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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타결은 예상됐던 결말? 대우조선해양 파업 뒷이야기

2주간 여름휴가 앞두고 막판 합의 "공권력 투입안은 빠른 협상 유도용"

2022.07.25(Mon) 15:13:47

[비즈한국] 지난 22일 대우조선 하청 노사가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51일 만에 하청노조 파업이 마무리됐다.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고, 하청 노조 측은 강경 투쟁을 언급하면서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임금 인상 4.5% 수용 등을 포함한 타결안 도출에 성공하면서 파업이 끝났다. 정부에서는 공권력 투입 없이 이뤄진 타협에 ‘법과 원칙의 승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타결을 놓고 ‘휴가가 가장 큰 변수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지난 22일 극적으로 타결된 뒤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손을 잡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휴가 덕분에 파업 종료 가능?

 

지난 15일 본격 협상에 돌입했을 때만 해도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은 장기화 가능성이 거론됐다.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서는 의견 조율이 이뤄졌지만, 손해배상소송과 민형사상 책임을 놓고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주일 만인 22일, 대우조선해양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노조는 △임금 인상 4.5% 수용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설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취하 △일부 조합원 고용 승계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임금 30% 인상을 고수했던 하청지회 측이 임금 인상폭을 5%대까지 낮추면서 ‘협상 가능한 제안’을 한 덕분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7000억~8000억 원의 피해를 본 대우조선해양과 사내 협력사들은 하청지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청노조 측은 손해배상 면책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서는 ‘협상이 더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휴가 덕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주 월요일인 25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은 2주간의 휴가가 시작된다. 그에 앞선 주말(23일~24일)부터 사실상 휴가 시즌으로 포함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22일은 사실상 마지막 협상일이었다. 

 

22일날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2주간 제대로 된 협상이 어렵고, 파업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빠른 협상 마무리’를 유도하기 위한 옵션 카드였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흐름에 정통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초 대화로 풀게끔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고 이를 위해 장관들과 총리, 그리고 대통령까지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을 언급한 것”이라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곧바로 투입하려는 분위기는 아녔던 것으로 알고 있다. 휴가가 2주 동안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독(DOCK, 선박건조장) 불법 점거를 마무리하게끔 하려는 계획이었고 그 후에 더 속도감 있게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오후 대우조선 소방대원이 1독에서 점검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살펴보고 있다. 점거가 풀린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빠르게 작업을 재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하청지회와 협력사 협의회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서로 한발 양보했고, 휴가를 앞둔 22일 손배소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사안에 대한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빠르게 정상화 준비

 

1독 점거가 풀린 대우조선해양은 빠르게 작업을 재개했다. 23일 토요일부터 일부 직원들이 출근해 1독 선박 건조 재개 작업을 진행했다. 노조원들의 점거가 끝나자마자 대우조선해양은 바닷물을 채우기 시작했고, 23일에는 1독에서 건조하던 선박 중 선체 블록 조립, 기관 및 장비 설치가 끝난 30만 톤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도 독에서 빼냈다. ​

 

노조의 점거로 인해 발생한 5주가량의 공정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선박 건조 계약에서는 인도 지연이 발생하면 조선소 측이 발주사에 하루에 수천만~수억 원의 지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휴가 중에도 특근이 가능한 인원을 동원해 1독 선박 건조 공정에 집중 투입하는 등으로 공정 지연 문제를 해소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에는 조선소 전체 인력 2만여 명 중 80%가 휴가를 미룬 채 출근해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다행스럽게도 공권력 투입으로 사안은 마무리가 됐지만 이번 휴가 시즌에 얼마나 공정을 채우느냐에 따라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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