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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해외 가즈아~' 외치지만 수익성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

해외점포 184개나 되지만 진출 지역 편중에 영업 전략도 비슷하고 사고도 늘어

2018.01.18(Thu) 16:55:06

[비즈한국] 해외 진출에 나섰던 국내 은행들이 최근 영역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화 단계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임에도 진출 지역이 편중돼 있고, 현실적 제약이 많아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들의 해외사업 강화는 2018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건 ‘디지털 혁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 국내 주요 4대 은행장들은 1월 초 새해 목표 및 사업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디지털 체제 전환과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올해 시중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다. 그동안 이어져 온 단순 진출을 벗어나 영업망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시기는 다르지만 꾸준히 해외 진출을 시도해왔다. 지난해부터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현지 시장을 장악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한창이지만, 특정 지역 편중과 한국 업체들 위주 영업은 한계로 지적된다. 2016년 10월 신한베트남은행 동사이공 지점 개점식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신한은행


금융감독원과 금융권 통계를 종합하면, 국내 은행 11곳의 해외 점포는 2017년 상반기 기준 총 184개로 집계됐다. 지점이 75개로 가장 많았고 사무소 58개, 현지법인이 51개를 차지했다. 국내 4대 은행의 점포는 KEB하나은행(총 34개)이 가장 많고 우리은행(30개), 신한은행(29개), KB국민은행(13개) 순이다. 은행들의 해외점포는 2013년 말 152개에서 매년 증가세다.

 

점포수와 함께 순이익도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의 2017년 하반기 글로벌 순이익은 6043억 원, 성장률은 30~40%에 달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 증가한 2898억 원의 순이익을,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33% 늘어난 1782억 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40% 증가한 1353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해외 진출 성과만 떼어 놓고 보면 놀라운 성장세지만, 은행권에서는 단순히 ‘숫자’만 늘었다고 지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의 하반기 전체 순이익은 6조 1873억 원으로 해외 비중은 9%에 그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영업망 전략은 영역 확대뿐만 아니라 ‘내실’도 다지겠다는 의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방안은 현지 은행 등을 M&A(인수·합병) 하는 것이다. 해외 금융사를 인수하면 현지에 구축된 직원, 점포망, 고객 기반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어 현지화에 유리하다. 그동안 직접 진출로 현지 한국 기업이나 교민만을 대상으로 영업해온 점과 ‘사무소→지점→현지법인’ 순으로 해외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을 경우 실제 영업에 나서기까지 걸리는 비용과 시간이 많았던 단점도 해결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M&A가 거론된다. 1993년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호주 안주(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최근 총자산 33억 달러, 총고객수 90만 명으로 현지 1위 외국계 은행으로 올라섰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다른 매물이 나오면 추가로 M&A를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캄보디아 미얀마 홍콩 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이 늦었던 KB국민은행은 2조 원가량의 현금 여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의 지점들을 중심으로 현지화 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M&A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4대 은행은 공통적으로 증권·보험 같은 비은행 업종과도 결합해 시장을 넓혀갈 방침이다.

 

반면 은행들이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내걸지만, 수익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지와 달리 현실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A 은행 글로벌전략부 관계자는 “은행들이 겨냥한 해외 시장이 편중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해외사업은 실패해도 쉽게 접고 나올 수 없어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지점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 몰려 있다. 그 중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은행들 사이에서 ‘격전지’로 불린다. 이 지역의 총자산이익률(ROA)이 국내와 비교해 두 배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엔 해외 시장에 진출한 국내 은행 11곳 가운데 10곳이 지점과 사무소, 법인 등을 개설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아직까지 은행 5곳이 영업 중이지만 올해 다른 은행들도 영업망을 개설할 예정이다. 

 

앞서의 A 은행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과거 중국에 공들이던 은행들이 최근 옮겨온 무대”라며 “수익성을 찾아 몰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해외 은행 사업 특성상 국내 은행 가운데 한 은행이 선점하면 다른 은행이 현지에서 영업 확대가 어렵다. 동남아는 수익률이 높아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은행이 몰려들고 있어 경쟁이 국내보다 더 치열하다. 국내 시장이 포화단계에 이르고 경쟁이 심화돼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사실상 경쟁 무대만 옮겨온 셈”이라고 말했다.

 

영업 전략마저 비슷하다. 모바일과 핀테크를 활용한 영업이나 현지고객과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내놓는 은행들이 있지만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영업 전략은 현지 국내 기업이나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외에는 신용대출 등 소매금융에 집중돼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계 기업 대상 영업에 의존해온 건 사실”이라며 “세계적 경기회복으로 동남아 지역 금융시장이 안정 단계까지 왔더라도 일찌감치 영업망을 구축한 다른 국가 은행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제재를 받은 해외법인이 늘어난 점도 변수로 떠오른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14~2016년 시중은행 해외법인들의 제재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2017년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나 경영유의를 받은 사례는 총 14건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4대 은행 모두 제재를 받았으며 대부분 대출심사, 대출 사후관리 미흡, 수출입송금거래 관련 국제 수지 보고 오류 등 집중하고 있는 소매금융 영업과 관련해 조치를 받았다. 

 

앞서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시장 선점과 영역 확대에 집중하다 보니 현지 관리가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해외 금융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막기 위해 주의하고 있다. 해외사업에서 속도 조절과 함께 내실 다지기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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