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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하늘의 나침반' 북극성이 특별한 진짜 이유

먼 별과 은하까지의 거리 재는 지표 되는 '세페이드 변광성' 중 가장 가까이 있어

2023.11.13(Mon) 10:36:09

[비즈한국]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야 하는 별이 있다. 북극성이다. (살짝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거의 정확하게 하늘의 북극을 겨냥하는 별이다. 그래서 북극성만 찾으면 나침반, GPS가 없어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북극성은 아주 밝은 별은 아니다. 겉보기 등급이 2등급 정도. 요즘처럼 뿌연 도시 하늘에서는 겨우 어렴풋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평소 하늘을 자주 보지 않는 사람에게 거대한 하늘에서 북극성을 찾고 방향을 잡는 건 꽤 난이도가 높은 도전이다. 물론 도시에서는 북극성만 보고 방향을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는 수백 년 전 항해사들이나 활용했을 하늘의 나침반 정도로 여기지만, 사실 북극성은 21세기 천문학자들에게도 중요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세페이드 변광성이기 때문이다. 먼 별과 은하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 그 첫 번째 이정표가 바로 북극성이다.

 

그저 평범한 별로 생각했을 북극성의 놀라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19세기 천문학자들은 북극성 주변 북쪽 하늘의 별 카탈로그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별들의 밝기, 등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체계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잘 알려진 별을 기준으로 그에 비해 얼마나 더 밝고 어두운지, 상대적인 밝기를 측정하는 방식을 썼다. 당시 피커링은 북쪽 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또 가장 정확하게 하늘의 북극을 겨냥하는 북극성을 표준성으로 활용했다. 주변의 다른 별들이 북극성에 비해 몇 배 더 밝고 어둡게 보이는지로 다른 별들의 밝기, 등급을 표준화했다. 

 

그런데 북극성을 표준성으로 잡는 것에는 큰 문제가 있다. 북극성의 밝기는 일정하지 않다. 북극성 자체도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화하는 변광성이다. 일부 천문학자들이 북극성의 밝기가 요동치는 것 같다고 의심을 했지만 19세기까지도 북극성의 변광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11년 천문학자 에즈나 헤르츠스프룽에 의해 북극성도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동하는 변광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는 북극성을 북쪽을 가리키는 하나의 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북극성은 별 세 개로 이루어진 삼중성계다. 북극성의 메인에 해당하는 별은 Polaris A다. 이 별의 질량은 태양의 5배, 크기는 무려 태양의 35배를 넘는다. 전체 밝기는 태양의 1200배에 달하는 노란 초거성이다. 우리가 맨눈으로 북극성을 봤을 때 보는 별빛이 바로 이 별의 빛이다. 그 옆에는 약 18.8AU 거리에서 약 29.7년 주기로 태양 정도의 다른 별 Polaris Ab가 맴돈다. 이는 태양~천왕성 정도의 거리다. 그리고 훨씬 멀리 떨어진 2400AU 거리에 태양과 비슷한 또 다른 별 Polaris B가 쌍성을 이루는 Polaris A와 Polaris Ab 곁을 크게 맴돈다.

 

북극성은 가장 밝은 Polaris A와 그 곁을 맴도는 Polaris Ab, Polaris B로 이루어진 삼중성계다. 사진=NASA, ESA, N. Evans(Harvard-Smithsonian CfA), and H. Bond(STScI)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북극성을 보면 별 세 개가 모여 있는 삼중성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밝게 보이는 Polaris A 옆에 희미하게 숨어 있는 두 개의 작은 별이 함께 보인다. 한때 일부 천문학자들은 Polaris B보다도 더 먼 거리에서 Polaris A 주변을 맴도는 또 다른 동반성, Polaris C, D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측한 결과 그 별들은 Polaris A와 엮이지 않은, 단순히 같은 방향에서 겹쳐 보인 배경 별로 보인다. 

 

이 중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Polaris A가 바로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화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이다. 대략 4일 주기로 1.86등급에서 2.13등급까지 약 0.3등급의 진폭으로 밝기가 요동친다. 그런데 문제는 Polaris A의 밝기가 마냥 단순하게 요동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1963년 전에는 밝기의 진폭이 겨우 0.1등급이었다. 1966년이 되면서 그 정도는 더 작아져 0.05등급의 아주 미세한 진폭까지 이르렀다. 밝기 변화 폭이 요동쳤던 Polaris A는 2008년 들어 다시 빠르게 그 폭이 커졌고 이후 현재 수준까지 유지되고 있다. 

