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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으로 건물주 가능?' 부동산 수익증권 '댑스' 뭐가 다르나

상업용 부동산 수익증권을 기업 주식처럼 거래…기초 자산 규모 작은 건 한계

2020.11.20(Fri) 15:15:39

[비즈한국] 단돈 5000원으로 서울 강남 한복판 오피스 건물주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국내 최초로 상업용 부동산을 주식처럼 거래하는 플랫폼 ‘카사(kasa)’가 첫 번째 공모 청약을 일주일 앞두고 예비투자자 3만여 명을 끌어모았다.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 등장하면서 업계와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사의 첫 번째 수익증권 발행 부동산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상업용 건물 ‘런던빌’이다. 사진=카사코리아 제공

 

#‘회사 주주’ 대신 ‘건물 주주’

 

카사코리아에 따르면 카사는 첫 번째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 댑스)’ 공모 청약을 일주일 앞둔 18일 예비투자자 3만여 명을 모집했다. 공모 청약에 필요한 예치금을 입금하고 상장 정보 알림을 신청한 회원이다. 카사는 9월 16일 출시 이후 한 달여 동안 5만 5000건의 누적 앱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카사는 국내 최초 부동산 댑스 거래소다. 당초 건물주 한 명이 가지던 부동산 수익권을 주식처럼 쪼개 불특정다수가 언제든 사고팔게 만들었다. 건물주가 보유한 부동산을 거래소에 상장 신청하면, 거래소는 감정평가법인 두 곳을 통해 부동산 가치를 평가해 이를 기초로 부동산 댑스를 발행한다. 발행된 부동산 댑스는 공모 청약을 통해 분배한 뒤 카사 자체 거래소에 상장한다. 이후부터는 거래소에서 부동산 댑스를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카사 건물 디지털 수익증권 상장 절차. 사진=카사코리아 제공

 

건물주 소유권은 관리처분신탁계약을 통해 신탁사에 넘어간다. 신탁사는 향후 소유권 관리, 부동산 댑스 발행, 건물 및 임대수익 관리를 맡는 실질적인 주체가 된다. 거래소인 카사는 댑스 발행과 유통에 사용되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 기술을 제공한다. 투자금 관리는 거래소가 아닌 은행이 맡는다.

 

#리츠 등 기존 간접투자와 뭐가 다르나

 

부동산 댑스는 전통적인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보다 접근성과 개별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카사에서는 개별 부동산에서 발행된 댑스를 5000원 수준(공모가 기준)에서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 

 

부동산펀드도 개별 부동산에 투자하지만, 통상 최소 투자금을 수백만 원 이상으로 제한하거나, 만기를 3년~7년까지로 둔다. 이 기간 중도 환매(해지)는 불가능하다. 리츠의 경우 부동산 댑스처럼 최소 투자금이 적고, 환매 제한도 없지만, 투자 대상이 유보적이다. 리츠는 개별 부동산이 아닌 리츠 법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엄밀하게는 부동산 투자 회사에 투자하는 셈이다. 

 

카사의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및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 비교. 자료=카사코리아 제공

 

부동산 댑스 투자자가 수익을 거두는 방법은 크게 건물임대수익, 건물매각차익, 증권시세차익 세 가지다. 신탁사는 3개월마다 건물 관리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임대수익을 수익증권 보유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카사가 내다보는 임대수익은 연 3% 수준이다. 이 밖에 부동산 댑스의 시장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다른 투자자에게 되팔 경우 증권 시세에 따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만약 건물이 매각될 때까지 댑스를 보유한 투자자는 매각시점의 건물 값에 대한 차익을 나눠 갖게 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부동산 기반의 수익증권 발행은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2월 카사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규제 특례를 줬다. 이로써 카사는 총 5000억 원 규모로 부동산 신탁계약에 의한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투자 중개업 및 거래소 인허가를 받지 않고 증권거래 중개를 할 수 있게 됐다.

 

권대영 전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6개월간의 모의테스트를 거쳐 카사 시스템의 안정성과 유효성 검증을 했다”며 “지금 한국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 시 전액을 다 투자하고 필요하면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데, 소액을 수익형 부동산에 손쉽게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공모 빌딩은 강남 역삼동 오피스

 

첫 번째 부동산 댑스가 발행되는 부동산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상업용 건물 ‘런던빌’이다. 런던빌은 2019년 10월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1275.59㎡, 385.87평)로 지어졌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역삼역, 3호선 양재역 사이에 위치했다. 카사코리아에 따르면 이 건물 전층은 미국 사립학교 분교인 피씨에이코리아가 2019년 12월 30일부터 5년간 임대차계약을 맺고 사용중이다.  

 

카사는 25일부터 일주일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수익증권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한 댑스당 공모가는 5000원, 총 203만 6000댑스(공모총액 101억 8000만 원)가 발행된다. 일반투자자는 최대 2000만 원, 별도 신청으로 투자 자격 요건이 입증한 ‘소득 적격 투자자’는 최대 40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카사는 12월 4일 법인투자자 공모를 진행하고, 사흘 뒤인 7일 댑스 배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카사 관계자는 “대망의 1호 건물이 오는 25일 공모를 시작한다. 국제학교가 선정된 건물에 장기 임차해 연간 약 3%의 안정적인 임대 수익률을 창출해 투자자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중 역세권에 ‘강남8학군’이라는 지리적 강점을 지닌 만큼 빌딩과 증권의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며 “이번 1차 공모에 대해 개인투자자 한도 증액 관련 문의와 전문 투자자들의 많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추후 더 많은 관심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사 플랫폼 이미지. 사진=카사코리아 제공


#시장 접근성 측면 긍정적 vs 자산 규모 한계, 가격 거품 우려도

 

국내 최초 부동산 댑스의 등장에 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기술) 측면에서 카사가 부동산 유동화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다만 국내 펀드의 평균 자산규모가 500억 원, 리츠의 자산 총계가 2000억 원 수준임을 가만했을 때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적은 카사가 수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건물의 단위 면적당 운영관리비는 건물규모가 클수록 줄어든다. 꼬마빌딩은 건물 관리비가 높고 한 임차인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수익률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리츠 투자자는 법인 주주로서 자산 운용에 관해 질문하고 관여할 수 있는데 댑스 투자자는 이런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댑스 거래소는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편입된 자산의 평가가 제대로 안 되면 가격 거품이 생길 수 있다. 금융당국이 자산평가 및 운용 공시 시스템을 잘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에서 수익증권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도 기초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건물 입지와 건축 시기, 임차인의 계약 기간과 수익성, 향후 매각 대상 등을 살펴 수익성과 위험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사는 혁신금융서비스 최초 지정일로부터 2년간 규제 유예를 받게 된다. 향후 경과를 지켜보고 추가로 2년 지정이 될 수 있다. 카사와 유사한 서비스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도 있었다”며 “지정 당시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부가 조건으로 걸었다. 구체적인 서비스 평가와 소비자 권리보호 등 부가조건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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