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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점 예스24·알라딘의 '당일배송'은 허풍이었나

당일배송 안 지켜짐에도 배달시간 조작해 성공률 95~98% 자랑

2017.11.14(Tue) 18:52:16

[비즈한국] ‘지켜지지 않을 약속’. 한국전쟁 때 헤어진 이산가족의 ‘우리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아니다.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서점이 지켜지지 않음에도 계속 ‘당일배송’을 홍보하고 있어서다. ‘비즈한국’이 온라인서점들의 당일배송 성공률을 직접 시험해 봤다.

 

온라인서점의 당일배송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진=예스24 광고


당일배송에 대한 의구심은 기자의 평소 경험에서 시작됐다. ‘오늘은 저녁에 아무 약속이 없으니 이 책을 읽어야겠어’라고 결심한 순간에 독서열의가 가장 높기 때문에 빨리 손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를 번번이 빗나갔다. 

 

# 사무실서 당일배송 주문하자 5일 만에 도착

 

예스24와 알라딘은 당일배송을 홍보하고 있다. 양사 모두 ‘당일출고’가 가능한 서적의 경우 서울지역은 오후 3시 이내 주문하면 당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두 업체의 경쟁 때문에 주문 가능 시간이 어느 순간 같아졌다. 

 

당일배송은 오피스빌딩 내 사무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예스24는 홈페이지에서 ‘사무실로 주문하시는 경우 퇴근 등으로 당일 배송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오후 늦게라도 상품수령이 가능한 주소를 입력해주시면 더 원활한 당일배송이 가능합니다’라고 안내한다. 

 

사무실은 오후 6시 이후 배송이 불가하니, 오후 3시까지 당일배송으로 주문하더라도 당일 배송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퇴근시간 이후 배송불가’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다음날에는 도착해야 한다. 

 

기자는 11월 1일 오후 1시 38분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제국의 위안부’ 두 권을 예스24에서 주문했다. 둘 다 당일배송으로 안내된 책이다. 구간(舊刊) 서적인 경우 가끔 당일배송이 아닌 ‘2일 뒤 출고’로 안내되는 경우도 있다. 예스24 물류센터에 재고가 없을 경우 출판사에 요청해 재고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주문한 책 두 권 모두 ‘준비수량’에 ‘1’이라는 숫자가 안내됐다. 예스24 물류센터에 책이 있다는 뜻이다.

 

11월 1일 주문한 책들은 모두 재고가 확보돼 있었다. 사진=예스24 홈페이지


위 주문은 둘 다 당일배송 서적이었으므로 11월 1일 오후 3시 6분에 ‘파주TR’에서 ‘집하’, 오후 3시 30분에 ‘간선상차’로 안내됐다. ‘집하’는 물류센터에서 출고됐음을, ‘간선상차’는 물류센터에서 떠나는 차에 실었다는 뜻이다. 

 

경험상 사무실은 당일배송이 되지 않으므로 다음날인 11월 2일 올 것을 기대하고 주문했다. 저녁약속이 없는 날이라 주문한 책을 읽어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책은 배송되지 않았다. 하루가 더 지난 11월 3일 ‘오늘은 오겠지’라고 기대했으나 책은 오지 않았다. 

 

11월 3일이 금요일이었으므로 주말이 지나간 뒤인 11월 6일 월요일 오전에 책이 배송됐다. 주문한 지 무려 5일 만에 받은 것이다. ‘총알배송’이라는 홍보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운송장에는 집하 후 이틀 뒤인 11월 3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배달완료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5일 뒤인 11월 6일 월요일 배송이 완료됐다. 사진=예스24 홈페이지


해당 주문의 ‘배송조회’를 보면 배송은 11월 3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완료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말이 지난 뒤 월요일에 배송됐다. 사무실은 오후 6시 이후 배송이 되지 않는다고 안내했으므로 저녁 8시 30분에 ‘배달완료’ 됐다는 것은 실제와 다르다. 배송업체가 임의로 ‘배달완료’로 입력한 뒤 업무일 기준 반나절 뒤에 배달한 것이다. 

 

# 집으로 당일배송 주문했는데도 다음날 도착

 

이를 계기로 ‘총알배송’이란 소비자와의 약속이 얼마나 잘 실현되는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사무실이 아닌 거주지를 배송처로 주문했다. 11월 8일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예스24에서 ‘제국의 변호사 박유하에게 묻다’와 알라딘에서 ‘대화를 위해서-제국의 위안부라는 물음을 펼치다’를 순차적으로 주문했다. 

 

예스24에서는 오후 4시 25분 간선상차가 이뤄졌다. 알라딘에서는 오후 4시 49분 집하가 이뤄졌다. 둘 다 당일배송 주문에 맞춰 출고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 가족이 밤 12시까지 배송을 기다렸으나, 두 책은 당일 배송이 이뤄지지 않았다. 

