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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의 샛별 '에렌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허블 발견 당시엔 단일 별로 추정했으나 제임스 웹 관측 결과 여러 별 모인 성단 가능성 높아

2025.10.14(Tue) 10:15:06

[비즈한국] 2022년 허블 우주 망원경은 역사상 가장 먼 곳에서 홀로 빛나는 단일 별을 발견했다. 그 별의 적색편이는 z=5.926로 측정되었다. 이 정도면 우주의 나이가 겨우 9억 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이다. 10억 년도 채 되지 않은 정말 앳된 시절, 초기 우주에 존재한 가장 먼 과거의 별이다. 지구에서는 280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이 정도로 먼 거리에서 별 수천억, 수조 개가 모인 은하도 아니고 달랑 별 하나의 별빛을 포착한 것이다! 이런 발견이 가능했던 건 우연히 이 별 근처에서 아주 극단적이고 절묘한 중력 렌즈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바로 앞에 거대한 은하단 WHL0137-08이 만든 중력 렌즈 덕분에 우주 끝에 숨어 있던 흐릿한 빛이 더 밝게 증폭되어 드러났다. 

 

허블 사진에 희미하지만 아주 길게 늘어진 형체가 보이는데, 이것이 이 별을 품은 모은하다. 천문학자들은 이 은하에게 선라이즈 아크라는 이름을 지었다. 지구 너머 태양 빛이 떠오르는 모습처럼 붉은 호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먼 곳에서 발견된 단일 별 후보에게는 새벽의 별을 뜻하는 에렌델이란 이름을 붙였다. 빅뱅 직후, 우주의 새벽 무렵에 이 별이 밝게 빛나고 있었을 거란 의미다. 

 

그런데 최근 이 에렌델의 정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했다. 아쉽게도 에렌델은 가장 먼 곳에서 발견된 단일 별이 아니다. 별 하나가 아닌 별 여러 개가 우글우글 모여 있는 성단일 가능성이 새롭게 제시되었다. 에렌델은 우주 끝에서 홀로 빛나던 단일 별이 아니라, 우주 끝에서 방금 탄생한 아주 어린 성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별과 성단은 차원이 다른 규모다. 성단은 별이 수십만, 수백만 개가 모인 거대한 집단이다. 그래서 사진을 보고 이게 달랑 별 하나인지, 별 여러 개가 모인 성단인지 헷갈린다는 게 우습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렌델의 경우는 그럴 만하다. 너무 거리가 멀고 어둡게 보이기 때문이다.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빛의 경로가 휘어지는 중력 렌즈는 배경 우주의 이미지를 일그러뜨릴 뿐 아니라, 우연히 왜곡된 빛줄기가 한데 모이면서 멀리 떨어진 어두운 천체를 더 밝게 보이도록 증폭하는 효과도 준다. 그런데 에렌델이 보이는 위치에서 중력 렌즈로 인해 밝기가 정확히 몇 배나 더 증폭되는지가 확실치 않다. 아직 오차가 너무 크다. 

 

중력 렌즈로 인해 밝기가 얼마나 더 뻥튀기되어 보이는지를 알아야, 그것을 보정해서 이 천체의 실제 밝기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추산에 따르면, 원래는 훨씬 어두운 별이 매우 극단적인 우연이 겹친 덕분에 4000배에서 4만 배까지 더 밝게 증폭됐다는 설도 있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원래 더 밝았던 성단이 적당히 밝기가 증폭됐다는 설도 맞서고 있다. 

 

이후 제임스 웹도 에렌델을 겨냥했다. 당초 분석에서 천문학자들은 이미지, 측광 분석만 진행했다. 그리고 중력 렌즈로 인해 별의 밝기가 얼마나 증폭되었을지를 추정해서 에렌델의 잠재적인 크기를 최대 4000AU 정도로 추정했다. 태양-지구 사이 거리보다 4000배나 더 크다는 뜻이다. 굉장히 거대하지만 그래봤자 아주 큰 단일 별 정도였다.

 

사진=Dan Coe(STScI/AURA for ESA, JHU), Brian Welch(NASA-GSFC, UMD)


제임스 웹 관측은 에렌델이 아주 거대하고 밝은 B형 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도 보여주었다. 태초의 우주에서 갓 만들어진, 사실상 1세대 별에 근접한 아주 밝고 무거운 별일 수 있다. 다만 추정된 질량과 밝기가 너무 컸기 때문에 별 두 개가 붙어 있는 쌍성일 가능성도 거론되었다. 

 

그런데 최근 제임스 웹의 더 세밀한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전혀 다른 가능성이 밝혀졌다. 단일 별도, 눈부신 쌍성도 아니고, 별이 훨씬 더 많이 모인 원시 성단일 가능성이다. 에렌델은 원시 우주에서 빚어진 구상성단에 더 가까워 보인다. 

