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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미국 기업 부채, 금융위기의 뇌관 될까

은행 대출 줄고 회사채 발행 늘어…위험 수준 아니지만 자금조달 어려움 생길 수도

2018.04.30(Mon) 09:44:36

[비즈한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부채’에 조바심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부채 문제가 ‘위기’를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을 많이 접했다면, 지금은 미국 기업들의 부채로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아마 최근 미국 국채 금리(10년)가 3.0%를 넘어서며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이 이런 위기의식을 부추긴 원인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15일 패닉에 빠진 뉴욕증권거래소 중개인들. 최근 미국의 기업 부채가 위기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일단 팩트부터 확인해보자. 아래의 그래프는 미국 기업(금융업 제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를 보여준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GDP의 15% 수준에 불과했지만, 1980년부터 시작된 금리 하락 속에 GDP의 30% 수준까지 상승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기업 부채(GDP 대비)와 회사채 금리 추이.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은 경기후퇴 국면이다. 자료=세인트루이스 연준


약 40년에 걸쳐 GDP 대비 미국 기업 부채는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이게 금융위기를 유발할 정도로 과도한 수준일까? 

 

당장 중국 기업들의 부채는 GDP의 120% 수준을 넘어선 상태이며, 한국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GDP의 100%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해보면 미국 기업의 부채 수준이 높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사실 미국의 부채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가계 부채였는데, 2008년 1분기 GDP의 100% 수준에서 2016년 말에는 80% 아래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물론 GDP 부채 비율이 낮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대대적으로 대출을 회수하고, 더 나아가 은행 대출이 혁신적인 기업들이 아닌 자산시장으로 집중될 때에는 경제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 역시 너무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그래프는 미국 은행의 대출 담당자의 대출 태도와 기업(및 상업용) 대출의 변화를 보여준다. 여기서 대출 태도란 은행권 대출 심사역 대상 설문을 집계한 것으로, 플러스를 기록하면 대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담당자들이 대출을 죄는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다. 반면 GDP 미국 기업 대출은 2016년을 고비로 오히려 감소하는 중이다.

 

미국 은행권의 기업 대출(GDP 대비)과 대출 태도 추이.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은 경기후퇴 국면이다. 자료=세인트루이스 연준


결국 미국 은행권의 대출 심사역들은 적극적인 대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돈을 빌려 쓰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의 ‘급작스러운’ 대출 회수로 기업이 연쇄적인 파산 위험을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의문을 느끼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부채가 늘어난다고 이야기했는데, 정작 대출이 줄어들고 있다면 어디서 돈이 나서 부채를 늘렸을까?

 

그 답은 바로 회사채 발행에 있다. 예전에는 기업 부채의 절반 이상이 대출로 구성되어 있지만, 2017년 말 전체 부채의 65%가 회사채를 통해 조달되었다. 이와 같이 회사채 발행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 기업의 부채 구성 변화(GDP 대비). 자료=세인트루이스 연준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규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 대출을 기피하는 대신 부동산담보대출(Mortgage)이나 혹은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비중을 높인 것이다. 물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이지만, 주주들의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 증자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늘어난 두 번째 이유는 만성적인 저금리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채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는 회사채의 인기가 높아진 것을 들 수 있다. 가장 단적인 예가 정크본드, 즉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 급락 현상이다. 최근 BB 등급 회사채의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단 2.24%에 불과한 상황이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의 혁신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이유는 회사채 시장의 유례없는 호황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혁신적인 기업들이 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고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혁신 기업이 등장하면서 경제 전체의 경쟁이 심화되고 또 생산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GDP 대비)과 BB 등급 회사채 가산금리 추이. 자료=세인트루이스 연준


다만 한 가지 걱정거리는 2008년처럼 회사채 시장이 갑자기 얼어붙는 경우, 회사채 발행규모가 많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아주 심각한 경영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만, 회사채의 경우 경기 여건이 악화될 경우 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상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미국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회사채 의존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 예상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일부 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위험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시장금리 급등을 전후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것도 이상과 같은 위험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원인이 인플레 및 경제성장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점, 더 나아가 최근 미국 회사채의 가산금리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만큼 연쇄적인 기업 파산 위험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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