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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CB 풋옵션 공포에 '주주 배정' 승부수…시장 반응은?

말 뒤집고 2500억 원 유상증자 발표 '주주들 냉담'…경영진 참여 낮아 향후 리스크 가능성도

2026.02.02(Mon) 10:50:38

[비즈한국]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추가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는 공언을 뒤집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시장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경영진의 발언 번복과 낮은 청약 참여율로 인해 시장의 신뢰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가 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루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배정 유상증자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서범석 루닛 대표는 2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루닛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상증자는 루닛의 재무구조 근본 개선을 위한 최적의 자금 조달 방식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그러면 앞으로 주가는 기업 펀더멘털에 맞게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1월 30일 발표한 2500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의 배경을 설명하고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마련됐다.

 

루닛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1715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루닛은 2024년 5월 글로벌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현 루닛 인터내셔널)’를 인수하기 위해 두 차례 CB를 발행한 바 있다. 서 대표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보면 풋옵션 리스크 때문에 주가가 눌려 있다는 인식이 있어 이를 해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루닛은 재무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유동자산은 656억 원에 불과해 자체적으로 CB 풋옵션 행사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밖에 없다. 1차 CB 풋옵션 행사기간은 오는 3월 4일부터, 2차 CB 풋옵션 행사기간은 4월 1일부터 시작된다. 루닛은 사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일부 풋옵션을 유도하고 전체 물량의 50%를 상환 또는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루닛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전일보다 1500원(3.73%) 하락한 3만 8700원에 거래 중이다. 1회차 CB 행사가격 5만 2846원과 2회차 행사가격 4만 7819원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채권자들이 주식 전환보다는 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루닛은 당초 800억~9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풋옵션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주주 대상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각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2024년 12월 루닛 임원이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의무 기준인 50억 원에서 단 7만 원이 부족한 49억 9993만 원에 주식을 매각하며 ‘꼼수 매각’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는 데다 지난해 유증이 없다고 거듭 밝히고도 결국 주주들에게 손을 내미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에 경영진이 일부 물량만 참여하겠다고 밝힌 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는 지난 2023년 11월 단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경영진이 대규모 대출을 받아 참여해 추가 참여가 만만치 않은 상황임을 설명했다. 박 상무는 “현재도 연이율 15% 수준의 대출금액만 300억 원 수준에 이른다”면서 “​신주인수권 매매를 통해 배정받은 물량의 15% 수준에서 청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주의 돈으로 회사의 재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어 향후 경영권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루닛의 최대주주 포함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7.58%다. 이들이 배정받은 물량의 15%만 인수하면 지분율은 14.4%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서범석 루닛 대표가 향후 성장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유상증자를 통해 주가가 하락하면서 조달금액이 당초 목표로 한 2500억 원에 미달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 후 발행가액 확정 시까지 주가가 추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풋옵션 리스크 해소를 위한 자금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현성 CFO는 “풋옵션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투자의사를 밝힌 기관이 있는 만큼 향후 3자 유상증자를 추진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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