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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누드펜션 파문 그 후 '자연주의 동호회' 정모 사건 전말

누드펜션 논란 이후 신규회원 급증…배려 강조하는 자연주의 본질과 어긋나

2017.08.04(Fri) 15:29:05

[비즈한국] 충북 제천의 한 시골마을을 발칵 뒤집어놓은 ‘누드펜션’​이 결국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당초 사유지에서 상호 합의 하에 벌거벗고 있는 것만으로는 불법이 아니어서 이렇다 할 제재 수단이 없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결국 관계당국이 합심해서 ‘방법’을 찾았다. 제천시가 미신고 숙박업소임을 확인해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 경찰은 펜션 주인은 물론 투숙객에게는 공연음란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펜션 운영은 앞으로도 결코 녹록지 않아 보인다. 누디즘 혹은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의 기본권 침해가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을 법한데, 의외로 이들을 옹호하는 인권단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누디즘이 문화 혹은 정치적 운동으로 받아들여짐에도 말이다. 누디즘은 국제자연주의연맹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나아가 철학, 문학 등 각종 학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누디즘이 타인에게 민폐를 주는 음란한 행위쯤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누드 비치나 누드 산림욕장과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누디즘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제천 누드펜션 사건 이후 벌어진 웃기 힘든 숨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 벌거벗고 치맥에 우유 목욕? 알고 보니…

 

제천 누드펜션이 보도된 이후 해당 펜션 홈페이지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함께 하루 종일 먹통이 되는 일이 허다했다. 대부분 호기심에 의한 방문이었지만, 관련 커뮤니티 및 카페 역시 회원 가입이 줄을 이었다.

 

갑자기 커뮤니티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운영자로 보이는 한 회원이 모바일 메신저에 ‘자연주의 동호회’라는 이름의 단톡방을 개설하고 해당 주소를 올렸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회원들이 대화에 참여했다. 각자 공공장소에서 나체 경험 등을 이야기하며 활발히 운영됐다.

 

그러던 중 이 단톡방을 개설한 20대 여성 회원이 정모(정기모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많은 남성 회원들이 열렬히 호응했고,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까지 잡으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가지 이상했던 점은 정모 날짜와 시간이 일요일 오후 9시였고, 장소가 천안역 인근의 한 시골 마을이었다는 점이다.

 

누디즘을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문란한 성적 행위를 위한 준비 운동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모임에서 모두 벗고 치맥을 즐긴 뒤 우유 목욕과 마사지 등을 같이 하자며 회원들의 참석을 독려했다. 실제로 이날 정모에 참석하기로 한 사람은 총 3명. 단톡방 운영자 20대 여성과 그녀의 친구, 그리고 서울에 사는 30대 남성뿐이었다. 일정이나 장소가 다소 수상한 데다가, 첫 모임인 만큼 선뜻 용기 내는 사람이 없었다. 이 남성은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해 모임 장소로 향했다.

 

약속 시간인 저녁 9시가 되자마자 갑자기 정모에 참석하기로 한 30대 남성이 단톡방에서 강제로 추방됐다. 다른 회원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대답 대신 단톡방 이름이 ‘낚시동호회’로 변경됐다. 그제야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장난이었음을 깨닫고 황당해 했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기존 동호회 회원이 아닌 호기심에 가득 찬 신규 회원이다. 겉으로는 자연주의에 관심을 표시했지만, 낚시임이 밝혀지자 대부분 남성 회원들은 성적인 욕설과 농담을 하고 단톡방을 빠져나갔다. 이들 대부분은 자연주의 활동의 핵심인 나체를 성적 행위의 전 단계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 진짜 누디즘은 어떻게 하는 걸까

 

누디즘에 관대하건, 관대하지 않건 간에 그 어떤 나라에서도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는 행위는 용인되지 않는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나체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강렬히 던지는 급진적 누디즘도 있지만, 이는 보통 시위 방법의 하나 정도로 간주된다. 물론 각국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국제자연주의연맹에 따르면 누디즘은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환경을 존중할 의도를 가지고, 다 같이 옷을 벗는 행위를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이다.

 

하지만 앞서의 펜션이 위치한 봉양읍 학산리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곳 펜션을 찾은 자연주의 동호회 회원들은 곧잘 옷을 벗고 펜션 밖을 돌아다니거나, 옷을 벗은 상태에서도 거리낌없이 마을 주민들과 눈을 마주쳤다고 한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60~70대 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아니라 매우 불쾌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누디즘은 폭력일 뿐이다. 이는 나체에 비교적 관대한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은 단지 옷을 입은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자연주의를 추종하는 다른 사람도 포함된다. 따라서 당연히 자연주의와 성적인 행위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상호 합의하에 옷을 벗었다고 해서 동의하지 않은 접촉이 이뤄지면 당연히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비교적 누드에 관대한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나체는 일종의 콘텐츠이자 레크리에이션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다 같이 나체 혹은 부분 나체가 되어 축제, 스포츠, 놀이문화 등을 즐긴다. 가령 나체로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식물이나 정원을 가꾸는 등의 활동이다. 즉, 일종의 사회적 맥락과 공감대가 존재한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이벤트는 당분간 하기 어렵다. 시작도 하기 전에 반대 단체의 격렬한 시위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다.

 

결국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전까지 누디즘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국제자연주의연맹에 가입된 국가 중 아시아에는 태국과 인도밖에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이유다. 아무리 순수한 누디즘이라 할지라도 아직 우리 사회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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