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제네릭(복제약) 약가 제도 개편’에 국회와 제약업계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국회는 국내 제약사들이 높은 제네릭 가격에 기대 안주하고 있어 신약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산업계는 급격한 약가 인하는 미래 성장 동력인 R&D(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꺾을 것이라고 맞섰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신약 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 정책 토론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비례대표)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은 축사를 통해 서로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국회’ 김윤 "제네릭 거품 3.5조…고스란히 국민 부담"
토론회를 주최한 김윤 의원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추진 배경에 대해 신약 개발을 위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김 의원은 “정부의 국정과제는 단순히 약가를 낮춰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게 아니고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약가구조를 정상화하면 제약산업의 혁신과 R&D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 방식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제네릭 약가는 선진국 8개국 대비 약 1.7배 높은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제네릭 약가 거품은 약 3조 5000억 원에 이른다”면서 “매년 국민들은 건강보험료와 본인부담금으로 3조 5000억 원을 더 쓰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20년 동안 이 돈이 산업발전에 쓰였다면 좋았겠지만 소규모 매출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제네릭 약가 차익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난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약업계’ 노연홍 "급격한 약가 인하는 산업 기반 흔들 것"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은 우려와 신중론으로 맞받아쳤다.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는 자칫 국내 제약산업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산 신약을 41개 개발했고 미래 성장지표로 볼 수 있는 파이프라인 수는 세계 3위 수준인 3233개에 이른다”면서 “지난해 기술수출 성과는 20조 원을 넘는 등 점차 신약과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전환을 이뤄가며 새로운 도약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약가 인하 정책 추진은 R&D 투자 위축,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대규모 일자리 감축 등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면서 “정책의 속도와 방식, 적용 범위에 대해 자문 현장과 충분한 소통과 영향 분석이 선행돼야 하며 국민보건산업 성장, 건강보험 재정 간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정부와 산업계가 대립하기보다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는데 정교한 균형과 정책 설계를 통해 함께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와 국회, 산업계,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면 균형있는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제네릭 약가 상한가를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로 낮추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출시된 제네릭에 대해 1년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59.5%를 적용하던 가산 제도도 폐지하고, 동일 성분의 제네릭 20개까지 상한가를 적용하던 것을 10개로 줄이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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