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본업 외 분야에서도 빛을 내는 두 전문가의 책이 나왔다. 정신과 의사이자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유명한 박종호, 법학과 교수이면서 화가·소설가로 활동하는 정연덕,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박종호는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불멸의 클래식’ 등 많은 클래식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20여 년 전 ‘풍월당’이라는 클래식 음악 브랜드를 만들어 전문 음반 매장과 강연, 출판 등 다방면으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왔다.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책 ‘클래식을 처음 듣는 당신에게’에 이어 최근 오페라 입문자를 위해 ‘오페라를 처음 보는 당신에게’를 냈다.
책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건설 현장에서 오페라 ‘팔리아치’의 아리아를 처음 들은 어느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무대에 올라 광대의 분칠을 해야 하는 오페라 주인공의 운명은 모래바람 속에서 힘겹게 일하던 남자의 삶에 겹쳐진다.
이처럼 ‘오페라를 처음 보는 당신에게’는 오페라의 방대한 역사나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오페라가 듣는 이에게 어떤 감정과 느낌을 안기는지를 말한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오페라 극장에 처음 간 줄리아 로버츠가 아리아를 듣고 전율하는 모습,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고윤정이 아리아와 그 속에 담긴 우리말 뜻을 한 구절씩 느끼며 감동하는 장면도 이와 비슷하다.
저자는 매년 유럽 전역의 오페라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직접 오페라를 듣는다. 벌써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일인데, 그렇게 직접 보고 듣고 익힌 생생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오페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 작품의 소재와 대본, 성악가의 성부, 실제 감상법과 시즌 페스티벌 등 오페라 입문자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에 쉽고 명확한 답을 들려준다.
두 번째 책 ‘창작 본능’은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정연덕이 펴냈다. 미술, 소설 창작을 병행하는 ‘예술하는 법학자’인 그는 AI 시대에도 인간이 여전히 창작의 주체로 남을 수 있는가를 묻고 답한다.
AI가 활용된 이후 ‘창작’은 더 이상 무에서 유를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없게 됐다. 창작의 문턱은 낮아졌고,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인간의 창작은 AI의 창작으로 대체되고 있다.
저자는 AI 시대의 창작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문장을 남기고 어떤 문장을 지울지, 어떤 장면을 앞에 두고 어떤 장면을 뒤로 미룰지, 어떤 감정을 강조하고 어떤 감정을 절제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판단 안에는 인간의 경험과 윤리, 맥락과 감정이 녹아 있다.
이처럼 AI를 활용한 창작물에서는 세상이 보호해야 할 인간 고유의 창작 요소가 있는가가 저작권 판단의 핵심이 된다. 작품 안에 인간의 감정과 선택의 흔적이 있는가, 그 흔적이 독자와 관객에게 도달하는가, 그리고 그 도달을 가능하게 한 결정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창작 본능’은 창작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창작과 표절(카피)의 경계는 무엇인지 등 저작권과 관련한 다양한 법적 논란과 결론을 다룬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과 AI의 공동 창작에 다다라, 공동 창작의 구조와 그 과정에서 짚어야 할 법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지브리 화풍 도용 등 AI 관련 논란에 대한 Q&A도 부록으로 담았다.
저자는 AI가 ‘새로운 도구이자 언어’라며 그 언어로 무엇을 말할지는 인간의 상상력과 경험에 달려 있다고 결론짓는다. 경쟁자가 아니라 새로운 파트너가 생긴 시대의 창작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깊은 의미를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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