 수명의 2.5퍼센트만을 살아온 아주 어린 문명일 가능성 그 중간에 있다. 즉 현재 20만 년을 보내고 있는 인류 문명은 앞으로 최소 5130년 (20만 년÷39)을 더 살거나 최대 780만 년(20만 년×39)을 더 살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 추정치는 앞서 우리보다 먼저 종말을 맞이했던 멸종 선배, 약 30만 년을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이나 160만 년을 살다 사라진 호모에렉투스 선배들이 버텼던 시기를 포함하는 그럴듯한 수치다. 

 

현생 인류에 해당하는 호모사피엔스 이전, 다양한 종들이 지구에서 살다 사라졌다. 그 다양한 종들의 생존 기간을 비교한 그림. 이들이 사라진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선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분명 제한된 수명을 살다 사라지게 되는 종이라는 사실이다. 이미지=Encyclopædia Britannica, Inc.

 

이러한 분석에 재미를 갖게 된 고트는 인류 문명 외에도 다른 다양한 것들의 운명을 내다봤다. 자신이 이 논문을 발표한 저널 ‘네이처’의 운명도 계산했다. 고트가 논문을 발표한 1993년 당시, 123주년을 맞이했던 네이처가 앞으로 최소 3.15년에서 최대 4500년 사이에 폐간될 것이라 예측했다. 네이처가 망하게 될 날짜를 예견하는 분석이 네이처에 실리다니 고트의 얄궂은 유머가 엿보인다.[2] 

 

#야구팀의 우승을 예측했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Chicago White Sox)는 1917년 이후 오랫동안 우승을 못해 골수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화이트삭스 팬들에게는 고트의 운명 계산법이 괜찮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1996년 화이트 삭스의 팬들은 고트의 방식을 적용해 앞으로 95퍼센트의 확률로 최소 1999년에서 최대 5077년 사이에 팀이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며 웃픈 희망 회로를 돌렸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 추정치의 범위에 들어오는 2005년, 화이트삭스는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컵을 쥘 수 있었다. 

 

물론 고트의 예측이 적중한 것은 순전히 운이다. 1996년 당시 팬들이 적용한 고트의 계산 방식에 따르면 2005년 안에, 즉 당시 기준으로 앞으로 9년 안에 화이트 삭스가 우승을 하게 될 확률은 0.1이 나온다. 그런데 이는 그냥 단순하게 매년 대회에서 서른 개의 메이저리그 팀들이 모두 동일한 확률로 우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9년 안에 화이트 삭스가 우승하게 되는 확률인 0.26(=1–(29/30)^9) 보다 오히려 더 작은 값이다. 즉 고트의 추론 방식은 그냥 단순하게 서른 개의 팀에서 누가 우승할지를 매년 아무렇게나 찍어서 맞추는 것보다 더 적은 확률로 화이트삭스의 2005년 우승을 예측한 셈이다. 그저 공교롭게도 꽤 짧은 시간 안에 우승을 맞힌 덕분에 팬들의 설움을 일찍 달래줄 수 있었을 뿐이다.[3] 

 

이처럼 고트의 추론 방식은 아주 간단하지만 왠지 미래를 내다보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 묘한 매력 덕분에 강한 인공지능이 언제 출현할지, 비트코인은 언제 망하게 될지 등 다양한 미래를 내다보는 간단한 도구로 활용된다. 물론 많은 통계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고트는 예측의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서 정규 분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아주 넓은 95퍼센트의 신뢰 구간을 활용했다. 그래서 고트의 추론 방식이 예측하는 가능한 미래의 구간의 폭이 아주 넓다. 

