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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단기금융업 인가 차일피일, 증권사 빅4 '고스톱' 전략 속내

미래에셋·KB·삼성 오너 리스크 등 어려움에 각개전투…NH만 '표정관리'

2018.01.05(Fri) 16:29:20

[비즈한국] 국내 대형 증권사 CEO(최고경영자)의 신년사에 공통 키워드로 ‘기업금융 강화’가 등장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그룹, KB증권을 비롯해 많은 증권사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기업금융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정부와 마찰이 생기며 증권사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진출 확대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육성 정책에 따라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이 자격 조건을 맞추는 등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 인가안은 한국투자증권만 유일하게 통과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두 배(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을 통해 자본을 저렴하게 조달하고, 이 자금으로 기업 대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단기금융업 시장에 진입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말 기준 1조 원가량 발행어음을 판매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한 나머지 증권사들은 각자가 처한 리스크를 줄이는 데 힘쓰거나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단기금융업 인가안 상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각 증권사들의 입장과 처신 방법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초대형 IB 진출에 사활을 건 증권사들의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이 2017년 10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래에셋대우는 당초 초대형 IB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사들이 기존의 IB부서를 통해 초대형 IB 준비를 해왔다면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별도의 초대형 IB TF팀을 꾸려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의 ‘오너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고, KB증권은 스스로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속적으로 덩치를 불리며 자기자본을 7조 3000억 원 이상 확충해 국내 최대 증권사가 됐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2월 15일 공시를 통해 공정위 조사 사실을 알렸고, 같은 날 오후 7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 제38조에 따라 인가를 받는 회사의 대주주가 공정위에 조사 또는 검사를 받고 있으면 사안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인가 심사가 보류된다. 미래에셋은 공정위 조사 때문에 단기금융업 진출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부터 미래에셋그룹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배구조상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 것.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무리하게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네이버와의 자사주 맞교환도 실제로 자기자본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장부상에서만 자기자본이 증가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은 “편법이 아닌 전략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불안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은 7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 자기자본을 더욱 확충할 전망이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8조 원을 넘어 초대형 IB의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하지만 단기금융업 인가조차 나지 않은 상태에서 덩치를 키웠다고 해서 IMA 업무 인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최근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다만 합병 전인 2015년 4월 현대증권에서 불법 자전거래로 영업정지 1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될 것임을 간파, 인가를 자진 철회했다는 추측이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사가 일부 영업정지 처벌을 받을 경우 제재가 끝나고 2년 후부터 신규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KB증권은 오는 7월에나 단기금융업 인가를 재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한 오너 리스크로 애초부터 초대형 IB나 단기금융업 인가에 사활을 걸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당국은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증권의 사실상의 대주주로 보고 있으며, 현재 재판으로 인해 단기금융업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어려움에 처한 증권사들과 달리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곳도 있다. 단기금융업 시장에 진출할 다음 타자로 손꼽히는 NH투자증권이다. 검찰이 최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청탁 혐의를 무혐의로 결론 내 대주주 리스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NH투자증권은 이번에 통과될 것으로 본다”며 “내부적으로도 인가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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