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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자격증 3개 따는 데 20분' 민간자격증 남발 실태

강의 안 듣고도 '합격' 전문성 필요한 분야도 검증 없어…취업에도 별 도움 안돼

2018.12.21(Fri) 11:45:11

[비즈한국]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2만 9791개다. ‘결혼상담사’, ‘출장세차마스터’, ‘두피모발정보관리사’ 등 별별 자격증이 넘쳐난다. 하지만 일부 민간자격증은 운영과정이 허술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3개 민간자격증 시험에 응시해보았다.

 

# 강의 안 듣고 시험 응시해도 바로 ‘합격’


서울에 위치한 A 평생교육원에서는 베이비시터, 가정관리사, 동화구연, 산후관리사, 정리정돈 자격증 등 5개 자격증을 7일 내 취득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자격증 취득과 관련해 상담을 요청하자 담당자는 “1개 자격증 취득 시에는 11만 원이지만 5개를 함께 취득할 경우 30만 원으로 할인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은 하루에 5시간씩 7일간 진행된다.

 

담당자는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방 등에서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우리 교육원을 많이 찾는다. 교육비와 교재비, 자격증시험 응시료 등을 모두 포함해 30만 원이면 매우 저렴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촉박하다면 5일 내로도 취득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베이비시터, 산후관리사 등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아기나 산모의 건강과 직결되는 직업임에도 자격 검증은 허술하다. 겨우 5일의 교육만으로 베이비시터, 산후관리사 및 그 외 다른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여성교육개발원의 베이비시터 자격증 발급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온라인으로 자격증을 발급하는 업체를 통하면 취득은 더욱 쉽다. 20여 개 민간자격증 취득 과정을 운영 중인 B 교육원. 홈페이지를 방문해 회원가입 후 아동폭력예방상담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등록했다. B 교육원은 회원가입 시 지정된 코드를 입력하면 수강료가 전액 무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업체 홍보를 하며 코드를 제공해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아동폭력예방상담사 과정은 총 24개 강의로 구성돼있다. 강의당 교육시간은 20분 내외. 8시간이면 온라인 강의를 모두 들을 수 있지만 강의를 듣지 않고도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아동폭력예방상담사 관련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자신감 하나만 장착한 채 시험에 응시했다. 시험 응시는 PC와 모바일에서 가능하다. 교육원이 자체적으로 출제한 25문제를 50분 내에 풀면 된다. 60점이 넘으면 합격이다. 

 

시험 시작 후 정확히 6분 45초 만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자격시험이라기에는 수준이 너무 낮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자격시험에도 응시했지만 이미지메이킹지도사는 6분 13초, 방과후지도사는 7분 3초 만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불과 20분 만에 예상치 못한 3개 자격을 취득하고 말았다. 

 

아동폭력예방상담사 검정시험에 출제된 문제. 사진=민간 자격증 발급업체 시험 내용 캡처

 

# 시험은 무료, 자격증은 유료…취업에 별 도움 안 돼

 

수강료, 시험 응시료는 무료지만 자격증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든다. B 교육원은 ‘자격증 발급비용은 8만 원이며 입금 후 7일 내에 수령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자격증 발급비용은 법적으로 지정된 금액이 없다. 민간업체에서 자율적으로 매기다 보니 몇천 원부터 몇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B 교육원 관계자는 “우리 교육원에서 발급하는 것은 정부 허가를 받은 민간자격증이다. 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자격증이기 때문에 취업 시 이력서에 기재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 교육원도 3개 강의까지 무료 수강이 가능하지만 자격증 발급 비용으로 8만 원을 받고 있다. C 교육원 관계자 역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자격증이라 효력이 있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부 직업군에서의 자격 검증도 매우 허술하다. 사진은 노인병원의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하다. 사진=임준선 기자

 

업체에서 말하는 ‘정부 허가 받은 민간자격증’,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자격증’이라는 말은 무엇일까. 민간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은 민간자격등록을 해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에 등록신청을 하면 각 주무부처에서 결격사유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없을 경우 등록증을 발급한다. 국민의 생명, 안전 등을 위협하는 등의 결격사유만 없다면 누구든 등록이 가능한 상황이다. 직능원 관계자는 “업체에서는 이 같은 등록 절차를 밟은 것을 마치 대단한 인증을 받은 것처럼 홍보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자격증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은 매년 1500여 건 이상 접수되는 상황이다. 상담 내용 중에는 취업·고소득 보장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 등이 상당수다. 업체에서 ‘효력이 있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하는 것과 달리 실제 민간자격증은 인정받기 어렵다. 한 방과후업체에 방과후교사 자격증이 있을 경우 우대가 되는지 문의한 결과 “큰 의미가 없다. 수업 과목과 관련된 전공지식이나 자격증, 경력 등을 고려해 채용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민간자격증의 허술한 관리는 꾸준히 지적되던 문제다. 직능원 관계자는 “민간자격이라는 것이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이다. 민간자격 등록제도를 도입했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목적일 뿐,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미등록업체, 금지 분야의 자격증 발급, 거짓·과장 광고 등은 자격기본법에 의거해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자격증 발급 과정이 허술한 부분 등은 주무부처에서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법 개정이 필요하고 현재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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