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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증시로 몰리는 기관투자자들…해외 주식 비중 12년 만에 50% 넘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감소했던 해외 투자 다시 증가세…외국 주식 투자 크게 늘어

2024.03.01(Fri) 09:00:00

[비즈한국] 지난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 증시가 호황을 타면서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이 매입한 해외 주식과 채권 잔액이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우리나라 기관들이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전체 해외 투자 잔액 중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12년 만에 50%를 넘어섰다. 올해도 인공지능(AI) 글로벌 대표 기업인 엔디비아를 필두로 한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 플랫폼·테슬라)가 주가를 사상 최고치까지 끌어올리고 있어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사냥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화증권 투자 잔액에서 주식의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2011년(51.3%)이래 12년 만의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주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약세여서 자칫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은 물론 최근 강세를 보이는 일본 등 주변국으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오는 7월부터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세워 공시하도록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운용사와 외국환은행, 증권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 투자 잔액은 3877억 6000만 달러로 2022년 말(3652억 9000만 달러)에 비해 224억7000만 달러 증가했다. 2022년 외화증권 투자 잔액이 2019년(4076억 6000만 달러) 대비 432억 7000만 달러 감소했던 흐름에서 상승 반전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채권 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 24일)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세계 각국 증시가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피봇(정책전환) 시기를 살피자 세계 증시가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의 외화증권 투자 잔액도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증시 상승에 외국 주식 투자 잔액이 크게 늘었다. 외국 채권 투자 잔액은 지난해 1626억 달러로 전년(1638억 4000만 달러) 대비 12억 4000만 달러 감소한 데 반해 외국 주식 투자 잔액은 같은 기간 1731억 7000만 달러에서 1969억 3000만 달러로 237억 6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처럼 주식 투자 잔액이 급증하면서 전체 외화증권 투자 잔액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7.4%에서 2023년 50.8%로 늘어났다.

 

외화증권 투자 잔액에서 주식의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2011년(51.3%)이래 12년 만의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들이 주식보다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를 늘리면서 주식 비중은 하락세였다. 이에 외화증권 투자 잔액에서 주식 비중은 2016년 26.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되살아나자 기관투자자들은 주식 비중을 다시 늘리기 시작해 2019년 32.8%로 30%대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44.9%로 40%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각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외화증권 투자 잔액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디비아 등 빅테크의 힘에 연일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등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일본 주가마저 30여 년의 긴 침묵을 깨고 사상 최고치까지 오르면서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해외 주가 최고치 경신 소식에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주가는 유난히 올해 들어 약세여서 해외 투자자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2월 28일 2652.29로 장을 마쳤는데 이는 지난해 말(2655.28)보다 2.99포인트(-0.1%) 하락한 것이다. 다른 국가 증시들은 뜀박질하는 사이 한국 증시만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정부는 이에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2월 26일 발표했다.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고, 상장사들이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을 기업의 자율에 기대고 있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밸류업 프래그램을 발표한 2월 26일과 다음날인 27일 코스피 지수는 연속해서 하락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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