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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배달지 상세주소 비공개 둘러싸고 라이더와 갈등

라이더 "비선호 콜 싸게 해결하려는 꼼수" 배달의민족 "개인정보 보호 강화"

2024.03.05(Tue) 14:53:10

[비즈한국] 배달의민족이 콜 수락 전에는 라이더가 배달지 상세주소를 확인할 수 없도록 배차 시스템을 변경했다. 라이더들은 배민이 콜 수락률을 높이기 위해 꼼수를 썼다고 반발한다. 배민은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방침이었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이 콜 수락 전에는 라이더가 배달지의 상세 주소를 확인할 수 없도록 배차 시스템을 변경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아파트 동·호수 비공개…라이더 “공정위에 신고”

 

최근 배민이 콜 수락 전에는 라이더가 배달지 상세주소를 확인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라이더가 배차 시스템에서 아파트의 동, 호수 등 배달지 주소를 모두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상세주소가 가려진 도로명 주소만 확인하도록 달라진 것이다.

 

시스템 변경 후 라이더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배달기사 A 씨는 “물품운송계약에 있어 청약자인 배민은 알고 있는 전달지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 상세주소를 제공하지 않는 기망적 방법으로 배달기사에게 착오-선택을 강요해 업무를 위탁하려는 의도”라며 “배민이 배달지의 세부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더들은 배민이 시스템을 변경한 것을 두고 ‘기피콜의 수락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한 라이더는 “승강기가 없는 건물이나 공사현장 등은 배달기사들이 기피한다. 이런 배달지는 수락률이 떨어지다 보니 라이더들이 콜을 잡지 않는다”며 “배달 기사들은 권역 내 주소를 보면 배달지 위치를 대강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도로명 주소만 나와 배달지 짐작이 어려워졌다. 기피콜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일부 라이더는 배달소요 시간이 긴 배달지를 기피해왔다. 병원이나 대학교,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라이더 출입이 불가한 아파트 등은 도보 이동이 많은 탓에 기피 배달지로 꼽혔다. 앞서의 라이더는 “이런 곳은 라이더들이 콜을 잡지 않으면 거절 할증이 붙어 점점 단가가 올라간다”며 “배민이 상세주소를 가려 라이더가 배달지를 선택하기 어려워졌고, 배민 입장에서는 기피 배달지의 단가를 높이지 않고도 라이더를 배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배달 단가를 낮추려는 배민의 꼼수가 아니겠냐”라고 지적했다.

 

일부 라이더들은 배민의 갑질이 선을 넘었다며 공정위에 민원까지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는 다리가 불편해 계단을 많이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다. 그 라이더는 상세주소를 확인하지 못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높은 층으로 배달을 가게 되면 부득이하게 수락했던 콜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콜 취소가 많아지면 페널티를 받게 된다. 페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배달을 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엄연한 플랫폼의 갑질 아닌가. 공정위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배민 측은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시스템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와 지난해 자율규약을 맺었다. 배달지 주소를 미노출하는 것이 자율규약의 권고사항에 있다 보니 그에 맞춰 시스템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 측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시스템을 변경했다는데, 업계에서는 라이더의 노동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고객 개인정보 보호” vs ​라이더 노동권 침해

 

배차 시스템에서의 주소 노출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다. 개보위 관계자는 “배달지 주소가 모두 노출될 경우,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이 보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용자 정보 보호를 위해서 배달을 수락한 라이더에게만 상세 주소를 노출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인권연구소에서도 “상세 주소가 배달 수행에 필수적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는 정보라면 개인정보 침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상세주소 비노출은 라이더의 노동권리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라이더는 플랫폼에 종속된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맺어 일을 수행한다. 개인사업자는 종속된 노동자가 아닌 만큼 콜을 거절할 자유나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하는데, 상세주소 비노출이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플랫폼이 개인정보보호를 빌미로 라이더에게 콜 수행을 반강제적으로 강요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플랫폼노조 및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플랫폼노동희망찾기 관계자는 “배달지 주소의 미공개로 라이더는 반강제적으로 콜을 수락하게 됐다. 콜을 수락한 뒤 상세주소 확인 후 거절을 하면 횟수에 따라 계정 정지 등 일종의 징계를 받게 된다”며 “이는 결국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을 높이는 행태다. 노동법상 프리랜서에게는 콜 수락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라이더가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판결이 늘고 있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프리랜서라면 콜을 거절할 자유나 권리를 무한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휘감독이나 감시, 통제의 관계가 성립되면 노사관계에 해당된다고 본다”며 “플랫폼은 양손에 떡을 쥐고 싶어한다. 노동법상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일명 ‘똥콜(기피콜)’을 해결해 시장 점유율은 높이고 싶은 것이다. 라이더를 근로자로 고용할 것이 아니라면 콜을 선택하거나 거절할 자유를 완전히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 및 라이더 노동권 보호의 차원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보인권연구소 관계자는 “결국 정보 공개의 범위가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일 것 같다. 라이더가 선택권을 침해 받지 않을 정도로 주소지를 공개하면서도 개인(고객)을 특정할 수 없게 범위를 조정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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