 

알라딘의 주문조회에서는 11월 8일 오후 11시 16분 배송이 이뤄진 것으로 나와 있지만, 배송업체는 11월 9일 오전 10시 17분에 오전 중 배송하겠다는 안내가 왔다. 두 화면의 운송장번호는 동일하다. 사진=알라딘 홈페이지 및 기자 카카오톡 화면


다음날 오전 10시 17분 알라딘의 배송업체 ‘SLX당일택배’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전일 배송지연으로 금일 12시 이전 사이 배송해드릴 예정입니다’라는 문구였다. 메시지 내용처럼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은 오전 12시경 배달이 이뤄졌다. 

 

예스24에서 주문한 책은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혹시 예스24도 오전에 배달될까 기대했으나, 실제 배송이 이뤄진 것은 오후 9시 25분이었다. 당일배송으로 주문했음에도 31시간이 지나서야 배송이 이뤄졌다. 총알배송을 믿고 주문한 소비자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배송업체 사정에 따라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까지 감안해 당일배송 홍보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온라인서점 간 경쟁 때문에 어느 한 업체가 먼저 당일배송 시간을 오후 3시보다 앞당기거나 당일배송 서비스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는 당일배송을 내세우면서 조금 늦어지면 사과하거나 고객의 양해를 기다리는 식이다.

 

당일배송의 이런 문제에 대해 예스24와 알라딘 측에 질의했다. 알라딘은 “당일배송은 잘 이뤄지고 있으며, 가끔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라는 입장이다. ‘당일배송 성공률은 얼마인가’라고 묻자 “95%”라고 답했다. 예스24는 “98%”라고 답했다.

 

# 당일배송 성공률 ‘95~98%’ 비결은 운송장 조작

 

기자는 십수년간 온라인서점을 이용한 고객으로서 경험적으로 당일배송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심을 갖고 실험을 했다. 이때도 당일배송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온라인서점들이 당일배송 성공률을 높게 파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배송업체들이 운송내역을 사실과 다르게 입력하기 때문이다. 앞서 실험한 알라딘의 경우 실제 배달은 다음날 오전에 도착했지만, 알라딘 ‘주문조회’에서 확인해본 결과 주문한 당일 오후 11시 16분에 ‘배달완료’로 기록해 놓았다. 배송업체가 배달 전임에도 ‘배송완료’라고 입력해 놓고 구매자에게는 다음 날 오전에 배달한 것이다. 온라인서점에서는 당일배송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알라딘은 ‘SLX당일택배’에 배송을 맡기고 있는데, 상호명에서 보듯 ‘당일택배’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다. 당일배송 성공률이 높이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배송시간을 사실과 다르게 입력한 듯하다. 배송업체가 그렇게 하도록 지시한 것인지, 배송기사가 압박에 못 이겨 그렇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배송업체는 원청업체인 알라딘을 속인 셈이다.

 

예스24에서 주문한 경우는 한진택배, CJ대한통운 등 일반택배를 통해 배송됐다. 예스24에 당일배송에 대한 문제를 문의했더니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기자님 전화번호로 주문조회를 해 본 결과 모두 ‘익일배송’으로 주문했다”고 답했다. 취재 목적으로 전화했는데 홍보담당자는 기자의 개인정보인 사무실주소, 집주소, 그간의 주문내역을 모두 확인해본 것이다. 

 

예스24에서 주문 후에는 ‘당일배송’​과 ‘​익일배송’​​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예스24는 “​기자가 ‘​익일배송’​​으로 주문한 것”​이라고 얘기했다가 “​기자의 거주지는 당일배송 지역이 아니다”​는 모순된 답변을 들려줬다. 사진=예스24 홈페이지


기자는 ‘당일배송’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일배송’으로 주문했다. 주문 후에는 주문내역에서 ‘당일배송’ ‘익일배송’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이 또한 문제다). 주문 당시 화면캡처를 해놓진 않았다. 다음날 다시 예스24와 통화했더니 이번에는 “기자님 주소지는 ‘당일배송’ 지역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예스24 당일배송 안내문에는 서울 전 지역이 당일배송 지역으로 나와 있다. 

 

예스24는 여전히 서울 전 지역이 당일배송 가능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사진=예스24 홈페이지


예스24는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당일배송 가능지역을 조정한 듯 보인다. 그간 기자가 예스24에서 서적을 검색하면 대부분 ‘오늘 주문하면 당일배송’이라고 안내됐지만, 취재 차 전화하고 답변을 받은 뒤에는 검색한 모든 책이 ‘하루배송’으로 변경돼 있었다. 

 

취재가 시작되자 예스24는 기자의 주소지를 ‘당일배송’​ 지역에서 제외했다. 사진=예스24 모바일 홈페이지


예스24는 국내 1위 온라인서점답게 취재가 들어가자 꼬투리 잡힐 만한 내용을 급하게 없앴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5일 만에, 주말을 빼더라도 3일 만에 받은 것은 여전히 운송장에 나와 있다. 당일배송으로 주문했을 때, 당일배송은 어렵더라도 ‘익일배송’은 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되지 않은 것이다. 

 

배송업체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소비자는 예스24를 믿고 구매한다. 배송업체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당일배송’이라는 홍보문구를 유지하는 것도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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