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언더커버 미쓰홍’의 인기가 뜨겁다. 첫 회 시청률 3.5%로 시작해 지난 2월 22일 방영한 12회에는 10.1%를 찍었고, TV드라마와 비드라마 통합 부문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1990년대 세기말, 30대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박신혜)가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된 증권사에 말단 사원으로 위장취업해 벌어지는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 바로 지난해 연말 같은 시기를 다룬 ‘태풍상사’가 있었고, 언더커버물이란 소재도 익숙한 편이다. 그런데 왜 인기일까?
우선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코미디로 완급 조절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톤이 매력적이다. 홍금보가 첫 직장 회계법인에서 쫓겨난 사연 및 홍금보를 증권감독원으로 데려온 윤재범(김원해) 국장의 사연은 무겁다. 반면 산전수전 겪은 35세 여성이 스무 살 사원으로 잠입한다는 설정은 황당무계하다. 그러나 이 둘이 합쳐졌을 때 사연은 설정의 당위가 되어주고, 그 사이를 과장된 코미디로 윤활유를 쳐 오히려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사내맞선’에서 과장된 코미디를 갖고 놀던 박선호 PD의 공력이 돋보인다.
90년대를 소환하되 추억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야만의 시대’였던 그 시대에 ‘사이다’를 가하며 쾌감을 주는 점도 남다르다.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가 한민증권 고졸 말단 사원 홍장미가 되었을 때, 그에겐 홍장미란 인격이 배제되고 ‘미쓰홍’이란 명칭만 남는다. 그땐 그랬다. 고졸 여사원은 커피를 타고 도시락 주문 배달이나 하는 소모품 같은 존재로 치부됐다. 그러나 이미 남성들의 사회에서 독야청청 살아남은 전력의 홍금보는 차중일(임철수) 부장 같은 이가 무례한 소리를 뱉을 때 분노의 일격을 가할 줄 안다. 이 어찌 통쾌하지 않으랴.
무엇보다 ‘언더커버 미쓰홍’의 가장 큰 울림은 연대에서 나온다. 이 드라마는 분명 ‘언더커버 미쓰홍’이란 타이틀을 지닌 홍금보의 활약이 주된 스토리지만, 그 홍금보가 연대를 통해 얻는 성장의 과정을 함께하며 얻는 감정의 묘미가 크다. 증권감독원 감독관일 때의 홍금보는 서운대 경제학과 출신의 배운 여자요, ‘여의도 마녀’로 불릴 만큼 경제사범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커리어우먼이지만, 동료라곤 없다. 최초의 여성 감독관을 시기 질투하는 동료들의 소인배적 근성 탓일 수도 있지만, 홍금보 또한 남에게 여유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0세 홍장미가 되어 입주한 기숙사에서 홍금보는 연대하는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가정폭력에서 도망쳐 나온 한민증권 사장 비서 고복희(하윤경), 한민증권 강필범(이덕화) 회장의 딸임을 숨기고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강노라(최지수), 한민증권 지점 계약직이자 어린 딸을 키우는 미혼모 김미숙(강채영)을. 자신은 겪어본 적 없는 세상을 사는 여성들과 우정을 쌓으며 홍금보는 보다 넓어진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때론 측은지심이 중요하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는 것.
회장 외손자지만 홍금보를 돕는 알벗 오(조한결)나 한민증권을 위해 강명휘(최원영) 사장과 손잡았던 방진목(김도현) 과장, 고졸 사원 홍장미를 처음부터 존중한 이용기(장도하) 과장 같은 이와의 연대도 마찬가지. 처음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시한적 의기투합으로 보이지만,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또한 홍금보는 자신이 좇는 정의가 반대급부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드라마 기획의도 또한 ‘우리가 잊지 않는 공감, 희망, 연대에 관한 이야기’임을 천명한다. ‘언더커버 미쓰홍’의 인기는 어쩌면, ‘각자도생’만이 답이라고 외치는 현실에 염증이 난 사람들의 호응이 아닐까? 때때로 SNS에서 ‘인류애의 목격담’ 글에 뜨거운 호응이 있는 것처럼. 90년대라는 시대를 굳이 소환한 이유 또한 야만의 시대이면서도 IMF라는 위기에 온 국민이 나서 금을 모으던 정서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언제나 연기를 잘했지만 이번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약하는 박신혜를 비롯해 연기 구멍 없는 배우진의 탄탄함이 이 드라마를 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코믹과 드라마, 워맨스를 전천후로 책임지는 박신혜의 차원이 다른 연기 스펙트럼엔 칭찬에 칭찬을 더해도 모자라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봄날의 햇살’이던 하윤경 역시 박수를 보내게 되는 연기를 선보인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쳐 나와 횡령금을 도둑질하는 횡령범으로 거듭났으나 일말의 인간애를 잃지 않은 복합적인 인물을 유려하게 표현해 박신혜와 함께 페어 연기를 펼친다.
남자주인공 신정우 역의 고경표는 다소 경직된 캐릭터로 재미가 덜하지만, 그 틈을 메우는 아저씨 군단들이 있어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은 것도 ‘언더커버 미쓰홍’을 보는 재미. 특히 뺀질뺀질 혈압 오르게 하지만 결국 홍금보에게 시원하게 당하며 웃음을 안기는 빌런 포지션의 임철수와 홍콩영화 패러디 등 온몸 바쳐 웃음을 안기는 홍금보의 지지자 김원해가 없었다면 서운했을 정도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한민증권 일가의 숨겨둔 비자금을 털어 한민증권을 직원들의 손으로 되돌리려는 홍금보 일당의 반격을 진행 중으로, 3월 8일 종영 예정이다. 아직 드라마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달리기 시작하면 좋겠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정수진의 계정공유] 마냥 응원을 던지고픈 청춘들의 사랑 '파반느'
·
[정수진의 계정공유] '흑백요리사' 가고 허전해? '운명전쟁49'로 도파민 충전해!
·
[정수진의 계정공유] 설 연휴에 무슨 영화 볼래? 사극, 액션, 힐링 중 '골라골라'
·
[정수진의 계정공유] 2026년에 엄마 손 잡고 맞선? '합숙맞선'에 끌리는 이유
·
[정수진의 계정공유] '이 사랑 통역 되나요?' 홍자매의 언어부터 누가 통역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