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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재난지원금도, 외국인은 소외되는 까닭

외국인 배제한 채 지자체마다 정책 제각각…인권위 "내국인만 지급하는 건 차별"

2020.09.02(Wed) 17:25:46

[비즈한국] #1 카메룬 출신 이주여성 A 씨(36세)는 자녀 3명과 남편, 5인 가족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남편과 본인이 모두 실직했다. 분유·기저귀값이 부족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사용할 마스크조차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2.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필리핀 여성 B 씨(37세)는 3월부터 공장일이 줄어 일주일에 2~3일 출근하고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으나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4월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이주민 차별·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 국가인권위 진정 공동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7월 28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이주민 긴급 재난지원을 위한 토론회’에 소개된 사례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코로나19 관련 지자체의 재난긴급 소득지원 시 이주민이 배제됐다는 진정이 접수되자 조사에 착수해 5월 서울시와 경기도에 시정을 권고했다.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여 8월 26일 ‘외국인 주민 가구에도 코로나19 사태 관련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서울시는 “취업·영리 활동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갖춘 외국인 중 소득신고 내역이 있고,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외국인을 왜 자국민과 똑같이 지원하냐’, ‘지원대상 외국인의 등록 기준이 90일이다. 겨우 3개월 세금 냈다고 지원금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등 여론은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 시민단체 등 반대편에서는 “논의에서 배제된 미등록 체류 외국인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안 주거나 덜 주는 재난지원금…차별 당연시한 관행 때문

 

논란은 올해 3월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각 시행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대책’과 ‘재난기본소득 지급‘에서 시작됐다. 당시 두 지방자치단체는 지원 대상에서 외국인을 제외했고, 인권위는 5월 21일 이것이 평등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국인 주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시는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경기도는 당장 개선이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청은 8월 27일 “지급대상 확대 시 공론화와 조례 개정이 필요하며, 당장의 추가재원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임선영 인권위 인권침해조사과 이주인권팀장은 “지방자치법 제12조, 제13조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 또한 지자체 주민으로서 균등하게 행정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동일한 지자체 영역 내에서 동일한, 혹은 가중된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동일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권고”라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나섰지만 시 단위 재난기본소득 지원 자격을 ‘내국인’으로 한정하는 사례는 여전하다. 7월 31일 신청을 마감한 ‘포천시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지급 대상을 ‘2020년 3월 27일 18시 이전부터 지급 신청일까지 계속해서 포천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내국인’으로 한정했다.

 

김경진 인권위 차별시정총괄과 조사관은 “포천시 외에도 다수의 사례가 접수됐다. 지자체마다 사업취지나 재정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도 다르다. 아예 외국인을 제외한 사례부터 외국인 가운데서도 결혼이주여성에게만 (지원금을) 주는 사례도 있다. 지자체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외국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되거나 민원이 접수되면 조례를 개정해 보완하는 식으로 해결돼서 취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주민을 ‘비국민’ 또는 ‘준국민’ 범주로 상정해 차별을 당연시해온 관행이 발현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주민 지원단체 활동가는 “올해 초 공적 마스크 구입이 건강보험 가입자에게만 제한되면서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 미등록 외국인 등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외국인도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도 그런 일이 발생한 건 이주민에 대한 배제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말했다. 

 

앞서의 토론회에서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일부 시민사회는 사유나 고민의 여지 없이 이주자를 재앙의 원인 제공자로 혐오하거나, 방역과 회복의 과정에서 배제하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수행했다. 안전, 생계, 건강, 돌봄에 대한 접근권이 재난 시의 임시 조처가 아닌 국가 정책으로, 이주민 기본권으로 자리를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미등록 외국인 지원 외면…“정책 집행하는 사람의 의지”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는 지원 정책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측 설명에 따르면 유학 또는 일반연수 등의 자격으로 거주 중이거나 자신의 비자에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구시는 8월 31일부터 코로나19 대응 2차 긴급생계자금에 해당하는 ‘희망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지급 대상은 대구시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사람이다. 취업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 가운데서도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지 않았다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31일 성명서를 통해 “선제적인 지원행정에 환영을 표한다. 하지만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지 않은 채 시민으로 살아가는 성서공단, 염색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대구지역 유학생, 동포, 난민들은 지원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소속 변호사는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 외국인 등록이 안 돼 있으니 주민등록과 유사한 등록체계 안에 포섭이 안 돼서 (지급이) 어렵다는 논리이다. 지자체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방법은 있다. 서울시에서 미등록 외국인에게 마스크를 배분할 때 서울시 소재 글로벌센터에 배분해 여권번호를 수집한 뒤 중복수급을 방지했다. 이런 식으로 중복수급을 막거나, 임대차 계약서를 확인해 살고 있는 지역을 검토하는 등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의 의지에 달린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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