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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그섬 타격 후폭풍에 유가·환율 비상, 정부 '20조 벚꽃 추경' 속도전

트럼프 "이란 하르그섬 군사시설 섬멸"…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원유 인프라 타격 경고

2026.03.14(Sat) 18:05:13

[비즈한국] 미국의 이란 하르그섬 타격으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물가와 내수까지 충격이 번질 수 있어 정부의 20조 원 안팎 ‘벚꽃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국의 이란 하르그섬 타격으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부산 연제구 1700원대의 한 주유소를 찾은 이용자가 주유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조금 전 나의 지시에 따라 미국 중부사령부가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가운데 하나를 감행했다”며 “이란 하르그섬 내 모든 군사적 목표물을 완전히 섬멸했다”고 밝혔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80~90%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이번 조치는 이란 정권을 겨냥한 고강도 압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격에서 석유 시설은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향후 향후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도의적 차원에서 석유 기반 시설은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누구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을 방해하려 한다면 이 결정을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이란군이 자국의 석유·에너지 인프라가 공격받을 경우 중동 내 미국 협력 석유기업들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와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하르그섬 타격 이전인 지난 13일 브렌트유 5월물은 전장보다 2.67%(2.68달러) 오른 배럴당 103.14달러,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3.11%(2.98달러) 상승한 배럴당 98.71달러에 거래를 마쳐 최근 3년간 최고치를 찍었다. 불안한 정세 속에 다음 주 국제유가 시장이 개장하면 한층 뛸 공산이 크다.

 

환율도 불안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1499원에 마감을 해 이미 1500원선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키우는 요인인 만큼, 유가 상승과 맞물릴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은 최근 다소 진정 조짐을 보이던 국내 석유류 물가에도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은 지난 10일 고점을 찍은 뒤 최고가격제 도입 등의 영향으로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하르그섬 사태의 충격은 이달 말부터 주유소 가격표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정세 불안이 경기 둔화 우려로 번지자 정부도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규모 추경 카드를 본격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벚꽃 추경’으로 불리는 이번 재정 투입 규모는 시장 예상치인 10조 원을 웃도는 20조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한 달 안에 추경안 편성 작업을 마무리한 뒤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하고 상반기 안에 예산 집행까지 마친다는 구상이다.

 

추경안에는 화물차와 대중교통 운수 종사자, 농어민을 대상으로 한 유가보조금 추가 지급 방안이 우선적으로 담길 가능성이 크다. 단순 현금 지원보다는 지역 상권 매출 보전과 소비 진작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도록 지역화폐를 활용한 선별 지원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상반기 공공요금(전기·가스) 동결, 농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한 할인 지원 확대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적자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조달해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업들의 법인세 예납액이 늘었고 성과급 지급 확대에 따른 소득세,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증권거래세 증가 등으로 약 15조 원 안팎의 초과 세수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 말 마무리되는 법인세 신고 결과를 토대로 최종 초과 세수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 상황 점검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최근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속·선제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초과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함으로써 국채·외환시장 등의 영향은 최소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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