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군산 유흥가 '방석집'이 국가 소유 땅에?

[비즈한국] 국가가 소유한 토지에 불법 유흥업소로 추정되는 건물이 발견돼 논란이 예상된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전라북도 군산시 중앙로3가 1XX-X를 비롯한 4필지는 국가 소유다(이 중 2필지는 일부 지분만 소유). 이곳에는 속칭 ‘방석집’으로 불리는 불법 유흥업소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고, 인근에도 방석집이 즐비하다.

중앙로3가 1XX-X 등에 위치한 건물은 차 아무개 씨 등 개인의 소유로 건물주와 토지주가 다르다. 국가가 해당 건물을 매입·매각한 기록은 없다. 건물주와 토지주가 다른 경우 통상 건물주가 토지주에게 일정 사용료를 지급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군산시 중앙로 골목 입구에는 군산시장 명의로 ‘청소년 통행 제한구역’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박형민 기자

지난 2일 ‘비즈한국’은 실제로 불법 유흥업소들이 운영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군산시를 찾았다. 중앙로3가는 군산고속버스터미널에서 도보 10분 거리다. 골목 입구에는 군산시장 명의로 ‘청소년 통행 제한구역’ 간판이 걸려 있었다.

기자가 중앙로3가를 찾은 시각은 오후 2시. 인근에 시장이 있음에도 기록적인 폭염 때문인지 지나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눈에 보이는 유흥업소는 많았지만 폐건물로 보이는 곳도 많았다. 일부 건물은 매매딱지가 붙어 있었다.

날이 어두워진 오후 8시께 다시 중앙로3가를 찾았다. 일부 방석집은 간판 불을 켜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중앙로3가 1XX-X 등의 방석집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아가씨들을 찾아왔냐”며 “맥주 4병에 2층에서 하는 2차까지 포함해 한 시간에 20만 원”이라고 성매매를 암시하는 말을 언급했다.

1XX-X 등에 위치한 방석집 운영 여부를 묻자 남성은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가게들이 성업했지만 한국GM, 현대중공업 등이 빠져나가면서 현재는 2~3곳 정도만 운영 중이다”며 “아가씨들이 많이 그만뒀고 휴가철이라 쉬는 곳도 있다. (중앙로3가 1XX-X 등에 있는 방석집) 운영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시장의 한 상인도 “한 5년 전부터 업소들이 하나둘 폐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2000년대에는 중앙로3가 1XX-X 등에 있는 유흥업소들도 성매매를 했지만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토지가 국가에 넘어간 시점은 1995~1997년으로 한때나마 국가 소유 토지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던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국가 소유 토지에 위치한 유흥업소들의 낮과 밤의 모습.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는 영업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형민 기자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해당 토지 관리청은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이다. 행정 개편에 따라 재정경제원이 사라진 지 올해로 20년이지만 4필지 중 3필지에 재정경제원이 관리한다고 적혀 있다. 나머지 1필지는 기획재정부로 정상 수정됐다.

국가 소유 토지에서 부적절한 유흥업소가 운영되는 데 대해 정부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소유 국유재산 관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는 제도나 법령 등 정책적인 부분을 맡고 있으며 실제 관리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자산관리공사 측은 “국유지 4건 모두 국유 등기 전에 개인 소유 건물이 존재했고, 건축물 대장이 존재하는 적법하게 등기된 건물”이라며 “불법 유흥업소 영업에 대해선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관계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유흥업소도 있고 문을 닫거나 휴업 상태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단독으로 성매매 등을 단속하기는 어렵고, 경찰이 단속해서 시에 처분을 요구해야 하지만 아직 경찰 단속에 적발돼 넘어온 곳은 없다”고 말했다.

군산=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