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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상품권? 현금 주세요…면접비의 세계

2016.07.29(Fri) 17:58:53

“면접 보시느라 많이 긴장되셨죠? 오늘 보여주신 열정과 의지로 도전한다면 세상 그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많지 않은 면접비지만 친구들과 소주 한 잔, 시원한 맥주 한 잔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한 기업의 쪽지다. 그동안 면접비 한 푼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던 구직자들은 면접비 5만 원과 함께 짧은 쪽지를 동봉한 기업의 배려에 열광했다. 구직자들에게 면접비는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 면접비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이유다.

최근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의 면접비 지급 의무화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면접비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들의 면접비 지급 의무화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출처=tvN <미생> 캡처

취준생들은 면접비가 구인 과정에서 회사가 마땅히 사용해야 하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토로한다.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면접 한 번에 드는 비용(교통·숙박·식비 등)은 평균 6만 원 이상. 그럼에도 기업으로부터 면접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8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대개 면접비를 주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고 취준생들은 말한다. 또 수시채용의 경우 대기업도 면접비 대신 기념품 정도를 주거나 아예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취준생들은 면접비가 절실하다. 서울에 있는 기업들이 많아 면접을 보기 위해서는 교통비, 식비, 숙박비까지 합쳐 못해도 1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채 시즌에는 보통 수십 군데의 기업에 지원하기 때문에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방에 거주하는 윤 아무개 씨(29)는 “총 38번의 면접을 봤는데 공채는 그나마 면접비를 주는 편이지만 수시채용은 잘 주지 않는다. 한 공기업에서는 면접비 대신 노트 한 권을 받은 적도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취준생들은 오전에 면접이 있으면 전날 숙박이 필수적인데 면접비용이 너무 들어 면접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구직자가 취직을 위해 돈을 쓰듯 회사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비용으로 면접비를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취업포털 ‘사람인’이 올해 신입사원 채용 기업 1662개사를 대상으로 면접비 액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2만 6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에서는 지원자들에게 면접비 대신 상품권, 자사 제품, 기념품 등을 지급한다. 대표적으로 크라운제과는 자사 제과 10종류, 대한항공은 여권케이스와 비행기 모형 등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취준생들은 대개 달갑지 않다. 수입이 없는 취준생의 경우 면접을 위해 투자한 비용을 당장 유통 가능한 현금으로 보상받는 게 절실하다.

한 취준생은 “상품권은 사용처도 제한되어 있어 너무 불편하고, 대기업의 경우 자사 계열사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솔직히 계열사 간 팔아주기가 아닌가 싶다”며 “한 친구는 게임회사 면접을 봤는데 하지도 않는 자사 게임쿠폰 줘서 무척 불만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직자의 입장에서 돈을 바라고 면접을 보러가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면접비가 회사의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전에 봤던 회사는 면접비와 ‘수고하셨다’는 쪽지를 함께 줘 정말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면접비는 그 기업의 호감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취준생들은 회사에서 면접비 대신 자사 제품을 제공하는 이유가 재고 처리를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받은 물건 중 유독 인기가 없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황혜진 씨(여·29)는 “공연 상품권, 화장품 세트에서 살충제까지 현금보다 제품을 받은 경우가 더 많다. 당연히 현금이 더 좋지만 아예 아무것도 주지 않는 기업이 60% 이상이었기에 큰 불만은 없다”며 “그렇지만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몇 달 안 남거나 공연 티켓도 기한이 촉박한 경우가 많아 재고 처리의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돈이 급한 일부 취준생들은 면접비 대신 받은 물품이나 상품권 등을 중고마켓에 판매하거나 상품권 거래처에서 현금으로 바꾸기도 한다. 고 아무개 씨(29)는 “면접비로 주유 상품권을 받았는데 사용처가 한정적이다 보니 상품권 거래처에서 현금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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