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서울 강남 3구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부동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의 2025년 1~5월 증여 건수가 총 898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428건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23년 같은 기간 279건과 비교하면 3.2배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똘똘한 한 채'를 매도하지 않고 가족에게 증여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강남권 부동산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오를수록 팔지 않는다’는 학습 효과가 확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고강도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 희망자가 줄어들면 강남 집주인들이 싼값에 아파트를 팔기보다는 장기 보유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초구의 증여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2024년 1~5월 157건에서 2025년 같은 기간 603건으로 무려 284%나 급증했다. 이는 한강변 신축 아파트가 많은 서초구의 특성상 고가 부동산 보유자들이 증여를 통한 절세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강남구는 127건에서 155건으로 22% 증가에 그쳤고, 송파구는 144건에서 140건으로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대출 규제 강화가 불러온 나비효과
6.27 대출 규제 이후에도 증여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25년 7월 1일부터 25일까지 강남 3구에서 이뤄진 증여 건수는 119건으로, 올해 상반기 월평균 111.7건을 상회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8% 증가했다. 이는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자산가들이 ‘부모 찬스’를 통한 증여를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로 젊은 세대의 주택 구입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부모 세대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으면 강남권 아파트 구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사업자 명의 대출, 전세 승계 거래, P2P 대출, 가족 간 증여 등 편법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종의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절세를 위한 부부 간 증여 확산
강남권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절세를 위한 부부 간 증여도 많아지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부 공동명의일 때 각자 9억 원씩을 공제받아 총 18억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윤수민은 “강남 아파트 몸값이 워낙 커지다 보니 자산 배분 차원에서 부부가 공동명의로 바꾸고 있다”며 “공시가격이 오르는 만큼 보유세도 증가하기 때문에 압박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이 2024년 20억 4200만 원에서 2025년 15억 5600만 원으로 하락하면서 부부 공동명의 소유자들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2024년 226만 원의 종부세를 냈던 이 아파트 소유자들은 2025년에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증여세 절세의 기본 원리와 핵심 전략
부동산 증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여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재산공제는 수증자 기준으로 10년 이내 합산하여 적용된다. 배우자의 경우 10년간 6억 원까지, 성인 자녀는 5000만 원까지, 미성년 자녀는 200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다.
증여세 절세의 첫 번째 원칙은 분할이다. 증여세는 10%에서 50%까지의 누진세율 구조로 되어 있어, 증여받는 사람이 여러 명일수록 각자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들에게만 2억 5000만 원을 증여하면 공제금을 제외하고도 2억 원에 20%의 과세구간이 적용되지만, 아들에게 1억 5000만 원, 며느리에게 1억 원으로 나눠 증여하면 각각 10% 과세구간을 적용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원칙은 10년 주기 증여 계획이다. 증여재산공제는 10년마다 리셋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부동산과 같은 고가 자산의 경우, 10년 단위로 나눠서 증여하거나, 부동산을 일부 지분으로 나눠서 점진적으로 증여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부담부증여-고급 절세 전략의 핵심
부동산 증여 절세에서 가장 주목받는 방법 중 하나가 부담부증여다. 이는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해당 부동산에 설정된 전세보증금이나 대출 등의 채무를 함께 넘기는 방식이다. 부담부증여의 핵심은 채무 부분은 증여가 아닌 양도로 처리되어, 전체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절세 효과를 살펴보면, 시가 6억 원인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2억 원이 설정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일반 증여 시 자녀가 부담해야 할 증여세는 약 1억 원이지만,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부모가 약 1500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고 자녀는 약 6000만 원의 증여세만 부담하면 된다. 총 세금이 약 7500만 원으로 줄어 약 2500만 원의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부담부증여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증여받는 자녀가 반드시 자력으로 승계받은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추후 부모가 채무를 대신 상환할 경우, 해당 금액은 다시 증여로 보아 추가 증여세와 가산세가 부과된다. 또한 부모가 1세대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채무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부담부증여의 절세 효과가 더욱 커진다.
#부모 찬스‘ 활용 시 세무 리스크 관리
국세청은 지속적으로 편법증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에만 227명에 대해 편법증여 혐의로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주요 적발 사례로는 자녀를 병원에 위장취업 시키고 허위 급여를 지급한 경우, 자녀의 부동산담보대출을 부모가 대신 상환한 경우, 차용증은 작성했지만 실제로는 이자나 원금을 상환하지 않은 경우 등이 있다.
가족 간 자금 거래를 차용으로 처리하려면 정식 차용증 작성, 현재 법정이자율 연 4.6% 적용, 계좌이체를 통한 원금과 이자의 실제 상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무이자로 대출할 경우 연간 1000만 원을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증여세는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며, 기한 내 신고 시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받을 수 있다. 자칫 신고를 누락하면 가산세가 부과되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전략적 대응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증여 급증 현상은 단순한 절세 목적을 넘어,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 환경에서 자산가들의 전략적 대응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대출 규제 강화, 정책 불확실성 증가, 세제 변화 등 복합적 요인들이 ’부모 찬스‘를 통한 증여 확산을 이끌고 있다.
정부가 당장 부동산 세제 개편에 나서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고가 아파트 보유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여 트렌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공적인 부동산 증여를 위해서는 기본 공제 한도 최적 활용, 10년 주기 장기 계획, 부담부증여나 저가양도 등 고급 전략 활용, 세무 리스크 철저한 관리 등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증여는 개별 상황에 따라 최적 전략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부동산 세무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올바른 전략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합법적이고 효과적인 절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부모님 찬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가족의 재산을 지키고 늘리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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