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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유럽-남미-한국 축구문화의 융합' U-20 월드컵 결승전 직관기

예상과 달리 일부 좌석 매진…잉글랜드, 베네수엘라 응원 열기에 외국에 온 듯

2017.06.12(Mon) 18:02:42

[비즈한국] 어린 ‘삼사자 군단’이 51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5월 20일 개막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잉글랜드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는 결승전다운 화끈한 경기를 선보이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비즈한국’이 직접 찾았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를 꺾고 우승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지난 11일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도 수원의 수원월드컵경기장. U-20 월드컵 기간 내내 한국대표팀 경기를 제외한 다른 팀 경기는 관중이 많이 들지 않아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기자 역시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경기장을 향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킥오프 1시간 전인 오후 6시에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파가 북적였다. 매표소에는 ‘CAT1 전석 매진’ ‘CAT2 및 피버 존(FEVER ZONE) 1층 매진, 2층 구매 가능’이라는 알림이 적혀 있었다. 매진은 예상치 못해. 예매를 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예상과 달리 일부 좌석은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파가 북적였다. 사진=민웅기 기자


국제대회인 만큼 외국 관중들도 많았다. 몇몇은 얼굴에 페인팅을 하거나, 잉글랜드 국기 또는 베네수엘라 국기를 망토처럼 두르는 등 만반의 응원 준비를 갖췄다. 잉글랜드 버밍엄에서 살고 있다는 잭은 열흘 전 한국에 도착했다. 그는 “월드컵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준결승부터 관람했다”며 “결승에 올라올 것을 의심치 않았다. 오늘도 잉글랜드가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잉글랜드에서 온 영국인들이 응원 준비를 마치고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민웅기 기자


저녁식사 시간이라 요깃거리가 간절해졌다. 수만 명이 운집한 만큼 음식을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기장 안팎에 푸드트럭·매점 등이 세워졌지만, 어디든 10m 이상 줄이 늘어섰다. 경기장 입구에서는 안전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가방 검사까지 하며 외부음식 반입을 철저히 검사하고 있었다. 경기시간이 촉박해져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경기를 관람해야 했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전후좌우 관중석을 둘러봤다. 영국인들의 이색적인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기자가 잉글랜드에서 EPL을 직관했을 때 영국 사람들은 경기 중 관중석에서 술이나 음료를 거의 섭취하지 않았다. 대신 경기 시작 전 이미 경기장 밖에서 얼큰하게 취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한국의 스포츠 관람 문화에 익숙해져서 였을까. 두 손 가득 맥주를 사와 관중석에서 마시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오후 7시,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결승전이 시작됐다. 전반전은 도미닉 칼버트-르윈과 도미닉 솔란케를 중심으로 잉글랜드가 경기를 주도하며 호시탐탐 베네수엘라의 골대를 노렸다. 관중석에서도 잉글랜드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호응에 대답하듯 전반 35분 공격수 칼버트-르윈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가 앞서 나갔다. 

 

베네수엘라의 역습도 날카로웠다. 잉글랜드보다 먼저 득점에 성공할 뻔도 했다. 전반 24분 잉글랜드 페널티박스 앞 중앙지점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였다. 골대까지 거리는 좀 있었지만, 충분히 직접 슈팅을 시도해볼 만했다. 

 

잉글랜드의 골키퍼 프레디 우드먼은 키커 앞 수비벽만 신경쓸 뿐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었다. 기자가 ‘골키퍼가 저렇게 포지셔닝을 잡으면 안 될 텐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베네수엘라의 키커 루체나가 빠르게 프리킥 슈팅을 가져갔고, 공은 그대로 골키퍼를 지나 골문으로 향했지만 골대를 때리고 말았다. 잉글랜드 선수들과 팬들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이었다.

 

후반전은 시작부터 양 팀이 격돌하며 난타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공수가 정신없이 바뀌며 치고받았다. 점차 경기를 베네수엘라가 주도했다. 페냐란다, 코르도바, 페냐를 중심으로 한 공격에 잉글랜드 수비진은 우왕좌왕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국기까지 두르고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팬. 사진=민웅기 기자


숨죽여 있던 베네수엘라 팬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 베~네수엘라’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관중석 여기저기에 베네수엘라 국기가 나부꼈다.

 

후반 28분 잉글랜드의 수비수 클라크-솔터의 반칙으로 베네수엘라가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베네수엘라를 향한 함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페냐란다의 페널티킥 슛을 골키퍼 우드먼이 환상적인 선방으로 막아낸 것이다. 우드먼이 잉글랜드 우승의 불안요소라고 평가한 기자를 ‘축알못(축구 알지 못함)’으로 만든 장면이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환호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됐다. 드넓은 경기장의 관중석을 네 바퀴나 둘렀지만 멈추지 않았다. ‘멈출 때 됐지 않았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였다.

 

이는 승패와 상관없이 치열한 경기를 펼치는 양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관중들이 응원을 보낸 것이다. 후반 45분 베네수엘라의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골키퍼 파리네스가 상대 진영 페널티박스까지 올라와 드리블에 이은 슈팅을 선보이자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경기 결과는 1 대 0, 잉글랜드의 우승으로 끝났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펼쳐진 1966년 월드컵 이후 51년 만에 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일궈냈다.

 

잉글랜드에서 온 마티는 잉글랜드 선수들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며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한국까지 와 결승전을 본 보람이 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한국을 여행하던 중 베네수엘라가 결승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는 베네수엘라인 사니야는 “져서 속상하긴 하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원래 강팀이라 크게 아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축구장을 찾은 김재원 씨는 “한국에서 열리는 큰 스포츠 이벤트라 아이들에게 경험을 쌓아주고자 찾았다”며 “두 팀 모두 결승전다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전은 잉글랜드가, 후반전은 베네수엘라가 경기를 주도했다. 그러다 보니 잉글랜드의 골 장면, 베네수엘라의 PK, 그에 따른 선방 등이 모두 N석 앞에서 발생했다. 그쪽에 앉을걸 그랬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승 세리머니 후 대회 마무리를 하는 잉글랜드 U-20 대표팀 선수들. 사진=민웅기 기자


예상치 못한 우승으로 잉글랜드 U-20 대표팀은 ‘황금세대’로 급부상했다. 이번 대회 MVP로 뽑힌 도미닉 솔란케 등은 소속팀으로 돌아가 더 큰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 높아진 기대만큼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P.S. 

 

수원월드컵경기장이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선정되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 걱정이 하나 제기됐다. 바로 그라운드 잔디 상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흙바닥이 그대로 노출되는 등 K리그 팬들 사이에서 가장 잔디 관리가 엉망인 곳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였다. 지난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 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최종예선 카타르와의 경기를 앞두고 주장 기성용은 “잉글랜드 3부리그 경기장보다도 잔디가 안 좋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를 자랑했다. 중간중간 흙빛이나 움푹 파인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프타임에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요원들이 잔디 보수를 하고 있다. 사진=민웅기 기자


이날 전반과 후반 중간 하프타임에도 관리요원들이 양동이를 들고 나와 파인 잔디를 보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보니 그동안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관리를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수원블루윙즈의 K리그클래식 홈경기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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