 

밝기 변화의 진폭뿐 아니라 그 주기도 미세하게 변하고 있다. 반세기에 걸친 관측 기록을 보면 Polaris A의 변광 주기는 해마다 약 4~5초씩 계속 늘어지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밝기가 요동치는 정도가 가장 약했던 1963~1965년에만 변광 주기가 늘어지지 않았다. 1965년이 지나면서 다시 꾸준히 변광 주기가 조금씩 늘어났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관측에 따르면 Polaris A의 변광 주기가 다시 줄어들고 있다. 특히 천문학자들은 그 곁을 도는 동반성 Polaris Ab가 가까이 접근하면서 변광 주기가 짧아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동반성이 접근하면 그 중력으로 별의 외곽 대기가 끌려가면서 변광 주기가 요동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변덕스러움은 천문학자들을 참 난감하게 만든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세페이드 변광성이기에 더 멀리에 있는 다른 변광성을 표준화할 좋은 잣대가 되리라 기대했지만, 북극성은 별 혼자가 아닌 세 개나 모여 있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주변 다른 별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인해 북극성은 복잡하면서도 미세한 밝기 변화 패턴을 보인다.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그리 만만치 않은 세페이드 변광성이다. 

 

북극성 삼중성계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NASA, ESA, G. Bacon(STScI)


북극성을 연구할 때 가장 난감한 점은 당황스럽게도 그 거리를 정확히 재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히파르코스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연주시차에 따르면 Polaris A는 약 430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허블, 가이아 우주 망원경으로 본 결과는 전혀 다르다. 다만 이 결과에도 문제가 있다. 가장 밝은 메인 별 Polaris A는 민감한 허블, 가이아에겐 지나칠 정도로 밝다. 그래서 이들은 Polairs A 대신 그 주변에 멀찍이 떨어져서 맴도는 희미한 별 Polairs B를 관측해 북극성까지의 거리로 대신한다. 가이아 위성은 이 별까지의 거리가 약 440광년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허블은 더 먼 520광년으로 추정했다. 

 

별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북극성처럼 별 여러 개가 서로의 곁을 맴도는 다중성계라면 더욱 중요하다. 별까지의 거리를 반영해 각 별이 그리는 궤도의 실제 규모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각 별이 얼마나 강한 중력으로 붙잡혀 서로 돌고 있는지, 즉 각 별의 더 정확한 질량과 나이까지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허블이 새롭게 제시한 Polairs B까지의 거리를 북극성까지의 거리로 적용해서 북극성을 구성하는 각 별의 질량과 나이를 새롭게 추정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Polaris B는 태양의 절반 정도, 약 20억 년 된 나이가 많은 별이다. 반면 메인 별인 세페이드 변광성 Polaris A는 그보다 훨씬 젊어 5000만 년밖에 안 된다. 즉 함께 중력으로 엮여 한 시스템을 이루는 두 별의 나이 차이가 무려 19억 5000만 년이나 나는 것이다! 이건 굉장히 이상하다. 보통 쌍성, 삼중성을 이루는 별들은 대개 하나의 가스 구름에서 함께 태어난 동갑내기들이다. 그런데 북극성 삼중성계를 이루는 별들은 그 터울이 너무 크다. 이건 일반적인 쌍성, 삼중성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이는 북극성의 아주 극단적인 출생의 비밀을 암시한다. 원래는 더 많은 다양한 나이의 별들이 섞여 있는 작은 성단, 또는 성협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다른 성단, 또는 우리 은하의 중력으로 인해 이 작은 성단은 해체되기 시작했다. 성단을 이루는 별들의 궤도가 복잡하게 요동치면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두 별이 가까이 맞부딪히는 일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태어난 시점이 전혀 다른 젊은 별 Polaris A와 늙은 별 Polaris B가 함께 만나 지금의 북극성 삼중성계를 구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가만히 하늘의 북극에 고정된 채 희미하게 빛나는 줄만 알았던 북극성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극적인 출생의 비밀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별이다. 우선 잘 알려져 있듯이 비교적 정확하게 별까지 거리를 잴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 변광 주기에 따라 비례해서 밝아지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간단한 관계만 활용하면 거리가 너무 멀어서 더 이상 연주시차로는 거리를 잴 수 없는 별도 거리를 유추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우리 은하를 넘어 수백 수천만 광년 거리에 있는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도 정확히 잴 수 있다. 

 

두 번째로 세페이드 변광성은 별의 진화를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별의 진화는 수억 년의 느린 템포로 벌어진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일생 동안 뚜렷한 변화를 보는 건 아주 어렵다. 그런데 세페이드 변광성은 수일 주기로 밝기가 요동친다. 인류는 수십 년, 수백 년간 쌓아놓은 관측 기록이 있어 수세기에 걸쳐 천천히 변화하는 변광 주기 자체의 변동까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세페이드 변광성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외곽의 물질을 벗겨내고 질량이 줄어들며 겪는 변화다. 이처럼 세페이드 변광성은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나마 가장 빠른 템포로 별의 삶을 보여준다. 가장 가까운 세페이드 변광성인 북극성이 특별한 이유다. 

 

우리의 태양이 가장 가까워 표면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별이라면, 북극성은 그나마 거리가 가장 가까운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태양계 바깥에서 가장 역동적인 별의 삶을 보여주는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abstract/526/2/2510/7271402?redirectedFrom=fulltext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18/03/aa32585-18/aa32585-18.html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13/02/aa20871-12/aa20871-12.html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515-5172/aad2d0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aa3f9/meta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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