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밀덕텔링] 한국 독자 기술로 띄우는 유인 우주선 청사진 나왔다

누리호로 준궤도 비행 후 차세대 발사체로 이행… 사업 타당성 확보 논리 마련이 관건

2026.05.22(Fri) 08:56:06

[비즈한국] 대한민국이 최초의 독자 유인 우주선 임무에 도전하기 위한 기초 연구에 착수했다. 이미 성능이 검증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로 우주인을 준궤도에 쏘아 올린 뒤, 향후 개발될 차세대 발사체를 이용해 3인이 탑승할 수 있는 스페이스X ‘드래곤(Dragon)’급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청사진이다.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건국 이래 우주항공 분야 최대 성과가 되겠지만, 미국이 60여 년 전에 달성한 성과를 이제야 시작한다는 점에서 ‘비용 효율성’ 논란과 반대 여론을 설득할 사업 타당성 근거 마련은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5월 6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시스템공학회 학술대회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창원대학교 소속 서대반·이금오·김현준 연구원 및 교수는 ‘국내 발사체 기반 유인 수송 임무의 재진입 임무 설계’라는 제목으로 우리 독자 기술로 우주인을 쏘아 올리는 유인 우주선의 밑그림을 처음 공개했다.

 

한국형 유인 우주선 주요 설계요소. 사진=김민석 제공

 

이를 위한 첫 단계는 ‘누리호 활용 준궤도 비행 임무’다. 발사에 거듭 성공하며 신뢰성을 입증한 누리호에 2인승 시험용 우주선을 장착해 각종 실험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누리호 상단에 인공위성 대신 2톤급 우주선을 탑재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면, 우주선은 우주의 기준 고도인 카르만 라인 100km를 넘어 최대 203km까지 상승했다가 지구로 귀환한다. 비록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돌지는 않지만, 이 과정에서 승무원이 실제 우주 비행 시 겪게 되는 높은 중력가속도와 진공 상태, 대기권 재진입 시 발생하는 엄청난 마찰열을 우주선이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게 된다. 이는 향후 유인 우주선 개발을 위한 핵심 데이터로 활용된다.

 

이러한 준궤도 비행은 유인 우주 개발에 도전하는 국가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미국 역시 1961년 ‘머큐리-레드스톤 3호(Mercury-Redstone 3)’ 임무를 통해 유인 준궤도 비행을 먼저 검증한 뒤에야 지구 궤도를 도는 제미니(Gemini) 계획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다만 항우연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누리호에 2톤급 우주선을 싣고 200km 이상 상승할 경우, 승무원은 중력의 11배인 11G 이상에 달하는 극심한 가속도를 견뎌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탑재 연료량을 줄여 최고 고도를 낮추는 대신, 중력가속도를 7G 미만으로 억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우주선 자체의 기술적 난도도 높다. 발사 시 강력한 충격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는 구조 설계는 기본이다. 나아가 대기권 재진입 시 발생하는 섭씨 수천 도의 고열을 견디는 PICA(Phenolic Impregnated Carbon Ablator) 열방호재를 적용해야 한다. 전통적인 캡슐형 우주선이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낙하산을 펼치도록 제어하는 등 수많은 기술적 난관도 돌파해야 한다.

 

항우연은 준궤도 임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궤도 비행용 유인 우주선은 차세대 발사체에 탑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누리호보다 추력이 월등히 큰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하는 만큼, 스페이스X의 드래곤 우주선처럼 3인 이상의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고도 300km 이상으로 상승해 지구 궤도를 비행한 뒤 귀환하며,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착륙지는 지구 반대편인 호주 우메라(Woomera) 사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구상된 유인 우주선 개발 밑그림은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계획안’을 기반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5대 임무 중 ‘우주 수송 완성’은 단순한 발사체 성능 개량을 넘어 독자적인 유인 수송 능력 확보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이는 장기 비전으로, 아직 구체적인 예산이나 일정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만약 유인 우주선 개발이 본격화된다면 한국은 현재 유인 우주선을 운용 중인 미국·중국·러시아와 ‘가가니안(Gaganyaan)’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인도, 독자 개발을 타진 중인 유럽우주국(ESA)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 유인 우주선 보유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당장 유인 우주선으로 상업적 이익을 창출하기는 어렵겠지만, 대한민국의 우주·항공·방위산업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지표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60여 년 전에 넘은 산이라 해도 준궤도 우주 비행은 여전히 극도로 위험하고 난도가 높은 기술이다. 중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가가 져야 할 정치적·경제적 부담도 막대하다.

 

무엇보다 넘기 힘든 벽은 ‘사업 타당성’ 확보다. 우리가 스페이스X의 드래곤급 우주선을 개발한다 해도, 스페이스X는 이미 훨씬 압도적인 경제성을 갖춘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 상용화에 다가서고 있다.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등 민간 우주 기업들이 앞다퉈 우주 관광 상품을 내놓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후발 주자인 한국이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독자 유인 우주선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적 당위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웃 나라 일본 역시 ‘호프(HOPE)’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잠재적인 유인 우주선 개발을 오랫동안 타진했으나, 결국 천문학적인 비용과 불확실성 앞에서 독자 노선을 포기했다. 현재 일본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에 참여해 유인 월면차 ‘루나 크루저(Lunar Cruiser)’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고려할 때 조 단위 예산과 십수 년의 기간이 소요될 한국의 유인 우주선 계획이 순조롭게 예산 당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AI와 무인기가 득세하는 현대전에서도 유인 우주 임무의 필요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가 독자적인 국제우주정거장(ISS) 수송 능력 또는 우주인의 위성궤도 진입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유사시 국가 핵심 인공위성을 직접 수리·정비하고, 적국의 적대적 우주 작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우주 작전 자산’을 보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좁은 시야의 경제성을 넘어 국가 안보와 미래 우주 패권 경쟁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유인 우주 개발 미션의 정당성을 치밀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때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밀덕텔링] [단독] 한화에어로, 차세대 고고도 다목적 무인기 자체 설계 진행 중
· [밀덕텔링] [단독] ADD-한화에어로, 국내 최초 장수명 제트엔진 'KTF5500' 조립 완료
· [밀덕텔링] 북한 '자폭 드론병사', 과연 막을 수 있을까
· [밀덕텔링] '국산화 성공' 수리온 기어박스, 공격헬기에 적용할 수 있을까
· [밀덕텔링] [단독] KF-21 양산 1호기, 공개 22일 만에 첫 비행 성공
· [밀덕텔링] [단독] 현대로템, ‘대드론 방어 무인차량’ 국내 최초 공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