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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절차대로, 꼼꼼히 따져라' 행정조사 잘 받는 법

조사공문 확보, 변호사 입회, 조사 내용 기록, 사본 확보…투명한 경영이 먼저

2019.02.27(Wed) 16:01:33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행정관청이 실시하는 조사를 받는 경우가 있다. ‘행정조사’는 법령상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체포·구속,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구별된다. 하지만 조사거부 또는 방해 시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행정조사에도 형사절차와 같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적용된다(대법원 2010두12347 등). 행정관청은 법령상 절차조항과 비례의 원칙 등을 준수하며 행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듯 현장조사를 잘 받는 방법이 있다. 행정조사 대표적인 사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예로, 그 대응방안을 살펴보자.

 

행정조사는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형사절차와 같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적용된다. 사진은 허익범 특별검사팀 수사관계자들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전 사무실(현 김정호 의원실) 압수수색 마친 후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공정위 현장조사는 조사공무원이 사업자의 사무실에 방문해 자신의 신분증과 조사공문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공정위 현장조사는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 담합에 연루된 사업자들 모두를 상대로 동시에 실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조사업체 입장에서는 불시에 현장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곤혹스럽다. 담당자가 퇴사한 경우라면 공정위 조사에 협조해야 하는지도 혼란스럽다.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면 담합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조사공무원과 담합 여부를 다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조사공무원이 임직원을 특정하여 이메일, 업무일지 등을 요구하거나, 직접 해당 임직원의 컴퓨터 등을 복사하는 등 매우 신속하게 현장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피조사업체는 주눅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황하지 말고 아래 조언을 참고하시라.

 

첫째, 조사관이 사무실에 당도하면 신분증, 명함을 확인한 뒤 조사공문을 확보해라. 조사공문은 사후에 조사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기 때문에 반드시 입수해야 한다. 조사공문의 내용 중 ‘조사기간’ ‘조사목적’ ‘조사대상’ ‘조사공무원’ 등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사목적이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음에도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된 조사가 진행될 경우 이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급습을 당할 경우 경영진이나 고문 변호사에게 곧바로 알려라. 특히 고문 변호사의 입회하에 현장조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조사업체는 아무래도 조사절차에 관한 지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조사 받는 상황에 압도되어 권리를 주장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제정한 조사절차 규칙도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본문).

 

셋째, 조사공무원이 열람한 자료나 조사공무원의 질문 및 이에 대한 답변 내용 등 모든 조치와 상황을 꼼꼼히 기록해라. 조사공무원의 현장조사는 법 위반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조사공무원의 질문은 공정위의 조사 방향, 범위 등을 추측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된다. 따라서 간단한 질문이라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서울 이촌로 대한의사협회 본부에 마련된 파업상황실을 찾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맨 오른쪽)이 의협 집단휴진과 관련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조사공무원이 요구하는 자료가 과다하다고 여겨질 때다. 이때 이를 전부 다 제공해야 할까? 과거에는 조사공무원이 내부 전산의 ID(아이디), 패스워드를 요구한 후 필요한 자료를 직접 내려 받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수원지방법원의 판결로 이 관행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수원지법은 ‘조사공무원이 부당한 단가결정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서류가 전산에 보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된 경우 그 자료에 대한 제출을 요구하여 이를 조사함은 몰라도 스스로 그 서류를 찾기 위하여 내부전산망에 대한 접근권한을 얻어 무제한으로 이를 열람할 권한까지는 부여되어 있지 아니하다’면서 공정위가 부과한 과태료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2008라609 결정, 확정).

 

최근 여러 현장조사에 입회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법원의 결정 때문인지 많은 사안에서 조사공무원은 직접 전산에서 접속하여 자료를 수색하기 보다는 피조사업체에게 담당자와 기간을 특정한 후 이메일, 보고문 등의 제출을 요구한다. 이때 피조사업체는 주기적으로 하드를 포맷하거나 전산에서 파일이 자동적으로 삭제되고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며 자료 제출을 최소화 한다. 앞으로 조사의 효율성과 개인정보 및 영업비밀 보호 간의 갈등관계가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조사공무원에게 어떠한 문서가 제출되었는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사본을 만들어 둬라. 피조사업체는 현장조사를 받고 나서야 담합 혐의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되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공정위에 제출한 문서는 사건의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해 나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상과 같이 공정위가 실시하는 현장조사의 내용과 대응방안을 간단히 살펴봤다. 날이 갈수록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현장조사를 완전히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장조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매뉴얼화 해둔다면, 실제 문제가 닥쳤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선제적으로 기업 운영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겠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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