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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는 완료, 4세는 나중에' 대림그룹 '역대급 쇄신안'과 경영 승계

일감 몰아주기 중단, 순환출자 정리 선언…사정기관 조여오자 선제적 대응 분석

2018.01.17(Wed) 17:25:39

[비즈한국] 대림그룹이 지난 14일 그간 우리나라 대기업이 내놓은 경영 쇄신안 중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혁신을 꾀한다고 발표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끊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재계에서는 대림산업이 초강도 쇄신안을 내놓은 배경과 향후 거취에 이목이 쓸리고 있다. 

 

쇄신안은 그간 지적되던 대림그룹의 문제를 모두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열사 간 거래를 단절해 일감 몰아주기 근원적 해소 △순환출자 완전해소로 지배구조 개선 △협력사 재무지원을 통한 상생협력, 세 가지 카테고리다.

 

대림그룹이 14일 그간 우리나라 대기업이 내놓은 경영 쇄신안 중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혁신을 꾀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대림산업 홈페이지


가장 강력한 쇄신 항목은 내부거래 단절이다. 대림은 2018년부터 신규 내부거래를 진행하지 않고, 기존 수의계약 거래를 경쟁입찰로 변경한다. 4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에이플러스디 지분도 정리한다.

 

대림그룹은 그간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순환출자를 선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쇄신안을 단행한다고 밝힌다. 대림그룹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쇄신안을 발표한 것”이라며 “그 밖의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대림 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대림그룹은 사정당국의 칼날이 턱밑까지 미친 상황이다. 경찰, 국세청, 검찰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대림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통 큰 쇄신안 발표로 그룹 이미지를 개선, 사정당국의 칼날에 선제 대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들이 하청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 11월 15일 대림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6년 9월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C&S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대림 측은 이를 정기세무조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시 조사를 벌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대형 자영업자나 개인의 조세 문제를 집중 조사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림코퍼레이션은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라 총수 일가의 조세포탈 혐의를 집중 파헤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는 서울지방국세청이 대림산업 본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해 600억 원가량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진다. 9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 사무실 등에 조사관을 보내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대림그룹의 부당한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혐의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11월에는 경찰이 하청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대림산업 임직원을 수사하며 대림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복수의 사정당국 입장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에서도 수년 전부터 대림그룹이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 하도급 업체와의 갈등으로 첩보가 추가적으로 쌓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와 국세청이 공통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곳은 ‘대림코퍼레이션’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진 대림그룹의 정점에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 주력사인 대림산업의 지분 21.7%를 보유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경영권 승계의 키 역할을 해왔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 자리를 물려받으며 그룹 장악력을 키웠다. 현재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이해욱 부회장으로, 지분 52.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림문화재단이 6.2%, 오라관광이 4.3%, 학교법인 대림학원이 3.2%,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이 0.6%, 이해욱 부회장의 동생 이해승 씨가 0.5% 지분을 갖고 있다. 

 

경영승계는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이뤄졌다. 2007년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89.8%를 갖고 있던 최대주주 이준용 명예회장의 지분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이해욱 부회장의 지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문제는 이준용 명예회장이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이 아니라 비상장사의 설립과 합병을 통해 증여세를 들이지 않고 경영권을 물려준 데서 불거졌다.​이해욱 부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로 올라서자, 이준용 명예회장은 보유하던 대림코퍼레이션 주식을 ‘통일과나눔’ 재단에 전량 기부했다. 경영권 이양이 완료되자 이 명예회장이 통 큰 기부를 한 셈이다. 

 

대림그룹은 비상장사인 대림H&L과 대림I&S를 설립하고 계열사 간 일감을 몰아줘 성장시킨 다음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경영 승계를 이뤄냈다.

 

2001년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H&L을 설립한다. 대림H&L은 그룹 내 해운중개 사업을 도맡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2008년 대림코퍼레이션에 흡수합병 된다. 그 결과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를 확보한다. 같은 방식으로 2015년 대림I&S가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병되며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지분율 52.3%)로 올라섰다.

 

대림그룹이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에이플러스디’는 오너 4세로의 경영권 승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해욱 부회장과 그의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던 에이플러스디는 2010년부터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며 논란이 됐다. 에이플러스디의 내부거래 매출은 2010년 8000만 원에서 2016년 11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번 쇄신안이 편법 승계 논란을 종식시킬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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