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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시장은 지금] 숲 만들고 친환경 데이터센터 짓고…K팝이 '기후행동' 나서는 까닭

CD와 '스밍' 등 탄소배출 심각…팬덤 '강력' 요구에 'BTS숲' 조성 등 국내서도 걸음마 시작

2023.05.03(Wed) 14:28:37

[비즈한국] ‘선한 영향력’은 아이돌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그간 아이돌에게는 10대의 우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발언과 행동이 요구됐다.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케이팝(K팝)으로 거듭나자 선한 영향력의 범주도 점차 확장됐다. 방탄소년단(BTS)은 UN 등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인권·빈곤·불평등 문제를 거론하고, 블랙핑크는 기후대응을 강조한다. 

 

글로벌 팬들의 호응도 상당하다. 주로 10~20대인 이들은 아티스트와 기획사에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 이들 세대가 특히 주목하는 건 환경 문제다. 이제는 K팝 팬덤 특유의 결집력으로 유통사 등 K팝 산업 전반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멜론이 정기이용권과 숲 조성 기금을 연계한 ‘숲;트리밍’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잔디마당 내 BTS숲(위)과 스타숲 부지. 사진=강은경 기자


#‘탄소 절감’ 압박 받은 멜론, 서울 곳곳서 숲 조성 사업 시작

 

4월 25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잔디마당 한쪽에 작은 안내판이 세워졌다. 지구의 날을 기념해 조성한 ‘방탄소년단 숲’이다. 4월 28일 찾은 이곳은 아직 숲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규모다. 안내판 바로 옆에서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기던 사람들도 이곳이 숲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의아해할 정도다. 며칠 전 식재 작업을 통해 어린 이팝나무 3주와 키가 작은 나무들이 잔디마당 앞 좁은 면적에 심어졌다.

숲의 이름은 BTS를 땄지만 이 프로젝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원 플랫폼 멜론이 기획했다. 일명 ‘숲;트리밍’ 프로젝트는 멜론 정기이용권과 숲 조성 기금을 연계한 사업이다.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응원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면 매월 결제금액의 2%가 자동으로 적립된다. 팬들이 별도로 돈을 낼 필요는 없다. 국내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창작자 몫을 정산한 후 멜론의 수익에서 분배된다. 아티스트 앞으로 2000만 원의 기부액이 쌓이면 서울환경연합이 이 돈으로 숲을 조성하는 구조다. 스타트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BTS가 끊었다. 

BTS숲을 시작으로 곧 주변 부지에 식물이 빼곡히 들어찰 것으로 보인다. 멜론에 따르면 두 팀이 목표액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멜론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통해 난지한강공원에 아티스트의 숲을 지속적으로 조성할 예정”​이라며 “숲 조성 시기에 따라 수종은 변경될 가능성도 있으나 되도록 모든 숲을 동일한 수종으로 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약 1만 ㎡ 규모에 달하는 이 부지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스타숲 거점으로 점찍은 땅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멜론이 아닌 개별 팬들이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는 길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난지한강공원 관리자는 “지금은 작은 규모인데 2~3년이 지나면 많이 찰 것이다. 올 연말이면 20% 정도는 완성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케이팝포플래닛이 멜론의 친환경 스트리밍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K팝 팬들의 적극적 기후행동…“지구가 블랙핑크보다 ‘핫’해선 안 돼”

 

탄소 절감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이돌이 스타숲 조성에 동참하는 행보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기후위기 대응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의 이다연 활동가는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K팝 팬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멜론, 네이버 바이브 등 국내 음원 플랫폼들은 최근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사업자이자 카카오 계열사인 멜론에 비판이 집중됐다. 국내외 K팝 팬들이 모인 ‘케이팝포플래닛’이 그 중심에 있다. 2021년 결성된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 6월 ‘멜론은 탄소 맛’ 캠페인을 시작하고 10월에는 국회 포럼을 주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음원을 친환경으로 제공하라’는 주장은 일견 생소하게 느껴진다. 쟁점은 지속가능한 ‘스트리밍(스밍)’ 문화다. 음악 방송 순위 결정에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음원 점수가 반영된다. 팬덤에서는 높은 점수로 가수에게 상을 안겨주기 위해 24시간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어놓는 스밍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실물 앨범보다 계속 탄소를 배출하는 스밍 문화가 ​장기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음악 재생을 위해 데이터센터, 라우터(중계장치), 와이파이 등의 시설을 운영하는 전력이 과도하게 소비된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정부가 설립한 탄소 저감 관련 비영리기관 카본트러스트에 따르면 음악이나 동영상 등 미디어를 한 시간 스트리밍하면 55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단순 계산 시 5시간 스트리밍이 실물 CD 한 장의 탄소배출량(288g)에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많은 K팝 팬이 공감하며 행동에 나섰다. 지금까지 케이팝포플래닛에 참여한 국내외 K팝 팬만 해도 184개국 4만 3000명 규모에 이른다. 

 

이다연 활동가는 “음악 방송에서 특정 스트리밍 플랫폼 음원 점수로 순위를 계산한다고 밝히면 팬덤 내부에서 ‘스밍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한다. 해외 팬도 이런 가이드를 보고 국내 서비스에 가입해 스밍을 돌린다”며 “많은 기업들이 기후 행동에 동참하는 반면 국내 K팝 관련 산업은 유독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국내 음악업계에 기후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 목록. 사진=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


멜론 숲;트리밍의 첫 결과물은 50㎡(15평) 정도에 불과하다. 순차적으로 아티스트의 이름을 따 숲과 나무를 조성하더라도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의무가 아닌 캠페인에 가까운 만큼 기업의 전향적인 행보가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이 활동가는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는 K팝 팬들이 ​이미 ​10년 전부터 진행하던 것”이라며 “팬들이 이미 하고 있는 활동 말고, 큰 기업들만 가능한 기후 행동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멜론은 모기업이 카카오인 만큼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실현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멜론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멜론 관계자는 “지난해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이전 작업을 시작해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K팝 팬덤의 결집력이 K팝 산업의 행보를 바꿀 수 있을까. 업계 안팎에서는 까다롭지만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 음원 플랫폼들은 일찍이 친환경 스트리밍을 위한 환경을 구축했다.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해외 스트리밍 업체는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하고 협력사로 흐름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 등의 사례는 바람직하지만 국내 기업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재생에너지 이용 환경 등의 여건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 기업들이 이용자들의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래 세대들이 K팝의 중심축이다. 이들은 기획사나 제작사, 더 나아가 음원을 유통하는 과점 기업들에게까지도 탄소 배출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며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문화산업계에서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적절히 조율해간다면 기업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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