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알쓸비법] 공식수입사가 병행수입업체를 공격하는 법

상표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밥지법 등을 활용해 약점 공략…온라인 플랫폼 신고로 정상적 유통 견제

2023.11.06(Mon) 15:40:43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병행수입 분쟁은 제품이 유통되는 한 쉽게 끝나지 않는다. 공식 수입원과 병행수입업체가 공방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법정 다툼은 다음과 같다. 모든 분쟁에서 선과 악이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선을 대리·변호하면서 투철한 사명감과 정의감을 가지고 사건에 몰입하고, 분쟁은 판결 등 어떤 중요한 절차에서 단칼에 정리된다.

 

그런데 병행수입 분쟁에서는 위와 같은 클리셰가 적용되지 않는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비용을 투입한 공식 수입원은 병행수입 금지를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병행수입업체는 자유 시장 경제에서 병행수입 등 타인의 사업을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은 총론적으로는 모두 정당해 누가 선이고 악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병행수입 분쟁은 수년간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사건의 속성상 분쟁의 대상이 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한 끝나지 않을 문제다. 공식 수입원은 지속해서 병행수입업체를 감시하고, 병행수입업체가 실수하는 경우 이를 놓치지 않고 법적인 조치에 나선다. 이 같은 감시는 사업을 영위하는 동안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그렇다면 병행수입 분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보통 공식 수입원이 공격하는 측에, 병행수입업체는 방어하는 측에 서서 각자 법률에 근거해 공격과 방어를 한다. 필자는 사건에 따라 공식 수입원을 대리하기도 하고 병행수입업체를 대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사건을 수행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법률적인 수단으로 상대방의 영업을 완전히 중단시키거나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측이 법률 전문가임을 전제로 어느 선을 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 최대치다. 

 

문제는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업무 처리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해, 상대방에게 합의금을 물어주고 사업에서 철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병행수입 사건에서 공식 수입원이 공격 방법으로 사용하는 수단을 살펴보기로 한다.

 

공식 수입원은 시장을 감시하다가 병행수입을 발견하면 이를 중단시키려고 하므로 주로 공격하는 입장이 된다. 이때 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저작권법 위반 △상표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정처분 등을 이유로 민·형사 소를 제기하거나, 이를 빌미로 온라인 플랫폼에 권리보호 신고를 해서 병행수입업체가 소명할 때까지 유통을 막는 방법이 있다.

 

병행수입업체가 외국 본사나 국내 공식 수입원이 제작한 광고 이미지, 피드 등을 무단 복제하는 경우 이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상 범죄가 되고, 민사상 불법행위가 된다. 병행수입업체는 광고 이미지 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판매창에 광고 이미지를 올리지 못하니 소비자에게 정품 여부 등의 신뢰를 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공식 수입원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형사고소에 나서는 건 반드시 병행수입업체에 엄중한 처벌을 부과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품 판매 페이지의 이미지 사용 여부에 따라 소비자에게 정품·AS 서비스 등 신뢰를 주는 데 목적이 있다.

 

다음으로 공식 수입원이 해외 상표권자로부터 국내 전용사용권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 병행수입업체의 제품 유통은 공식 수입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제재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용사용권은 특허정보시스템(키프리스)에 등록되고 상표권자의 제약이 된다. 

 

과거에는 공식 수입원이 해외 상표권자로부터 전용사용권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본과 경험을 축적한 공식 수입원이 해외 상표권자와 대등하게 협상해 전용사용권을 받고 국내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난다. 이는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은 패션 분야에서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 해외 유명 상표지만 의류와 전혀 상관없거나, 현지에선 고객 흡인력을 상실했다고 평가받는 상표가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패션 브랜드로 소개돼 대대적인 광고를 거쳐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경우다. 외관상 외국 브랜드 같지만 사실은 국내 브랜드다. 이처럼 공식 수입원이 전용사용권으로 국내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 병행수입업체가 같은 상표의 제품 등을 수입·유통하면 상표법 위반으로 제재받을 가능성이 높다. 

 

공식 수입원은 저작권법 위반, 상표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정처분 등을 이유로 민·형사 소를 제기하거나, 이를 빌미로 온라인 플랫폼에 권리보호 신고를 해 병행수입업체가 소명할 때까지 유통을 막는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병행수입업은 공정거래법 등에 의해 보호받는 영업 형태니 그 자체를 규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병행수입업체가 자신을 공식 수입업체 또는 정품업자로 홍보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 주체를 혼동시키는 행위이므로 정당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병행수입업체는 병행수입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해외 상표권자, 국내 공식수입업체 등이 제공하는 AS 등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소비자 중에서는 공식 수입원의 AS를 중시하고 사설 AS 이용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공식수입 제품과 병행수입 제품 간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병행수입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에선 각종 규제가 촘촘해 철저한 사전 조사 없이 모두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가습기 사태 등으로 인체에 유해한 성분에 대한 경각심이 높기 때문에, 규제를 사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화장품·식품·방향제 등의 경우 특별한 규제를 받는 경우가 많다. 공식 수입원은 시장을 키우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규제를 충족하지만, 병행수입업체는 본질적으로 ‘치고 빠지는’ 영업을 하므로 규제 대응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착안한 공식 수입원이 등록·신고·인허가 등의 규제를 충족하지 않은 병행수입업체를 고발해 형사상 처벌을 받게 하는 사례가 잦다.

 

마지막 방법은 공식 수입원이 온라인 플랫폼에 권리보호 신고를 해 병행수입업체의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N사와 C사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병행수입업체가 이를 이용하지 않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N사와 C사는 기업 이미지상 가품이나 법규 위반 제품을 취급하는 데 민감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를 하면 입점업체가 충분한 소명을 할 때까지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상황에 따라 N사, C사와 같은 플랫폼에 권리보호 신고를 하는 것이 민·형사상 소를 제기하는 것보다 ‘가성비’ 좋은 조치가 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병행수입업체가 병행수입 제품만 취급하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밖에 없다. 

 

이상으로 공식 수입원이 병행수입업체를 공격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살펴봤다. 그러나 다양한 공격에도 병행수입이 활발하다는 건, 병행수입업체가 공격을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음 칼럼에선 병행수입업체의 방어 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쓸비법] 민사소송서 가압류 신청하려면 "약점부터 파악하라"
· [알쓸비법] '징벌적 손해배상'이 바꾼 공정거래 판결 요즘 분위기
· [알쓸비법] '게임의 규칙'은 어떻게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었나
· [알쓸비법] 게임업계에 유독 표절 시비가 많이 생기는 까닭
· [알쓸비법] 국내 게임산업 보호한 '신야구' 표절 판결의 의미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