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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그토록 기다렸던 김오키와 이스파한 슈

다양한 감정 투영할 수 있는 음악…신보 '스피릿선발대' 넋 놓고 쫓아가기

2019.07.16(Tue) 11:15:39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김오키 뮤직비디오 캡처


나는 너를 기다린다. 네가 오든 말든 내 삶에 별다른 변화는 없겠지만, 조금 기분이 좋고 말겠지만 그래도 기다린다. 기약할 수 없기에 손가락을 꼽을 수도 없지만 언젠간 오겠지, 막연하게 기다린다. 김오키의 신보와 손닿는 곳에 이스파한이 등장했다. 

 

김오키라는 이름은 몇 년 전에 들었다. 그리고 다시 몇 년 후 춤을 추다 김오키를 마주쳤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김오키의 연주를 처음으로 들었다. 겨울에. 김오키처럼 슬리퍼를 신고 갔다. 첫 곡을 듣고 크게 둥그러진 눈을 한 채 곱씹었다. 저 색소폰 연주를 반드시 꼭 다시 들어야겠다. 

 

이스파한은 장미정원으로 유명한 이란의 이스파한(Esfahan)에서 유래된 장미 품종 중 하나다. 그리고 프랑스의 유명한 양과자점인 ‘피에르에르메(Pierre Hermé)’의 대표 메뉴다. 장미, 리치, 라즈베리의 조합이 일품이라고 글과 사진으로만 접했다. 먹는 것을 먹을 수 없는 수단으로만 접하면 궁금증과 갈망이 점점 커져만 간다. 

 

김오키 (Kim Oki) - 코타르 증후군 (Cotard's Syndrome)

 

연주곡의 가장 큰 장점은 듣는 사람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그 노래 위에 휘갈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말한다, 해석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대중음악에는 가사가 있지 않은가. 언어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쓰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소통 수단 중 하나다. 

 

이렇고 이런 감정일 때 마티니를 마시는데 임창정이 자꾸 소주 한잔이라고 노래하면 어쩔 수 없이 소주가 생각난다. 소주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꾸 무지개(feat.스냅챗 필터)로 얼룩진 대학가 술집 뒷골목이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오키의 연주는 완벽한 운동장과 캔버스를 제공한다. 맘껏 뛰놀며 뒹굴어도, 휘갈겨도 된다. 기쁨, 슬픔, 고통, 분노, 애매함 모두 다. 감정을 투영하거나 실어 보낼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 김오키의 색소폰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김오키의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다면. 

 

김오키 (Kim Oki) - 이겨내는 것들 (Stuff to Overcome) (feat. 우원재 (Woo))

 

이스파한에 대한 궁금증이 과하게 커질 무렵 라뚜셩트(La Touchante)에서 이스파한 슈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냉큼 달려갔더니 품절이었고 며칠 뒤 다시 또 냉큼 달려갔다. 

 

라뚜셩트의 이스파한 슈. 사진=이덕 제공

 

둥그런 쿠키슈의 뚜껑을 동그랗게 똑 따서 안에는 무엇을 채웠을까? 쿠키슈 안에서는 새콤함과 상큼함이 타닥타다닥 작은 북을 두들기고 있다. 그 사이에서 은은하게 장미 향이 난다. 새콤한 라즈베리가 상큼한 리치의 손을 잡고 마중 나온다. 동글하고 몽글한 리치의 식감이 재미있다. 겹치는 식감과 향 없이 서로 앙상블을 이룬다. 

 

김오키 (Kim Oki) - 스피릿선발대 재해석 (Spirit Advance Unit Remix) / 앨범 전곡 듣기

 

김오키의 이번 앨범 제목은 ‘스피릿선발대’다. 김오키의 스피릿이 먼저 가 있겠다는 것이다. 우린 그저 김오키를 믿고, 김오키의 연주를 따라가면 된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면 긴 드레드 머리를 한 김오키가 익숙한 그 환한 미소를 짓고 평상 위에 앉아있겠지. 어쩌면 목적지가 없는 선발대여서 계속, 끊임없이 쫓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김오키의 연주를 듣다 깜짝 놀라 넋을 놓고 바라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때 김오키의 색소폰에선 내가 아는 색소폰 소리가 아닌 바람이 쉭쉭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색소폰의 키를 도도독도도독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김오키가 잠시 쉬는 시간이었는지, 장난이었는지 내 믿음처럼 그것 또한 연주였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지금 최고의 순간을 느끼고 있다는 감정만은 뚜렷했다.

 

그리고 그 연주는 음원 안에는 없다. 결국 김오키의 공연을 직접 보러 가는 수밖에. 이스파한 슈를 하나 먹고 가면 더 좋겠지? 이스파한의 장미가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김오키 또한 그만큼 아름다우니까.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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