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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잘나가는 유럽 스타트업에도 '임금 체불'이 있다

이벤트 스타트업 급여 이체 지연으로 '시끌'…한편에선 급여관리 스타트업 성장

2022.07.11(Mon) 10:50:56

[비즈한국] 스타트업에 성공 스토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 시장에 진입도 못 해보고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90%의 스타트업은 창업한 첫해에 문을 닫는다. 꿈을 바라보고 시작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는 창업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잘나가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직원에게 ‘스타트업’은 단순한 직장 이상의 의미였을 것이다. 복지도, 연봉도, 근무 환경도 대기업에 뒤지지만, 창업자가 가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팀에 합류하는 데에서 분명 다른 결의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직원은 창업자는 아니지만, 창업자 못지않은 열정으로 시작하고 때로는 희생한다. 

 

물론 미래를 다른 방식으로 보상받기도 한다. 월급 이외에 회사를 함께 키우면서 받게 되는 스톡옵션 등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회사가 망한다면 스톡옵션도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월급이 밀리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야근과 저녁 식비도 없지만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며 주말을 반납하기도 한다. 유럽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에게 빠른 성장을 보여줘야만 하는 스타트업 사람들은 대체로 큰 압박을 받으며 장시간 일한다. 

 

혁신과 대박의 상징인 스타트업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희망, 과도한 노동, 임금 체불이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이벤트 스타트업 중 하나인 폴렌(Pollen)이 지난 6월 급여를 뒤늦게 지급한 일을 계기로 스타트업의 임금 체불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개발자들의 커뮤니티와 SNS에는 “9개월 동안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 월급을 3번 밀렸다면 이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할까요?”, “왜 초기 스타트업은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스타트업 임금 체불, 유럽 상황은 어떨까?

 

#런던 이벤트 스타트업, 폴렌 임금체불 사건의 전말

 

폴렌은 런던에 기반을 둔 이벤트 스타트업으로 2014년 설립됐다. 노스존(Northzone), 카인드레드(Kindread), 백드(Backed), 몰튼 벤처스(Molten Ventures) 등 유럽의 유력한 투자사로부터 약 2억 5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올 4월에는 룩셈부르크에 기반을 툰 투자회사인 시에나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Sinna Investment Managers)가 이끄는 1억 5000만 달러의 시리즈 C투자를 유치했다. 

 

폴렌은 세븐틴 등 K-pop 스타들의 공연뿐만 아니라 클럽파티, 축제, 그룹 여행 등을 기획하는 이벤트 스타트업이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만 100개 이상의 이벤트를 기획했으며 27만 명의 관객이 참여했다. 전 세계 50여 군데 목적지를 둔 여행을 기획하고 2500개 이상의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다.

 

런던의 유망한 이벤트 스타트업 폴렌. 사진=pollen.co


사건의 시작은 지난 6월 급여 이체가 지연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폴렌의 CEO 칼럼 네구스-팬세이(Callum Negus-Fancey)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슬랙(Slack)에 “큰 유명 엔터테인먼트와 거래하면서 임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큰 투자자이자 주주가 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이후 폴렌 내부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지면서, 폴렌의 사정이 지속해서 좋지 않았다는 징후가 이전에도 있었음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대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 소식과 함께 정규직 직원의 22%를 해고한다고 발표한 것이 그 징후 중 하나이다. 직원의 해고는 확실히 회사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폴렌은 코로나 규제로 인한 급작스러운 이벤트 취소로 엄청난 환불 요청을 받으면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5월부터 해고된 사람들의 미지급 급여도 이체가 지연되었다는 소식이 폭로되면서, 현재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후 이런 소식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내부 슬랙 채널을 향후 며칠 동안 폐쇄하는 것으로 입막음하는 모양새이지만,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등장한 스타트업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겪는 임금 체불은 고질적인 문제로 보인다. 유럽의 많은 스타트업이 이를 해결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것을 보면 말이다. 

 

프랑스의 HR 스타트업 페이핏(PayFit)은 2015년 설립해 지난 1월 시리즈 E 라운드에서 2억 5400만 유로의 투자를 유치했다. 프랑스 HR 스타트업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이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18억 200만 유로로 상승하면서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페이핏은 중소기업 맞춤형 급여 솔루션을 제공한다. 

 

프랑스의 HR 스타트업이자 유니콘 기업 페이핏. 사진=payfit.com


급여명세서 작성, 휴가 및 근태 관리, 인사 프로세스 디지털화 등 일반 HR 부서가 다루는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자동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미 6000개 이상의 중소기업에서 페이핏의 솔루션을 사용하며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주요 주요국에 진출했다. 페이핏은 프랑스의 ‘주목할 만한 10대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런던 기반의 펜토(Pento)도 흥미로운 곳이다. 페이롤(급여 지급) 서비스 최적화를 위한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제공한다. 급여 지급을 처음부터 끝까지 실시간으로 자동화한 것이 특징으로 최대 1000명 내외의 중소기업에 적합하다. 전반적인 HR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급여 지급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누적 투자 금액 5400만 달러를 유치해 시리즈 B 투자를 완료했고, 2017년 코펜하겐에서 시작해 런던으로 옮긴 후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펜토의 급여관리 시스템 화면. 사진=pento.io


바르셀로나의 페이플로(Payflow)는 급여 선지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월급날 전이라도 직원들이 앱을 통해 자신의 급여에 액세스해서 원하는 시간과 방법으로 충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급 선지급금을 ‘충전’해주는 바르셀로나의 스타트업 페이플로(payflow). 사진=payflow.es


직원 본인에게는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회사로부터 받는 것이 이들의 이익 창출 방법이다. 이를 통해 직원의 이직률이 무려 21%나 감소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페이플로는 스페인에서 많은 인기를 끌게 됐다. 올해 1월 91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네오뱅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혁신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불행도 있다. 누군가가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pain point)을 개선하려는 것은 혁신을 향해가는 스타트업의 몫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서 의미가 생기는 이때, 이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임금 체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닐 수 있다는 까닭이 무엇인지, 그 메커니즘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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