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이주의 책] 천문학 새로 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우주를 깨우다'

30년간 수천 명이 매달린 100억 달러짜리 거대 프로젝트, 개발과정부터 성과, 의미까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2026.01.30(Fri) 11:00:51

[비즈한국] 기자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피스미스(pismis) 24 성단의 사진이 깔려 있다. 검푸른 밤하늘 아래 구름과 안개가 산봉우리를 휘두른 듯한 몽환적 풍경은 사실 수많은 별이 탄생하는 놀라운 현장을 담고 있다. 지구에서 약 5500광년 떨어진 전갈자리 방향의 가재 성운 중심부에 위치한 피스미스 24는 인류와 가장 가까이에서 별이 활발하게 태어나는 곳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덕분에 인류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별 탄생의 비밀과 항성의 진화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우주를 깨우다
리처드 파넥 지음, 강성주 옮김, 워터베어프레스
332쪽, 2만 2000원


​최근 출간된 ‘우주를 깨우다’​는 천문학의 ‘게임 체인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파란만장한 탄생 과정과 놀라운 성과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20년 이후 인류가 내놓은 최고의 과학적 성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선배’ 허블 우주망원경이 30여 년 동안 딥필드(deep field, 심우주)와 여러 은하, 초신성 등을 관측해 천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면, 제임스 웹은 그 지평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했다. 

 

제임스 웹은 ​가시광선과 자외선 영역을 보는 ​허블보다 거울이 더 크고 더 먼 우주(더 오래된 과거)를 볼 수 있는 적외선 망원경이다. 우주는 가속팽창을 하고,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더 빠르게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도플러 효과에 의해 천체의 빛은 적색이동을 일으켜 적외선 영역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가장 먼, 가장 오래된 우주를 보려면 반드시 적외선 망원경이 필요하다. ‘최초의 빛’을 찾고 우주의 기원을 밝힌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탄생한 것이 ​바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2017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제작 당시 모습. 18개 거울이 벌집 모양으로 펼쳐져 하나의 거대한 눈이 된다. 사진=NASA/Chris Gunn

 

물론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쉬울 리 없었다. 제임스 웹은 30년 동안 수천 명이 ​매달린 거대한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악몽’에 가까웠다. 처음 예산은 10억 달러였지만 점차 불어나 마지막에는 100억 달러(14조 원)​​에 달했다. 발사 예정일 역시 2007년에서 2014년으로, 다시 2018년으로, 2021년으로 미뤄졌다. 결국 제임스 웹이 우주로 날아간 날은 2021년이 겨우 6일 남은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망원경을 제작하는 것도 불가능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6.5미터짜리 거대한 거울을 로켓에 실을 수 없어 18개의 육각형 조각으로 나눈 뒤 우주에서 펼쳐 하나로 맞추는 놀라운 아이디어가 실현됐다. 또 극저온에서 작동해야 하는 적외선 망원경의 자체 열을 제거하기 위해 테니스 코트 크기의 다섯 겹 차양막을 만들어 우주에 펼쳤다.

 

그 과정에 정치적 압력, 예산 삭감, 기술적 실패가 끼어 들었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우주로 날아간 제임스 웹은 인류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할 만하다. 

 

제임스 웹이 촬영한 창조의 기둥(왼쪽)과 피스미스 24 성단. 수많은 별이 탄생하는 현장이다. 사진=NASA, ESA, CSA, STScI


2021년 12월 25일 아침,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제임스 웹의 발사를 지켜보았다. 로켓 발사는 성공. 하지만 344개 관문이 남았다. 하나라도 실패하면 거대 프로젝트는 물거품. 첫 번째 태양전지판 전개로 시작해, 가장 큰 고비는 차양막 전개였다. 107개의 해제 장치, 90개의 케이블, 400개의 도르래가 완벽하게 작동해야 했다. ​꼬박 일주일이 걸려 차양막이 펼쳐졌다. 며칠 뒤 주경과 부경도 펼쳐져 완벽한 벌집 모양을 만들었다. 제임스 웹이 드디어 눈을 떴다! 

 

마침내 1월 24일, 제임스 웹은 목적지인 라그랑주 L2 포인트에 도착했다. 지구에서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룬다. 그 덕분에 최소한의 연료로 궤도를 유지할 수 있​고, 지구 뒷편에서 태양과 지구의 밝은 자외선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두 달 뒤 나사는 제임스 웹이 찍은 테스트 이미지를 공개했다. 2MASS J17554042+6551277이라는 평범한 별 하나의 사진이었지만, 선명도가 거의 이론적 한계에 근접한 정도였다. 특히 놀라운 것은 그 배경이었다. 수많은 은하들이 별 주위에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제임스 웹은 테스트 단계에서 이미 허블이 찍은 딥필드에 버금가는 결과물을 보낸 것이다. 

 

이어 7월 12일 제임스 웹이 처음 찍은 SMACS 0723 은하단의 딥필드 이미지가 공개됐다. 허블조차 보지 못한 더 멀고 어두운, 더 오래전 은하가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모래 알갱이 하나만 한 하늘에 130억 년 전 초기 우주의 은하 수천 개가 담겨 있었다. 

 

제임스 웹은 더 크고 더 또렷한 눈으로 천문학의 역사를 바꿔쓰는 중이다.​ 이제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제임스 웹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처음 찍은 딥필드 이미지. 번진 것처럼 보이는 배경 은하들이 130억 년 전 초기 우주의 은하들이다. 사진=NASA, ESA, CSA, STScI


‘우주를 깨우다’는 제임스 웹의 위기와 도전의 순간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 순간에는 모두 ‘사람’이 있다. 허블이 발사되기도 전에 후속 망원경의 개발을 제안한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장 리카르도 지아코니, 나사(NASA)를 설득해 실제 프로젝트로 이끌어낸 워싱턴 카네기연구소 연구원 앨런 드레슬러, 태양 차폐막을 설계한 마이크 멘젤, 거대한 주경을 18개로 조각내 만든 뒤 제대로 작동하도록 테스트한 리 파인버그와 엔지니어들, 제임스 웹이 찍은 해왕성 고리를 고양이에게 보여준 나사의 하이디 해멀, 그리고 제임스 웹 데이터를 분석해 우주의 기원에 다가가는 수많은 천문자들.

 

저자 리처드 파넥은 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해 인류의 ‘새로운 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엇을 보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여기에 천문학자이자 유튜버 ‘항성’ 강성주의 번역과 해설이 더해져, 천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에는 제임스 웹이 찍은 주요 이미지도 컬러사진으로 수록됐다. 창조의 기둥, 우주의 절벽, 슈테판의 5중주, 우주의 모래시계, 목성과 해왕성의 고리 등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명하고 아름다운 은하와 태양계의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

 

​아, ​케플러, 허블, 찬드라 등 유명 과학자의 이름을 딴 다른 우주망원경과 달리 제임스 웹은 나사 제2대 국장이었던 제임스 에드윈 웹의 이름을 딴 것이다. 웹은 아폴로 미션 등 우주 경쟁 전성기에 나사를 이끌었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핫클릭]

· [사이언스] '호킹의 꿈' 빅뱅 직후 원시 블랙홀을 찾아서
· [사이언스] 쌍성도 아니고 삼체라니! 지구 위협하는 태양계 너머 별
· [이주의 책] '우주먼지'의 알쓸신천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 [사이언스] 우주 팽창률을 둘러싼 천문학 대논쟁 ②
· [사이언스] 우주 팽창률을 둘러싼 천문학 대논쟁 ①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