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의민족 PB·방송·숙박업 상표출원, 영역 넓히나

[비즈한국] 배달의민족(배민)이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쿠팡, 네이버 등 유통공룡들이 본격적으로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자 배민이 탈출구를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강자인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쿠팡이츠, 위메프오, 카카오주문하기 등 후발주자들이 치고 올라오며 ‘배달앱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민과 요기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쿠팡, 위메프 등 후발주자들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페이스북 페이지

24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자체 정액권 상품권을 통한 ‘선물하기’ 기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픈 시기는 9월 22일, 추석연휴를 앞둔 시점이며 상품권은 배민에 입점된 모든 음식점을 포함해 배민오더, B마트 등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배민은 이외에도 올해 초부터 여러 서비스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4월에는 ‘B상식’이라는 이름의 자체 PB(Private Brand) 상품 관련 사업을 준비하다가 일시중단했으며, 최근에는 ‘푸비’라는 이름의 영상 관련 서비스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B상식’ 명칭의 상표를 05류(건강관리용 약제·보충식품), 29류(가공식품), 30류(과자류), 31류(곡물류), 32류(음료류), 35류(음식 주문 대행업)에 대해 출원했다. 로고로 사용할 도형상표가 제작된 걸로 보아 구체적인 내용까지 논의된 것으로 추정된다.

배민은 올해 초 PB상품 브랜드 ‘B상식’을 준비하다가 중단했다. 사진=키프리스

배민 홍보팀 관계자는 “PB상품 제작 관련해서 올해 3월쯤 논의가 있었다. ‘B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하던 브랜드인데, 지금은 여러 이유로 일시중단 상태”라고 말했다. 배민은 현재 식품·생필품 배달 서비스인 B마트 내에서 즉석밥, 식빵 등 자체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배민 입점업체들과의 분쟁을 고려해 PB상품을 따로 브랜드화하기보다 B마트 이름으로 조용히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PB제품들의 상품 정보에 따르면 판매자는 ‘우아한형제들’이다.

동영상 관련 서비스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8월 20일 ‘푸비’라는 명칭의 상표를 38류(방송업 등), 09류(디지털영상물 등), 43류(식당·숙박업)에 대해 출원했다. ‘푸드비디오’의 약자로 추정되는 이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위 두 명칭의 상표는 아직 출원 상태다. 상표의 출원부터 등록까지는 통상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배민 홍보팀 관계자는 “(푸비는) 지난주 상표를 출원한 건 맞지만 내부적으로 구체화된 게 없어서 이야기할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배민은 최근 유튜브 채널 ‘배티비’를 본격적으로 오픈하며 영상과 관련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은 사업 초기부터 배달 플랫폼 외에도 여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걸로 안다. 이미 다수가 이용하는 기본 플랫폼이 형성됐으니 연계한 서비스의 승패는 결국 아이디어와 대중의 반응이 결정한다. ‘B마트’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보고 다른 먹거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민은 B마트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배달중개에 이어 소매업까지 진출했다. 플랫폼 영역 특성상 분명하게 구분 지을 수 없지만 최근 네이버가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소매업에 진출하고, 카카오가 배달 서비스를 키우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배민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배민에게 중요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문제가 걸린다. 지금처럼 사업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게 심사에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 내부에서도 신경쓸 테니 움직임이 소극적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