 

시간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의 원리에 기반을 둔 고트의 추론 방식은 인류의 운명뿐 아니라 구글이 언제 망할지 등 정말 다양한 운명을 내다보는 간접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하지만 고트의 추론 방식은 수학자들 사이에서 아주 논쟁적인 주제이다. 사진=Lacatusu Andrei

 

하지만 고트의 추론 방식의 가장 큰 약점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전체 삶 속에서 전혀 특별하지 않은 그 중간의 애매한 시기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고트의 방식대로라면 두 살짜리 어린 아기나, 90세 늙은 노인이나 모두 동등하게 전체 삶의 중간을 보내고 있다고 가정한다. 문명의 수명을 계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러한 고트의 막연한 기대와 달리 우리는 사실 앞으로도 살날이 한참 남아 있을지 모른다. 이제 갓 문명의 극초반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갓난아기 수준의 문명일 수도 있다. 반대로 이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곧 종말을 앞둔 시한부 문명일 수도 있다. 우리가 과연 두 살배기 문명일지 아흔 살짜리 문명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이러한 고트의 방식은 지금까지 우리가 얼만큼을 살아왔는지 그간 버텨온 지난 세월의 길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추정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매년 우리가 나이를 더 먹어갈수록, 매번 계산되는 앞으로의 수명의 길이 역시 그에 비례해서 늘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더 오래 살수록 매번 새롭게 계산되는 수명의 추정치도 함께 길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온 과거의 세월을 토대로 우리의 수명을 내다보는 고트의 방식과 달리, 지구 바깥 머나먼 우주의 또 다른 존재들을 통해서 우리의 앞날을 추정해보는 방법도 있다. 흥미롭게도 천문학자들이 앞으로 지구 바깥에서 얼마나 많은 외계 문명을 발견해내는지를 통해 인류에게 허락된 앞날을 예측해볼 수 있다. 

 

#외계 문명 탐색이 알려주는 소름 돋는 우리의 결말 

 

전파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의 그 유명한 드레이크 방정식은 우리 은하 내에서 인류가 신호를 주고받을 만한 외계 지적 문명의 수를 추정해보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 드레이크 방정식에서 등장하는 가장 마지막 변수 L은 가장 특별하고 오묘한 변수다. 이 L은 우주적인 지적 문명이 파괴될 때까지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는 평균적인 문명의 수명을 의미한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인류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문명의 가능성을 고민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가장 마지막 변수 L, 문명의 수명은 가장 난해하고 오묘한 변수다. 우리가 그 값을 추론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SETI institute

 

L은 가장 난감한 변수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 값을 유추해볼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적당한 환경을 갖춘 행성에서 얼만큼의 확률로 생명이 탄생하는지, 또 그 생명이 지적 생명으로 진화할 확률은 얼마인지, 비로소 기술 문명에는 또 얼마나 높은 확률로 도달하는지, 이런 변수들은 그나마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성공 사례인 지구의 역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L은 그렇지 않다. 

 

1973년 외계 지적 문명을 탐색하던 세티(SETI) 프로젝트의 컨퍼런스에 참석한 칼 세이건은 변수 L을 두고 “드레이크 방정식의 변수 대부분은 오직 지구라는 딱 하나의 사례만 보고 추정해야 한다는 난감한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런데 L에 대해서는 그런 사례조차 없다. 우리가 이 변수에 어떤 값을 넣더라도 그것이 정당한 추정치인지 이야기할 수 없다”라며 난감함을 이야기했다. 

 

칼 세이건의 푸념처럼 결국 기술 문명에 도달한 한 문명이 결국 얼마나 오랜 시간을 살아가다가 파국을 맞게 되는지, 우주 문명의 평균 수명을 알 수는 없다. 우리가 정말로 망해보지 않는 한, 문명의 평균 수명을 짐작해볼 수 있는 사례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먼 미래 우리가 비로소 종말의 날이 되어 우주 문명의 수명 L 값을 유추할 수 있게 되면, 정작 드레이크 방정식을 계산해줄 사람은 모두 사라진 후일 것이다. 

