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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에 '실효성' 논란…막강 공수처 둘러싼 법조계 시선

최대 120명, 과거 대검 중수부와 맞먹어…수사기관 간 경쟁 유도라는 시각도

2017.09.19(Tue) 18:04:45

[비즈한국]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제3의 독립 수사기관’이 윤곽을 드러냈다. 8월 9일 출범한 법무부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고위 공직자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밑그림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정부안이 나오면서 공식적인 ‘검찰개혁 선봉장’ 역할에 대한 기대가 나왔지만, 실효성 논란이 뒤따르면서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한인섭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9월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에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판·검사 등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공수처는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권력형 범죄의 모든 것을 수사한다.”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 개혁위는 지난 18일 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존 제도로는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방지할 수 없으므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구 설치가 필요하며, 검찰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큰 틀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수사로 잘 알려진 특검제도와 비슷하다. 검찰과 별도로 수사를 벌일 수 있으며 기소권·공소 유지권 등을 모두 갖고 있다. 특검은 특정 사건을 한시적으로 전담하는 임시 조직이지만 공수처는 상시 ‘기구’로서 검찰과 업무영역을 나눠 맡는다. 

 

개혁위 권고안을 보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검사만 최대 50명, 수사관 70명 등 총 120여 명의 수사 인력을 꾸릴 수 있다. 검사 50명은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3차장 산하 조직, 과거 대검 중수부(각 60여 명)와 맞먹는 규모다. 앞서 국정농단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은 총 100여 명(검사·수사관 포함)으로 짜여졌다.

 

수사 대상도 넓다. 대통령을 비롯한 5부 요인과 판사, 검사, 장성급 장교, 경무관급 이상 경찰, 국정원 소속 공무원 등이 포함돼 있다. 현직뿐 아니라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도 포함된다.  

 

수사하는 범죄는 뇌물수수·직권남용·직무유기와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국회 위증, 공직선거법상 공무원 선거운동, 공갈, 강요 등이 포함됐다. 공직 업무에 관련된 모든 범죄가 수사 대상이다. 특히 검사나 경찰 고위간부는 모든 일반 범죄까지 수사 대상이 된다. 

 

수장인 공수처장은 모든 고위 공직자 수사에 우선권을 갖는다. 국무회의 출석·발언권, 의안제출 건의권까지 갖고 있어, 정부 정책 결정에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신설안이 나오자마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슈퍼 수사기관’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공수처 설치는 새 정부가 강조하는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이 신설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엔 한계가 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부상할 수 있는 데다, 실무적으로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검찰 머리 위의 검찰’이라는 옥상옥(屋上屋) 문제다. 공수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20조(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이 조항을 보면 ‘검찰·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의 수사에 착수한 경우, 지체 없이 요지를 공수처장에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공수처장은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다른 수사기관은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수처장의 이첩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 ‘그 밖의 특별한 사정’ 등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을 추상적으로 명시했다. 공수처가 각 수사기관의 상급기관으로 부각될 가능성뿐만 아니라 기관 간의 혼선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한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가 2인을 추천하면 그중 한 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구조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뽑으면 ‘정권의 하청 기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공수처장 자격제한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법학교수는 “공수처장 자격 요건을 보면 검찰 출신이나 변호사 자격자 중 15년 이상 법조경력으로 되어 있다. 매번 처장은 검찰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제 식구 감싸기’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감한 개혁을 하는 만큼 처장 자격도 파격적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을 제한한 것도 논란거리다. 권고안을 보면, 공수처 검사는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다. 1년간 변호사로서 공수처 사건의 수임도 금지된다. 앞서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사들이 공수처행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공수처에서 근무하다 퇴직하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변호사를 개업해 공수처와 관계없는 일을 맡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도입한 자격 제한이 수사 인력 유입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정보 수집도 지적된다. 공수처가 우선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 고위공직자의 비리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지 않고 검찰·경찰의 정보에 의존한다면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수사의 시작은 제보·고발 등으로도 시작할 수 있지만, 그동안 드러난 고위 공직자 관련 비리는 수사기관의 첩보나 내사 단계에서 확인된 경우도 적지 않다.

 

개혁위 권고안을 보면, 이미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의 수사에 착수하면 지체 없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첩보 입수나 내사 단계에서 검찰·경찰이 공수처에 이를 알리지 않을 경우에 대한 내용은 뚜렷이 정해지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는 수사사실이 공개된다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 은밀하게 진행된다”며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무원 비리 정보를 입수하거나 내사할 때, 이를 무조건 공수처장에게 보고하고 판단을 기다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외에도 공수처 활동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들도 꼼꼼히 개선·보완해야 기구 도입 취지가 흐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수처 권고안 도출 과정을 잘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 도입의 근본 취지는 검찰 개혁”이라고 강조하며 “검찰 개혁은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만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투명한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옥상옥 우려에 대해서는 엄격히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 검사의 퇴직 후 취업 제한의 경우, 기존 검사들의 진입장벽을 높여 옥상옥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수처 검사 자격은 변호사 자격증 외에 별도의 경력 요건은 없다”며 “또 경찰·검찰도 고위 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에 모든 권한이 집중된다기보다는 수사기관 간에 적극적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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