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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리츠 해산, MBK '엑시트' 미궁에 빠지나

투자금 회수 어려워져 유동성 확보에 골머리…MBK "차입금 상환 차질 없다"

2019.05.22(Wed) 16:52:26

[비즈한국]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MBK)​의 투자금 회수가 난항에 빠졌다. 홈플러스 리츠인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4월 25일 열린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회사 해산을 결의했다고 10일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장의 리츠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리츠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받은 리츠 인가를 반납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는 다른 출구(Exit)​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리츠를 통한 차입금 반환,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유동화증권(ABS·Asset Backed Securities) 발행 등의 유동성 확보 시도가 관측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펀드 재매각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홈플러스 리츠가 해산키로 결의하면서,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사진=최준필 기자

 

리츠는 다수 투자자들의 자금을 부동산이나 부동산대출 관련 상품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다.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자본금을 모으는 대신 투자한 부동산의 임대료, 시세 차익, 부지개발 등에 따른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는 자사 점포를 리츠에 출자·매각함으로써 필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점포 소유권은 해당 리츠와 임대차 계약 체결 후 임대료 지불을 통해 유지한다. 

 

홈플러스의 경우 자사가 직접 소유한 전국 매장 81개 중 51개를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를 올 3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공모희망가는 4530~5000원으로 총 1조 5650억 원에서 1조 7274억 원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여기서 기관투자가의 투자 비중은 80%로 잡았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면서, 3월 리츠 상장을 철회했다. 공모금액이 조달 계획의 절반 수준인 8000억여 원에 그친 것. 해외 투자자들이 대규모 리츠 공모 물량에 익숙지 않았던 점 등이 흥행 실패 요인으로 거론됐다. 홈플러스는 리츠 규모를 조정해 재상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두 달도 안 돼 리츠를 해산했다. 

 

# ABS 발행·부동산매각 통한 유동성 확보 관측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는 난감한 상황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특성상 기업을 인수한 후 평균 3~5년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MBK의 경우 리츠 상장은 그 일환인 차입금 상환과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풀이되었다. 2015년 9월 MBK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 2000억여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였다. 차입금만 4조 원대에 이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액이 커 한 번에 매각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리츠는 엑시트를 위한 돌파구였다”​고 평가했다. 

 

MBK는 여타 방안을 강구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최근 칼론베스트제이차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 후, 일부 영업점의 임차보증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키로 했다. 임차보증금은 홈플러스가 건물주로부터 매장부지를 빌릴 때 맡기는 보증금으로 고정자산으로 분류되는데, 이를 주식·채권 같은 증권으로 전환해 현금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규모는 1000억 원으로 알려진다. 신용평가 결과에 따르면 업무수탁자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자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리츠 상장에 실패하면서 급한 대로 임차보증금을 유동자금으로 돌려 차입금부터 갚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금액을 2018년 2월 기준 2조 6821억 원의 부채상환에 사용할 시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70.2%에서 67.6%로 낮아질 수 있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면 매각이 용이해진다. 

 

시장에선 ​MBK가 ​​지난 2월 홈플러스아카데미를 매각한 것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인천 중구 무의동에 위치한 홈플러스아카데미. 사진=홈플러스 제공

 

시장에선 홈플러스아카데미 매각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인천 중구 무의동에 위치한 홈플러스아카데미는 임직원 교육을 위해 2011년 설립한 연수원이다. 홈플러스는 이 건물과 토지를 2월 27일 SK이노베이션에 1150억여 원을 받고 팔았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기존 홈플러스 대주주였던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의 직원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홈플러스가 MBK로 매각되면서 자체 교육보다 대관으로만 줄곧 사용됐다. 사용 목적이 기존과 달라지면서 매각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 “​엑시트 쉽지 않아, 딜라이브·HK저축은행 격”​ 

 

홈플러스에 투자한 펀드 만기는 2025년으로 여유롭지 않다. MBK가 앞으로 상환기간 등을 재조정하거나 부채 상환을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리파이낸싱(Refinancing)을 시행하며 여타 차입처를 찾거나, 다른 펀드에 재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전망은 좋지 못하다. 

 

앞서의 M&A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수록 MBK는 주요 펀드출자자(LP)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압박을 받는 것은 물론, 향후 펀드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면서도 “​홈플러스는 과거 MBK가 매각에 애를 먹었던 한솔그룹의 HK저축은행, 케이블방송사 딜라이브처럼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상황은 홈플러스 인수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강세로 오프라인 시장, 특히 대형마트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기준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백화점 등은 전년 동기 대비 2.3~2.9% 증가했지만 대형마트는 1.0% 감소했다. 2월의 경우 대형마트는 -13.7%로 오프라인 매장 중 가장 큰 폭의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삐에로쇼핑 등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이 등장했지만 이커머스 업체 등의 가파른 성장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노조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종성 홈플러스 일반노조위원장은 “MBK는 경영보다 매각을 목표로 하다 보니 자산 매각 등 제 살 깎아먹기 시도가 많다”며 “대주주로 있는 동안 지속가능 경영, 투자를 이어가길 바라며 장기적으론 이것이 가능한 대주주가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리츠 해산에 대해 MBK 측은 차입금 상환엔 차질이 없으며, 리츠 상장은 큰 금액을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였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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