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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2026년에 엄마 손 잡고 맞선? '합숙맞선'에 끌리는 이유

구시대적 '꼰대 감성'과 현실적 '결혼 조건' 사이, 비난하면서도 눈 못 떼

2026.01.30(Fri) 16:30:50

[비즈한국] ‘합숙맞선’이 최종 선택을 앞뒀다. 1월 29일 5화에선 최종 선택을 앞두고도 어지로운 마음들과 선택은 했으나 현실적인 문제 앞에 괴로워하는 마음들이 교차 중이다. 그러나 최종화만 남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궁금한 건 누가 누구와 이어지는가가 아니다. 엄마와 자식이 함께하는 합숙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도대체 왜 지금 시대에 먹히느냐 하는 ‘이유’다. 연애, 결혼, 출산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부담으로 인식되는 시대 아닌가 말이다. 

 

오직 결혼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연하는 엄마와 자식. 그러나 자식이 끌리는 이성과 엄마가 탐내는 이성은 번번이 엇갈린다. 사진=SBS 제공


SBS 예능 ‘자식 방생 프로젝트-합숙맞선(합숙맞선)’은 결혼하고 싶은 싱글 남녀와 그들의 어머니가 5박 6일간 합숙하며 짝을 찾는다는, 도무지 지금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퇴보적 설정을 들고 나왔지만, 2049 시청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면서 ‘이색 연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같은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도 엄마와 자식이 등장하지만 엄마는 그저 화자 포지션으로 다 큰 아들의 일상을 ‘관찰’만 하는 식이었다면, ‘합숙맞선’은 결혼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두고 엄마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 다르다. 

 

이렇게 번듯한 내 자식,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내 자식. 엄마들은 자신의 자식 소개로 인해 자식들이 선택받지 못했나 자책하기도 하는 등 전형적인 엄마 모습으로 비친다. 사진=SBS 제공


‘합숙맞선’은 처음부터 다 큰 자식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등장하더니, 곳곳의 선택에서 엄마의 입김이 작용되는가 하면, 아예 엄마들의 선택으로 데이트가 결정되거나 엄마의 픽으로 예비 배우자의 디테일한 정보를 노골적으로 탐색하기도 한다. 아니, 전 국민이 툭하면 털리는 개인정보 유출엔 그렇게 부르르 화를 내면서, 단지 내 배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상대의 부모에게 연봉과 집안의 빚 유무를 털어놓는다고? 이게 진짜 리얼 공포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 공포가 그릇되거나 과장된 현실이 아니라는 점, 그 묘한 현실감이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동시에 끌리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사랑 앞에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선언을 숱한 드라마에서 보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결혼은 가족과의 결합’이라는 말도 숱하게 접하지 않나. 

 

엄마들 사이에서도 동상이몽은 이어진다. 결혼을 서두르는 엄마와 내 자식은 급할 것이 없다는 엄마가 대표적. 사진=SBS 제공


생각해보면 맞선이라는 방식 또한 올드하지만 무척이나 유서 깊은 결혼 방식이긴 하다. 미리 경제 수준, 학벌, 직업, 외모 등이 비슷한 수준의 남녀를 탐색해 매칭하는 데다 결혼을 전제로 하기에 성사율이 높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애용되었는데, 자유로운 연애가 대세가 된 요즘도 다양한 이름으로 변주하며 이어져왔다. 맞선 주선을 사업화한 ‘결정사(결혼정보회사)’가 대표적이고, 더욱 노골적이고 폐쇄적으로 축소화한 것이 여러 뉴스에도 소개됐던 ‘원베일리 단체 소개팅’ 같은 고급 아파트 거주민끼리의 만남이며, 방송으로 표출된 것이 ‘합숙맞선’인 셈이다.

 

보통의 연프는 데이트 선택이 개인 또는 랜덤 선택으로 이어지지만, ‘합숙맞선’에선 꽤나 높은 비중으로 엄마들의 선택이 좌우한다. 사진=SBS 제공


그래서 ‘합숙맞선’은 시대착오적인 구시대 감성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끈끈하게 남아 있는 ‘꼰대감성’을 자극하며 몰입을 자아낸다. 남녀의 스펙이 엄마들의 소개에 의해 밝혀진 직후, 순전히 남녀 출연자 엄마들의 선택을 보면 그 꼰대감성의 절정을 볼 수 있다. 좋은 학벌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 출연자가 가장 많은 엄마들의 선택을 받았고, 본인과 자매 모두 예체능을 전공해 부유한 집안 형편을 짐작케 한 가장 어린 여성 출연자가 남자 엄마들의 선택을 받은 것을 보라. 그런데 그 엄마들의 노골적인 선택이 마냥 거부할 수 없는 것이란 게 리얼 공포다. 

 

십수 년 활동으로 업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얼굴이 알려진 여성 출연자 조은나래. 그러나 여성 출연자 중 가장 많은 나이로 약자의 포지션에 놓인다. 사진=SBS 제공


4회에선 MC들마저 경악하게 만드는 발언이 나온다. 출중한 외모와 커리어를 갖췄지만 가장 나이가 많고 불안정한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일곱 살 연하 변호사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포지션이 된 여성 출연자의 에피소드 말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서라도 결혼이 시급한데 정작 결혼 준비는 그다지 갖춰지지 않은 여성에게 남성 출연자는 ‘가치 창출 면에서 내조가 나을지 모른다’는 말을 한다. 십수 년의 경력을 쌓아온 여성의 커리어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었는데, 정작 여성 출연자는 자신을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는 모습으로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말해 MC들과 시청자들을 동시에 놀라게 했다. 아, 물론 함께 보던 지인은 그럴 줄 알았다며 냉소적인 멘트를 날리긴 했다. “나이도 들어가니 ‘취집’이 절실하겠지.” 이렇게, ‘합숙맞선’은 우리 안의 꼰대감성을 공공연하게 만들고 있다. 

 

연프는 출연자만큼이나 MC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수의 연프와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서장훈과 20대의 성인 자녀를 둔 이요원, 그리고 젊은 감성을 대표하는 김요한의 합이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사진=SBS 제공


물론 ‘합숙맞선’이 순항만 한 건 아니다. 방송 직후 여성 출연자 한 명이 상간녀 논란에 휩싸이며 중반부부터 통편집되는 모습으로 전형적 일반인 출연자 리스크를 보여줬다. 면접 전 설문조사와 심층 대면 면접, 출연 동의서에 각종 리스크 조항을 명문화하고 이를 위반 시 위약벌 책임까지 명시했음에도,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엄마와 함께 출연한다는 설정에도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이 충격적이긴 하다. 그럼에도 다음 시즌은 나올 것 같으니, 이게 무슨 요지경 세상인지.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게 경악스럽긴 한데, 막상 TV 앞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나도 경악스럽긴 마찬가지이니 그만 생각하기로 하자.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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