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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최종 조립 단계 KF-X 보라매, 스텔스 성능 강화해야 하는 이유

유례 찾아보기 힘든 안정적 개발 과정의 양면성…추가 비용 겁내다가 과거 실패 되풀이하지 말아야

2020.09.08(Tue) 16:38:49

[비즈한국] 지난 9월 3일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산업 공장에서는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역사에 남을 중요한 사건이 조용히 지나갔다. KF-X 시제기의 최종 조립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것은 롤아웃(Rollout). 그러니까 진짜 실물 KF-X 전투기가 등장할 날이 꿈이 아닌 현실화될 마지막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KF-X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발행된 ‘한국형 전투기 개발 방안’이라는 한 논문이었다. 그저 한 단어가 수십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무기로 세상 속에 등장하는데 18년의 시간과 8조원의 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그렇다면 최종 조립 절차에 들어간 KF-X의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까.

 

결론적으로 KF-X는 보수적 설계와 접근방식으로 철저히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개발 프로젝트였으며, 이 때문에 성능적으로는 아쉬울 수 있으나 국책 연구개발 사업으로는 매우 모범적이고 뛰어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과를 보여준다고 감히 자평할 수 있다. 

 

KF-X 보라매 전투기가 마침내 최종 조립 단계에 돌입했다. 사진=방위산업청 제공

 

KF-X는 201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뒤, 2018년 7월 첫 부품을 제조하기 시작하여 최종 조립단계에 들어간 2020년 9월 현재까지 설계 및 제작 과정에서 사업 스케줄을 조절해야 하는 큰 돌발상황이나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와의 개발비 분담 문제로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철수와 복귀를 반복하고, COVID-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해외 항공우주기업들이 연구개발과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와중에, 대규모의 인원이 투입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정상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한국 방위산업의 발전된 사업관리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렇게 무탈하게 KF-X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가장 큰 비결은 사실 KF-X가 철저하게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사업 계획을 가졌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해외에서 이미 검증되고 입증된 부품과 기술을 들여오거나, 동급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 보기에 F-35나 KF-X는 외양만으로는 거의 비슷한 전투기처럼 보이지만, 개발 시점과 기술을 비교했을때 F-35는 수 천 가지의 미완성 기술과 개념을 개발하기 위해 큰 모험을 한 것과 달리, KF-X는 이미 실제로 작동하는 개념과 제품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한 것에 가깝다.

 

이렇게 보수적인 접근방식은 사실 KF-X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가격과 일정이 크게 어긋날 일 없으니, 정해진 성능과 능력을 발휘할 위험성이 줄어들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최신 기술을 사용해서 미래의 적 위협에 압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KF-X 개발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당초 계획대로 안정적인 개발이 이뤄진 점은 놀라울 정도의 성과다. 사진=방위산업청 제공

 

2012년 KF-X의 탐색개발이 종료되고 국방과학기술연구소는 KF-X의 성능에 대해서 전망한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계산으로는 KF-X는 KF-16보다 공대공 전투 효과가 34%, 공대지 표적 파괴능력이 40% 뛰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2년 당시 KF-X의 예상 가격은 660억 원인 반면, 현재 확정된 KF-X의 가격이 800억 원으로 140억 원 정도 증가했다. 지금이나 2012년이나 KF-X의  예상 성능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가격대 성능비가 원래 계획보다는 다소 떨어졌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양산 비용과 개발 비용 절감이 불가능하므로, 결국 KF-X의 가격대 성능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개량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군 전력 증강은 물론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어떤 개량을 모색해야 할까.

 

지금까지 이야기되는 KF-X의 개량방안 중 가장 중요하고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KF-X의 스텔스 성능 강화다. 스텔스 성능은 레이더, 적외선, 음파 등 KF-X가 적의 미사일, 전투기, 레이더 등에 탐지될 확률을 줄여주는 여러 장비와 기능들이 필요하다. 핵심은 RAM, RAS 등으로 불리는 스텔스 재료를 비행기에 사용하고, 무장을 내부에 수납하는 내부 무장창(Internal Weapon Bay) 를 설치하는 것이다.

