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골목의 전쟁] 기술은 언젠가 보호의 벽을 무너뜨린다

골목상권 보호, 전통시장 보호, 택시업계 보호, 그러나 언제까지?

2018.11.27(Tue) 17:57:53

[비즈한국] 골목 상권에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기업 자본이 골목상권을 침체시키는 원인이기에 대자본의 진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가치판단이 어떻든 이 보호는 지속되기가 어렵다.

 

현재 자영업과 소비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이커머스이며, 상가 투자 쪽의 최대 화두 또한 공간의 활용이다. 이커머스라는 기술의 변화가 소비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해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근간을 둔 자영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에 따라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간의 활용이 상가와 상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도 기존에 공간을 써오던 수요자들이 급격하게 감소해서 벌어진 일이다. 보호를 한다고 해서 과연 이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지난 10월 18일 전국 택시기사들이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고성준 기자

 

비슷한 주제로 전통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투입된 금액은 10년 동안 2조 원을 넘겼다. 이를 통해 낙후된 전통시장을 현대화하고 물리적 재단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전통시장은 부활할 조짐을 쉬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대형 마트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그 논리를 따라 대형 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통시장을 보호하고자 시도했다. 물론 그 성과는 좋지 않다.

 

오랜 기간 금전적‧제도적 지원을 했음에도 전통시장의 부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제 전보다 더 많은 보호를 외친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유통기업들은 이익률의 하락과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라는 위기를 겪으며 사업의 구조 자체를 현재의 트렌드에 맞춰가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사람들은 마트를 전보다 덜 이용하는 쪽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대가 변했는데 마트의 영업을 규제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부활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트는 흐름에 맞게 배송으로 그 포지션을 바꾸고 있지만 시장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배달하지 못하는 영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의 변화가 보호를 밀어내는 순간이 온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자영업과 소비시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현재 택시업계와 카풀을 위시한 공유경제 쪽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이 문제도 앞의 얘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택시업계는 보호를 주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자 나선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고 또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으므로 그것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 기술은 보호받고 있던 시장의 지형을 통째로 뒤바꾸어 보호를 무력화하는 순간이 온다. 언제까지나 보호를 유지할 수는 없다.

 

현재 침체되어가는 자영업과 갈수록 흔들리는 전통시장을 가장 획기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은 인터넷을 제한하고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는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성하 기자가 쓴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는 원칙적으로 북한에서 존재할 수 없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인터넷과 인터넷 상거래의 제한과 금지는 보호를 달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나, 인간의 욕구는 어떻게든 우회로를 만들 것이기에 막을 수 없다. 또 이것이 시대착오적이고 몰상식한 보호의 방식임은 물론이다. 가장 효과적인 보호의 방식이 가장 시대착오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보호의 대상이 현재 시대의 흐름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영세하고 취약한 산업을 보호한다. 그러나 그 보호는 기술이 일으킨 변화가 시장의 룰을 바꾸기 전까지만 유지될 수 있다. 기술은 결국 보호의 벽을 무너뜨린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삼성바이오 후폭풍, 금감원 이어 금융위도 '책임론' 도마 위에
· [현장] 구직자·구인기업 모두 불만 '서울 청년 채용박람회'
· [골목의 전쟁] 대량생산시대에 '수제'가 넘쳐나는 이유
· [골목의 전쟁] 스티브 잡스가 '혁신가'가 아닌 까닭
· [골목의 전쟁] 한국에서 자영업이 쉽지 않은 까닭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