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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점검⑦] 표준수가제, 강아지공장 근절, 전담기관 설립…그 많던 공약이 달랑 한 줄로

'동물보호 인프라 확충' 및 '동물학대 방지 강화' 과제만 남아…개 식용 금지는 "사회적 합의 필요"에 그쳐

2022.08.25(Thu) 17:30:43

[비즈한국] 최근 동물학대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 24일에는 길고양이 7마리를 죽인 A 씨에게 징역 3년이 구형됐고, 25일에는 정읍시에서 코와 가슴이 잘린 강아지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불법 개농장 사육 현장도 빈번하게 발견된다. 동물 유기도 매년 10만 건 이상 발생하는데,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2021년 유기 동물은 총 11만 6984마리다.

 

초복을 맞아 동물보호단체들이 진행한 ‘개식용 반대’ 집회 모습. 이들은 “현행 동물보호법이 ‘반려동물’로 보호하는 개를 집단적으로 사육하는 농장은 전국 약 3000개에 이르며, 매년 백만 마리가 고기로 도살, 소비된다”고 비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는 늘었지만, 관련 복지나 정책은 한참 모자라다. 동물학대 범죄가 빈번해지고, 유기동물이 증가하면서 시민사회에서는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강아지 4마리, 고양이 3마리 등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토리 아빠’를 선거 홍보로 사용하며 동물 애호가임을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 후 부인 김건희 여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반려동물을 언급하며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현재 동물병원 의료수가(진료비)가 표준화되지 않았는데 이런 문제를 개선하면 유기 실태가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반려동물 정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반려동물과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윤석열캠프 제공

 

대선 공약으로 반려동물 관련 정책도 여럿 냈다. 그 중에는 동물단체에서 계속 주장하는 ‘개 식용 금지’도 포함됐다.

 

#동물복지 공약 비교해보니…국정과제서 한 줄로 축소?

 

윤석열 대통령은 반려동물 관련 공약으로 △반려동물 표준수가제 도입 및 치료비 부담 경감 △반려동물 용품·미용·카페·훈련·장례 등 서비스 산업 육성 △불법적 ‘강아지 공장 근절’ 등 반려동물 보호체계 정비 △‘개물림’ 등 안전사고 예방조치 강화 △반려동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쉼터 공간 확대 △동물 학대 예방 및 처벌 강화, 동물보호교육 활성화 추진 △반려동물 관련 전담기관(동물복지공단) 신설 △개 식용 금지 추진 등을 약속했다. 

 

 

특히 ‘표준수가제 도입’과 ‘개 식용 금지 추진’ 등 동물권 단체에서 지속해서 요구한 내용을 정책으로 담아 주목받았다. 표준수가제는 반려동물 치료제 부담을 위해 진료비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면 어떤 동물병원을 가더라도 같은 가격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입되지 않은 ‘개 식용 금지’나 ‘강아지 공장 근절’ 정책도 담겼다. 또 동물복지공단 등 반려동물 관련 전담 기관을 신설한다는 방안도 있었다. 동물 복지를 포함해 동물과 관련한 모든 업무는 지금까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정책과 동물 복지 등은 농식품부 업무와 맞지 않고, 복지가 아닌 축산의 관점에서 업무를 해 개식용 근절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런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 외에도 개물림 방지를 위한 처벌 강화나 반려동물 서비스 산업 육성, 쉼터 공간 확대 등 대부분 반려동물 복지를 중점으로 정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8개 항목으로 약속했던 공약은 5월 10일 국정과제에서 대폭 축소됐다. 정책 추진 방향이 세부적으로 담기지 않고, ‘동물복지 강화’라는 포괄적인 내용만 담긴 것이다. 언급된 정책은 △동물보호시설 인프라 확충 △동물학대 및 개물림사고 방지 정도다. 나머지 공약은 모두 폐기된 걸까.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보니…공약 대폭 축소 기조 완화

 

동물복지와 반려동물 정책을 관할하고 있는 농식품부는 지난 10일 업무보고에서 동물복지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국정과제보다는 세부적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대선 공약보다는 축소됐다. 표준수가제 도입 공약은 2023년까지 ‘도입 가능성 신속 검토’ 정도로 완화됐다. 2023년 상반기에는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를 조사하고 공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 식용 금지 추진은 ‘이해관계자 이견 조정을 위한 설명·설득 등 사회적 대화 지속’이라는 내용으로 축소됐다. 불법적 ‘강아지 공장 근절’ 공약은 찾아볼 수 없으며, ‘반려동물 쉼터 공간 확대’와 ‘동물복지공단 신설’ 내용도 사라졌다. 

 

8월 1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업무보고 중 반려동물 관련 정책 내용.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 용품·미용·카페·훈련·장례 등 서비스 산업 육성 방안은 12월에 ‘반려동물 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물학대 처벌은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지자체 직영보호센터를 2027년까지 113개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부터는 맹견의 수입신고와 사육허가 등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결론적으로 ‘불법적 강아지 공장 근절’ 등 일부 공약이 사라지고, 표준수가제 도입 등 공약은 ‘도입 추진’이나 ‘사회적 대화 지속’ 등의 내용으로 기조가 한층 완화된 상황이다. 사라진 공약들이 향후 추진될지는 미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무보고에 없는 내용들은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논의한 적은 없다. 향후 논의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동물권 단체에서는 정부가 현행 법만 적용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회피한다고 지적한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현행 법만 엄격하게 적용해도 개 농장은 존재할 수 없는 불법 산업이다. 그런데 아직도 사회적 합의를 얘기하면서 결단력 있게 추진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전 대표 역시 “아직도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법을 관장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다. 동물을 축산의 도구로만 보거나 축산업자의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행 법대로만 해도 개공장 등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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