 

물론 세계 각 국에서 스텔스 성능에 대해서 광자 레이더, 수동형 레이더 등 많은 스텔스 무력화 기술을 연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비의 면적이나 크기에 문제가 있거나 정확하게 미사일을 조준할 만한 정밀도가 떨어지는 등 탐지 기술이 아직 스텔스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KF-X의 스텔스 성능을 향상시키려면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공중전에서 더 많은 적기를 격추하고 살아남을 수 있고, 지상 공격 임무에서는 더 위험하고 잘 보호된 목표에 대한 공격이 가능해져 전체적인 가격대 성능비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문제는 예산의 규모와 시기다. 스텔스 기술, 그 중에서도 내부 무장창 장착 기술은 기술 개발과 함께 비행 시험이 중요하다. 내부에서 무기를 꺼내 쏘는 만큼, 무기가 꺼내는 도중 작동이 멈추거나 불발이 되거나, 혹은 공중전을 벌이는 도중 미사일이 발사가 되지 않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테스트가 필요하고 많은 비행 시험이 필요할 수록 필요한 예산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KF-X의 비용 대비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선 스텔스 성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방위산업청 제공

 

그렇다면 비행 시험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비행 시험 횟수를 줄일 수 없다면 최대한 짧은 기간에 압축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행시험에는 단순히 비행에 필요한 기름값만 드는게 아니라, 다양한 장비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일정이 늦어질수록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될 KF-X의 시험비행 과정 중 최대한 내부 무장창 관련 시험비행을 포함하거나, 2026년 비행시험이 끝나자 마자 바로 추가 시험비행을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는 KF-X의 내부 무장창 장착에 대한 어떤 개발계획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입장에서는 일단 전투기가 뜨고, 날아다니고, 정상적으로 무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리스크가 큰데 스텔스 성능 향상은 KF-X의 기본 전투 성능을 검증하고 나서 해야 할 일이다. 이미 8조 원 넘는 개발비에 추가로 스텔스 기술 예산을 청구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적은 돈을 아끼려다가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 법이다. 타이밍이 늦어 KF-X의 시험비행을 끝내고 몇 년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여 많은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예산을 아끼고 비행 시험을 생략하려다가, 더 큰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다.

 

우리 군의 훈련기로 쓰이는 T-50 골든 이글은 조종사가 2명이 타는데, 사실 개발 초기에는 조종사가 2명이 타는 현재 버전과, 1명이 타는 경공격기 버전을 동시에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비용 절감과 리스크 감소를 이유로 2명이 타는 T-50만 시제기로 만들었다. 당시에는 한국 공군이 T-50을 경공격기나 전투기로 만들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T-50을 생산하고 운영하면서 A-50, FA-50등으로 경공격 임무에도 충분히 투입할 수 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시험 비행 장비와 시제기가 없어 새롭게 다시 장비를 개발하고 시험을 준비하려니 수천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 때문에 결국 더 많은 연료를 탑재하고 더 큰 레이더를 장착할 수 있는 단좌형 T-50은 비용 문제로 포기되었다. 현재 우리의 효자 수출상품인 FA-50이 단좌형으로 제작되었다면 가격대 성능비가 더욱 뛰어났을 것이 자명하다.

 

막대한 개발비가 이미 투입된 시점에서 추가 예산을 받는 건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도, 방위사업청과 국방부도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투자는 타이밍이다. KF-X가 그 모습을 실제로 드러낸 지금부터, 완성된 기체가 공개될 2021년까지가 KF-X의 스텔스화 개발을 논의할 적당할 타이밍이 될 수 있다. 관련 정부 부처와 산업계의 긍정적인 도전을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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