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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일감 몰아주기' 걸리면 어떡해? 순진하기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위 의지 확고하지만 쉽지 않아…실효성 높이기 위해선 기준 제고해야

2019.05.02(Thu) 15:10:5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일감 몰아주기’란 일반적으로 오너 일가가 개인적으로 보유하는 회사에 계열사들이 집중적으로 거래를 몰아주는 것을 말한다. 오너 일가는 이를 통해 회사의 부를 이전받으나, 상속세, 증여세 등은 거의 납부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출범부터 재벌 개혁을 위한 대표적인 과제로 일감 몰아주기를 강조했다. 국정과제에 ‘재벌총수 전횡방지와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포함되었고, 과거부터 국내 재벌 지배구조에 비판적이었던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현 정부의 엄단 의지는 예사롭지 않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3월 기조강연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박은숙 기자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경쟁법 집행의 완급조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만큼은 예외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3월 기조강연에서 소수주주에 불과한 오너일가가 기업집단 전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고, 일감 몰아주기로 다른 기업·주주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A 그룹의 사옥 신축은 계열사인 A 건설이, 시스템 구축은 A 시스템이, 물류 업무는 A 로지스틱스 등이 담당하고 있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법에서는 금지된다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내부거래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려있기 때문이다.

 

어느 대기업의 자문 사건을 맡았을 때였다. 그 기업은 내부 회계 시스템 유지·보수 업무 업체를 경쟁 입찰로 선정하고 있었다. 선정되는 업체는 항상 내부 계열사였다. 이에 의문을 품자 IT 업무 담당자는 순진하다는 듯 말했다.

 

“경쟁 입찰을 하더라도 심사방법·절차에 포함되어 있는 정성평가로써 다른 그룹의 IT 계열사를 모두 던져버릴(탈락시킬​) 수 있다. S 사가 참여해도 마찬가지다. 경쟁 입찰 발주 초기에는 다른 그룹의 IT 계열사들이 참여하였으나 지금은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참여하지 않더라.”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부당한 지원행위 금지조항이 있다(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부당한 지원행위’란 다른 회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실질적인 역할이 없음에도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함으로써 그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다음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의 금지’ 조항이 있다(법 제23조의 2 제1항). 부당한 지원행위로 인한 ‘경쟁저해성’ ‘지원행위의 현저성’ 등이 발생했는지가 기준이다. 하지만 지원행위로 인해 기존의 경쟁사가 퇴출되었다거나(경쟁저해성), 시스템통합, 광고, 물류 등 지원행위가 빈번한 분야에서 정상가격보다 현저한 대가를 지급했음(지원행위의 현저성)을 입증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특수관계인(이른바 ‘총수’) 또는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규제하는 제도다. 2013년 도입됐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열린 일감몰아주기 극치, 친인척까지 챙겨주는 흥국생명 규탄 기자회견에 태광그룹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를 포함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쉽지 않다. 사진=고성준 기자

 

하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부당한 지원행위가 성립하려면 ‘부당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관련 판례는 부당성 여부 판단 시 공익적 목적, 소비자 이익, 사업경영상 또는 거래상의 필요성 내지 합리성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2001두2881 판결). 예를 들어 도산 시 야기될 사회·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선급금을 지급했다면 공익적 목적이 인정돼 부당성은 부인된다(2000두833 판결).

 

또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의 금지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법 제23조의 2 제2항). 즉,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사의 모든 자원을 관리하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 고도의 보안성이 요구되고, 따라서 계열사가 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점은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전산 업무를 IT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다.

 

이런 판례, 예외 조항을 종합하면 일감 몰아주기 단속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들도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지분매각을 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괜한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통행세 등과 같은 정당화 사유가 인정되기 어려운 노골적인 편법도 줄이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를 잡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관련 법 집행 기준을 보다 꼼꼼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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