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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KF-21 10대만 구매' 인도네시아 전문가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당사자 직접 확인 결과 '사실무근'… 뉴미디어 시대 정확한 팩트 체크 이뤄져야

2025.09.15(Mon) 18:23:48

[비즈한국]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수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최근 KF-21 48대를 구매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인도네시아가 10대만 구매할 것이라는 주장이 인도네시아 전문가의 발언인 것처럼 보도됐다.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KF-21 5호기.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 국방 전문가 ‘알만 헬바스 알리(Alman Helvas Ali)’가 인도네시아 CNBC에 ‘Menanti Kelanjutan Program Jet Tempur KF-21(KF-21 전투기 프로그램의 지속을 기다리며)’​라는 기사를 썼다. 한국에 알려진 기사 내용은 인도네시아가 48대 구매 약속을 어기고 10여 대만 구매할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즉, 2026년까지 지불해야 할 개발비 분담금 1조 6000억 원 중 6000억 원만 지불하고, 삭감된 1조 원의 예산으로 KF-21을 구매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KF-21 한 대 가격이 약 1000억 원이니 10여 대만 구매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또한 KF-21 블록3 공동 개발, 공동 마케팅, 시제기 5호기 공급 요구에 대해 관련 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업 주체인 방위사업청(DAPA)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큰 잘못이고, 실제로 보도 후 네티즌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필자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문제가 된 인도네시아 기사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기사 제목부터 ‘KF-21 전투기 프로그램의 지속을 기다리며’로, 기사 어디에도 KF-21을 10대만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또한 기사를 쓴 알만 헬바스 알리 전문가는 세계 최대 군사 전문 분석 서비스인 IHS 제인스(Jane’s)의 인도네시아 담당자이자 전문 컨설팅 서비스 제공자로서, 섣불리 자극적인 주장이나 뉴스를 내놓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필자는 기사를 쓴 알만 헬바스 알리와 직접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하여 기사의 사실관계와 오해를 풀었다. 결론적으로 알만은 인도네시아어 번역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고, 기사 본문과 자신의 의견과는 무관한 내용이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알만은 인도네시아가 KF-21 개발비 분담금을 삭감한 것에 반대했다. 2026년까지 6000억 원을 지불하는 협상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늦더라도 남은 1조 원의 개발비 분담금을 반드시 한국 측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의 승인이 있으면 남은 1조 원의 개발비 분담금을 인도네시아의 KF-21 구매 비용으로 전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또한 알만은 인도네시아가 KF-21 구매에 1조 원만 지불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인도네시아가 48대의 KF-21을 구매하는 것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삭감된 1조 원의 개발비’를 ‘KF-21 인도네시아 구매 예산’의 일부로 사용하자는 주장을 했을 뿐, ‘인도네시아가 10대의 KF-21만 구매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알만은 인도네시아의 KF-21 48대 구매(면허 생산)의 경우 구속력이 부족한 MOU이므로 정식 계약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협상이 잘 진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지어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수비안토 대통령과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이 회담할 때, KF-21 48대 구매에 대한 확약을 하도록 대한민국이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했다.

 

즉, 인도네시아 군사 전문가 알만은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KF-21 구매에 대한 강력한 찬성론자이자, 부정적인 여론에 맞서는 인사였다. 그의 칼럼이 번역 오류로 인해 KF-21 감축론자로 둔갑한 셈이다. 물론 알만이 거짓으로 메일을 작성했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이번 ‘KF-21 10대 구매’ 뉴스의 출처가 그의 기사로 지목된 만큼 당사자가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보도 과정에서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즉시 소통이 가능한 세상에서 이번 ‘KF-21 10대 구매’ 뉴스 확산은 뉴미디어 시대의 팩트 체크가 의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언론과 뉴미디어의 속보·단독 보도 문화를 무작정 비난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이메일 한 번으로 사실 확인이 가능한 사안을 심각한 문제로 비화시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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