 

별은 혼자 있을 때와 여럿이 모여 있을 때, 스펙트럼이 다르다. 온도가 조금씩 다른 별들이 한데 모이게 되면 별 각각이 방출하는 스펙트럼이 함께 뒤섞이면서 새로운 스펙트럼 칵테일이 만들어진다. 이번 분석에서는 제임스 웹의 NIRSpec을 활용한 적외선 분광 스펙트럼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리고 스펙트럼의 형태가 단순한 단일 별이 보여야 하는 특징에서 많이 벗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에렌델과 함께 길게 일그러진 선라이즈 아크 은하의 이미지를 채우는 작은 반점들이 있다. 이 반점들은 첫 분석 때부터 성단으로 분류된 천체들인데, 이번 분석에서 직접 에렌델과 이 반점의 스펙트럼을 비교해보니 굉장히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에렌델은 단일 별이 아니라 성단인 것이다. 에렌델과 반점 모두 금속 함량은 태양 수준의 10%에 못 미치고, 나이는 3000만 년 이상 된 별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성단이라고 가정했을 때, 관측된 스펙트럼이 가장 잘 설명된다. 

 

당초 분석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암흑 물질 헤일로를 계산에 추가하자, 에렌델의 잠재적 크기도 크게 달라졌다. 4000AU 크기의 별 정도일 거라 생각했던 것에 비해, 이번 분석은 에렌델이 지름 6.5광년에 이르는 더 커다란 성단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애초에 에렌델이 구상 성단이었다면 단일 별보다는 더 밝은 천체란 뜻이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초기에 추정했던 중력 렌즈 효과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에렌델의 밝기는 수천, 수만 배까지 밝아지진 않았고, 약 43~67배 수준에서 밝기가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게 훨씬 현실적이다. 

 

이번 추가 분석은 에렌델의 적색편이를 5.926 수준으로 조정했는데, 이게 맞다면 에렌델은 원래 알려진 280억 광년보다는 살짝 더 가까운 273억 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물론 여전히 우주 끝자락 먼 곳에 있는 것 맞지만, 살짝 더 가까워진 셈이다. 

 

가장 먼 별이 아닌 성단으로 밝혀졌다고 해서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 봤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은하와 우주의 진화를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천문학자들은 구상 성단이 은하의 씨앗이자 은하 진화의 화석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우주에서 은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구상성단은 가장 먼저 만들어진다. 구상성단은 은하가 갓 만들어지던 무렵의 화학적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화석이다. 마치 태양계의 탄생과 기원을 알기 위해, 태양계 끝자락 혜성과 소행성을 탐사하는 것처럼 구상성단은 은하의 탄생과 기원을 알려주는 단서다. 

 

심지어 에렌델은 빅뱅 직후 10억 년도 지나지 않은 먼 과거 우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다. 에렌델은 우주 역사상 처음 은하가 만들어지던 시절, 그 안에서 굉장히 밀도 높은 구상 성단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번에 추정한 에렌델의 여러 특징은 시뮬레이션이 예측한 아기 성단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쉽게도 에렌델이 별이 아닌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현재까지 인류가 가장 먼 거리에서 발견한 별의 타이틀은 ‘고질라’가 차지하게 될지 모른다. 정말이다. 별의 이름이 고질라다. 고질라는 약 109억 광년 거리에 있는 별인데, 마찬가지로 은하단 PSZ1 G311.65-18.48이 만든 극적인 중력렌즈로 발견되었다. 이 은하 주변에서 뚜렷하게 휘어진 모습의 은하 이미지가 보이는데, 천문학자들은 여기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을 발견했다. 우리 태양보다 무려 5000만 배나 더 밝았다.이 압도적인 별에게 천문학자들은 괴물 고질라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별이 빛나는 먼 은하는 선버스트 은하라고 부른다. 

 

고질라(빨간 원 안 흰 별)를 품은 선버스트 은하. 고질라도 성단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진=ESA/Hubble, NASA, Rivera-Thorsen et al.

 

그런데 최근 이 고질라도 에렌델과 마찬가지로 단일 별이 아니라 성단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진행된 VLT 관측은 고질라가 사실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 정도 질량을 품은 400만~600만 년 정도 된 아주 어린 성단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순히 단일 별이라기에는 풍부한 산소, 질소 등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지는 무거운 원소뿐 아니라 헬륨까지 높은 함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고질라도 여러 별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성단일 가능성 쪽으로 더 기울어지는 추세다. 

 

결국 아직 100억 광년 너머 먼 우주에서 의심의 여지 없는 확실한 단일 별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에렌델과 고질라를 비롯해 우연히 펼쳐진 극적인 중력 렌즈의 도움을 받아 아주 먼 우주의 어둠 속에서 단일 별 흉내를 내고 있는 존재를 포착했지만, 끈질긴 분석 끝에 결국 하나둘 별이 아닌 성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물론 성단이 있다는 건 그 성단을 이루는 별들도 있다는 뜻이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 성단을 이루는 개개의 별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보지는 못한다. 초기 우주의 성단도 물론 흥미로운 타깃이지만, 너무 거리가 멀다보니 성단을 통째로 뭉뚱그려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각기 다른 별의 특성이 모두 뒤섞이게 되고, 초기 우주 별들의 정확한 특징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볼 수 없다. 

 

바로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계속 우주 끝에서 눈부시게 빛나며 존재감을 드러낼지 모르는 단일 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진짜 에렌델, 우주의 진정한 샛별은 아직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ded93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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