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가 세계유산 인접 개발사업을 두고 상반된 태도를 보이며 정부와 날을 세우고 있다. 종묘 인접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그동안 평가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최근 주택 공급 계획이 발표된 태릉CC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사업 조건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29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노원구 태릉CC 부지에 주택 68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태릉CC는 세계유산 태릉·강릉에 인접한 군 골프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8·4 부동산대책으로 개발이 추진됐다가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무산됐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국가유산청과 협조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마무리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2030년 착공할 계획이다. 일대 주택은 세계유산과의 조화를 고려해 중저층으로 구상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태릉CC 세계유산영향평가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태릉CC 사업대상지와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인 태릉·강릉의 문화유산법에 따른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유산 외곽 경계 100m 이내)을 대조한 결과, 사업대상지 중 약 13%가 중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세계유산지구에 일부라도 포함되거나 접하는 개발사업은 면적 비율과 관계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에 대한 서울시 태도는 세운4구역과는 상반된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지난해 3월과 11월 공식 서한을 통해 종묘 앞 재개발사업지(세운4구역)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요청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에 내용을 전달하며 조치 이행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한동안 응답하지 않다가 지난달 28일 정부와 지자체, 주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세계유산영향평가 수용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그간 세운4구역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했다. 세계유산법에 따르면 세계유산지구에서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설치·증설하는 사업을 하려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구 밖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도 세계유산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면 국가유산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종묘가 1995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이 일대는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서울시의 반대 이후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2월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했다. 세계유산인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대 19만 4090㎡를 세계유산지구로 묶었다. 세운4구역은 종묘 세계유산지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가유산청이 종묘 세계유산지구 안팎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 사업과 평가 기준 등을 구체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릉CC 개발사업과 관련한 서울시 비판 내용을 담은 기사를 게시하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똑같은 사안에 정반대의 입장”이라며 “종묘 앞 고층 개발은 되고, 태릉 옆 주택공급은 안 되나”라고 적었다. 그러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SNS에 “국가유산청은 보존지역과 뚝 떨어져 있는 세운지구 개발은 반대하면서, 명백히 세계유산 영향 범위에 있는 태릉CC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과 태릉CC 개발에 적용하는 잣대가 같다고 항변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일 SNS에 “종묘와 태릉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기준은 같다. 종묘 앞 고층 재개발도, 태릉 옆 주택공급도 유네스코에서 권고한 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라는 절차를 거쳐 합리적 조정안을 도출하자는 것”이라며 “다른 것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 의무에 대한 서울시와 국토부의 수용 자세다. 국토부는 태릉CC 개발사업을 발표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선행을 분명히 밝혔다”고 집었다.
한편 유네스코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유네스코는 향후 종묘 인근의 모든 개발사업이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에 근거가 되는 특징들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엄격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평가 결과 이러한 핵심 특징들에 잠재적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세계유산위원회는 해당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List of World Heritage in Danger)’에 등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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