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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더 크거나 아예 없거나' 해군에게 항공모함은 왜 필요할까

무용론부터 더 크게 건조해야 주장까지…소형함 중심 인력 구조개혁 '절실'

2020.08.06(Thu) 14:15:08

[비즈한국] 항공모함은 현대 무기체계 중 가장 큰 크기를 가진 최강의 해상 무기이다. 물론 핵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 핵잠수함(SSBN)이 그 치명성과 파괴력 면에서 항공모함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만, 바닷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잠수함과 달리 항공모함은 200미터가 넘는 길이의 위압감이 남다르다.

위압감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군의 중요한 임무인 현시(presence), 즉 국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적을 상대로 영해를 수호하는 의지를 눈에 보여주는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무기가 항공모함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의미는 매우 크다.

최근 몇 년 동안 항공모함에 대한 논의가 뜨겁고 그 주장 또한 다양하다.첫 번째 논쟁 주제는 항공모함의 필요성이다. 해외 식민지도 없고 동해, 남해, 서해, 그리고 남중국해 정도에서 작전하는 한국 해군은 좁은 바다에서만 작전하니 항공모함이 필요 없고, 그 돈으로 다른 무기를 사는 편이 훨씬 낫다는 주장과 주변국 해군력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필수전력으로 항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한다.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 사진=defpost.com


항공모함에 대한 또 다른 논쟁거리는 크기다. 즉, 어중간한 크기의 3만~4만 톤급 중형 항모로는 제대로 된 전투력을 낼 수 없으니, 정규항모 크기인 6만~7만 톤급 이상으로 늘려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러니까 항공모함에 대한 의견은 “항공모함은 필요 없다” 에서 “무조건 큰 것을 보유해야 한다”까지 다양한 의견이 갈린다.

이렇게 항공모함이 논쟁적인 주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3만~4만 톤급 경항모의 경우에는 척당 건조비가 1조 5000억 원, 6만~7만 톤급 정규 항모의 경우에는 7조~8조 원의 예산이 든다. 미국 해군의 원자력 항공모함은 10조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데, 여기에 항공기 구매와 운영비용은 항공모함 건조비용의 세 배 정도 들어가니 정말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되는 셈이다.

일단은 예산과 비용의 현실적 한계를 생각하면 항모 무용론자들의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세계적인 수준이고 10대 경제 대국을 넘어 G7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만큼, 그에 걸맞게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G7 국가 중에서 캐나다나 독일은 여전히 항공모함이 없다. 또한 전통적인 항공모함 보유 국가들은 중국과 인도 정도를 제외하면 수많은 식민지를 둔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만 항공모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경항모와 중형항모의 크기와 전력 비교. 사진=최재성 의원실


다만 항공모함의 전투력 자체를 낮게 평가하거나, 한국 해군에게는 항공모함이 전혀 쓸데없다는 주장 역시 사실을 왜곡한 주장이다. 한국 해군의 주 작전영역인 남해, 서해, 동해, 그리고 남중국해는 항공모함이 활동하기 적당하지 않은 좁은 바다가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 리비아나 시리아에 항공모함을 출동시켜 군사작전을 벌인 대부분의 바다는 한국 주변 해역 보다 그리 넓지 않은 지중해 동쪽에 집중돼 있었다. 또한 과거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인도 해군의 항공모함이 대양이 아닌 벵골만 근처에서 군사작전으로 큰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항공모함 대신 잠수함 전력을 확충하자는 주장도 조금 문제가 있다. 우선 잠수함의 경우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아니면 ‘추격 작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아주 제한적 용도의 무기이다. 또한 우리 해군이 원자력 잠수함을 가지게 되더라도 항공모함은 필요하다. 잠수함 탑재 미사일은 적의 선제공격을 피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무기인 만큼, 원자력 잠수함을 보호하기 위한 대공 방어막을 항공모함과 수상 함대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소련의 항공모함은 전략 핵잠수함을 엄호하는 호위 무사와 같은 주 임무를 가진다.

항공모함으로 개조될 예정인 일본의 이즈모급 호위함. 사진=motor-fan.jp


또한 군사적 측면에서 주변국의 해군 전력에 어느 정도 발맞춰가는 전력 증강이 필요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중국의 경우 6만 톤급 항공모함 4척을 건설한 뒤, 무인기 탑재가 가능한 다목적 항공모함과 미국 항모에 대응 가능한 10만 톤급 원자력 항모 2척을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현재 이즈모급 호위함 4척을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하면서, 경항공모함이 아닌 정규항모의 보유 논의도 막 시작된 참이다. 즉 한국 해군이 3만~4만 톤급 경항공모함 2척을 가져도 전체 전력 면에서는 실제로는 주변국 대비 절반 이하의 해군 전력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 주변국의 해군 전력이 엄청나게 증강되는 만큼, 최소한 한미 동맹에서 역할을 맡을 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공모함이 필요한 셈이다.

다만 해군이 항공모함과 기동전단의 전력증강을 위해서는 상당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프랑스 해군은 4만 4000명, 이탈리아 해군은 3만 5000명인 데 비해 항공모함도 없는 한국 해군은 이미 4만 명에 달한다. 북한 해군을 상대하기 위한 소형 함정 중심의 함대가 대형함 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군이 정말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주변국 대비 최소한의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형함 중심의 해군 전력에서 탈피할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현재 연구 및 도입 추진 중인 해상작전 헬기, 무인 항공기, 무인 수상함과 무인 잠수정 전력을 확충하는데 노력할 경우, 현재보다 소형 전투함정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아직 무인 무기체계 활용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

해군의 항공모함 필요성을 100%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항공모함이라는 해군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소형함 중심의 해군 전력을 탈피할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군의 진지한 연구와 열정이 한국의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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