 

2017년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환경이 닮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행성 GJ273b를 향해 지구의 메시지를 보내는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 드레이크 방정식에 담겨 있는, 외계 문명의 수와 우리 문명의 수명 사이의 오묘한 관계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다른 문명과의 교신 시도는 우리 인류에게 허락된 기대 수명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문명의 수명 L은 드레이크 방정식의 최종 추정치, 인류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문명의 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다. 우주의 많은 지적 문명들이 일찍 망하지 않고 오래 버티고 살아야, 즉 L이 커야만 우리가 그들의 신호를 포착할 기회가 많아진다. 따라서 끈질긴 탐사 끝에 꽤 많은 외계 지적 문명의 신호를 포착하게 된다면 그것은 곧 우주의 많은 문명들이 수명이 꽤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더 많은 외계 문명의 신호를 발견할수록, 그만큼 우리 인류 문명도 다른 우주 문명들처럼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잘 버티고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만약 인류가 다른 외계 지적 문명의 신호를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우주의 많은 기술 문명들이 존속할 수 있는 수명이 아주 짧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우리 인류 문명 역시 앞서 겨우 수천 년 남짓의 짧은 전성기를 살다가 사라져버린 다른 외계 문명들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종말의 날 시곗바늘도 곧 멈추게 될 것이란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는 셈이다.[4] 

 

이처럼 흥미롭게도 외계 지적 문명의 신호를 추적하는 것은 단순히 지구 바깥의 또 다른 친구들을 찾는 것만을 위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에게 허락된 앞으로의 시간을 내다볼 수 있게 해주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의 외계 문명 탐사를 통해 우리가 결국 많은 외계 문명 친구들을 발견하는지, 아니면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는지에 따라, 우리는 이 우주가 오직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거나, 우리도 곧 다른 존재들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게 될지 모른다. 둘 중 어떤 쪽의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두 가지 결말 모두 굉장히 소름 끼친다는 점이다.

 

#지금은 알람이 울리기 직전일지도 모른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은 다양한 증거를 바탕으로 인류의 앞날을 추정한다. 아주 비관적인 일부 과학자들은 한정된 식량과 화석 연료가 고갈되어가는 속도와 인구가 증가하는 비율을 비교하여, 앞으로 겨우 80~200년 사이에 인류가 다음 대멸종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무서운 주장을 한다. 반면 아주 낙관적인 과학자들은 앞서 1억 년 넘게 생존했던 상어, 공룡과 같은 모범적인 사례를 근거로,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 역시 수백만 년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내비친다. 

 

물론 아직 확인할 수 없는 미래인 만큼, 우리가 정확히 앞으로 얼마나 더 우주에 존재하다가 사라지게 될지는 단언할 수 없다. 또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소행성 충돌이나, 먼 은하의 감마선 폭발 등 다양한 우주적 재난도 여전히 큰 미지수다. 

 

1946년 7월 25일 비키니섬에서 실험한 베이커 핵폭탄이 만든 거대한 버섯 구름의 모습. 칼 세이건은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할 기술을 확보했지만 파국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기술적 청소년기(Technical Adolescence)를 보낸다고 정의했다. 사진=United States Department of Defense

 

종말의 날 시계가 처음 제작된 1947년 이후 2020년 현재까지 종말의 날 시곗바늘이 움직인 기록을 표현한 그래프. 그래프가 아래로 내려올수록 자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기후 위기, 바이러스 확산, 핵 전쟁 위협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요동치고 있지만 자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남은 수명을 미리 짐작해보는 것은, 오늘날 인류 스스로가 우리의 운명이 더욱 불확실해졌음을,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알람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시계를 더 자주 보게 되는 법이다. 과연 인류는 먼 미래, 또 다른 우주적 존재들에게 발견되고, 그들에게 추억될 수 있을 만큼 앞으로도 충분히 오랜 세월을 살며 우주에 충분히 긴 흔적들을 남기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앞날을 고민하는 이 순간에도 우주는 변함없이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 

 

[1] https://www.nature.com/articles/363315a0

[2] https://books.google.co.kr/books?id=o8lwDwAAQBAJ&printsec=frontcover&hl=ko#v=onepage&q&f=false

[3] https://ui.adsabs.harvard.edu/abs/2008arXiv0806.3538C/abstract

[4]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2F978-3-642-13196-7_23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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