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동명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빗썸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대규모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 의무가 생긴다. 빗썸의 동일인으로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지정되면서, 이 전 의장의 가족회사 현황이 공개됐다. 이 전 의장은 빗썸의 실소유주로 불리면서도 대외적인 행보는 묘연했는데, 개인 회사와 가족 회사를 적극 운영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빗썸이 2025년 대기업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매년 자산 총액 5조 원이 넘는 기업집단을 선정한다. 빗썸은 92개 대기업 집단 중 90위에 올랐다. 대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 의무가 생긴다. △기업집단 현황 공시 △비상장사 주요 사항(최대 주주, 지배구조 등) 공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등이다. 기업집단이란 동일인이 사업을 지배하는 2개 이상의 회사 집단으로, 이때 동일인이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나 법인을 뜻한다.
공정위가 빗썸의 동일인을 창업주인 이정훈 전 의장으로 보면서, 이 전 의장의 가족 회사가 공개돼 업계의 눈길을 끈다. 빗썸이 공시한 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이 전 의장 본인 혹은 친인척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는 △마태 △마태플라워 △아론컴퍼니 △온가드 △재담 △와이즈플래닛 6개사다. 이 중 마태는 6월 24일 자로 청산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수년 동안 빗썸과 관련해 대외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개인 회사와 가족 회사를 적극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코인 상장 사기 혐의를 받던 이 전 의장은 2020년 9월 빗썸(옛 빗썸코리아)과 빗썸홀딩스 등기임원에서 사임한 이후, 2023년 10월에야 빗썸홀딩스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앞선 회사들의 업종을 보면 마태플라워와 아론컴퍼니는 경영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을, 온가드는 경비 및 경호 서비스업을, 재담은 상품 종합 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와이즈플래닛은 금융회사로 분류됐다.
이 중 와이즈플래닛과 재담은 이정훈 전 의장의 개인 회사다. 와이즈플래닛의 최대 주주는 지분 80%를 가진 재담이며, 이 전 의장은 재담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2019년 12월부턴 사내이사를 맡았다. 와이즈플래닛의 나머지 지분 20%도 이 전 의장이 보유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은 2월 3일 와이즈플래닛의 사내이사로 취임하면서 대표도 맡게 됐다. 와이즈플래닛은 김영진 빗썸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있었으나, 이 전 의장이 취임한 날 이사직을 사임했다. 현재 등기임원은 이 전 의장이 유일하다.
아론컴퍼니, 마태플라워, 온가드는 이 전 의장 배우자인 김 아무개 씨와 그의 친인척과 관련된 회사다. 김 씨는 아론컴퍼니와 마태플라워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두 회사의 등기임원도 김 씨 어머니 등 가족이 맡았다. 아론컴퍼니는 2020년 3월, 마태플라워는 2020년 8월에 설립한 회사다. 이정훈 전 의장은 두 회사 지분의 절반을 각각 재담과 와이즈플래닛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감사이기도 하다.

이들 회사 중 매출이 나오는 곳은 경비 업체 온가드가 유일하다. 온가드의 2024년 매출은 약 6억 4500만 원으로, 모두 빗썸과의 수의계약에서 나왔다. 영업손실은 3500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론컴퍼니는 실적이 아예 없었다. 재담은 영업손실 6700만 원에 1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 11억 원이 넘었다.
와이즈플래닛은 영업손실 3500만 원에 당기순손실 1억 8800만 원을 기록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와이즈플래닛은 6월 23일 이정훈 전 의장으로부터 자산운용 명목으로 250억 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2024년 기준으로 흑자를 낸 곳은 마태플라워가 유일하다. 마태플라워는 매출 없이 영업손실만 1억 900만 원이었으나, 기타수익이 3억 1700만 원으로 당기순이익은 흑자(1억 8900만 원)를 기록했다.
마태플라워는 빗썸과 동일한 곳에 투자하기도 했다. 빗썸은 벤처캐피털 회사인 빗썸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자동차용 부품 회사 아이윈, 생활용품 업체 바른손 등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해 왔다. 마태플라워 또한 2023년 11월과 2024년 2월 각각 바른손과 아이윈의 전환사채를 취득했다. 아이윈 투자의 경우 빗썸이 전환사채를 취득한 날과 같은 날 이뤄졌다.
한편 빗썸은 대기업 집단 지정과 본사 이전을 변화의 기점으로 삼는 모양새다. 빗썸은 8월 중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빗썸금융타워’로 본사를 이전하는데, 이를 앞두고 업계 최초로 입주자의 임대료를 6개월간 일부 면제하는 상생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8월 1일 신사옥 로비에 ‘빗썸투더문카페’를 열고, 본사 이전에 앞서 회원을 초대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7월 23일에는 거래소 회원을 대상으로 대기업 지정의 의의를 밝히기도 했다. 빗썸은 자사를 ‘빗썸금융그룹’으로 칭하며 “이번 대기업 지정은 거래 플랫폼을 넘어 공인된 경제 주체로서 위상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며 “법적 책임과 사회적 기대를 함께 짊어지는 기업이며,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더욱 엄격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받는 위치에 섰다”고 공지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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