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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별똥별은 알고 있다, 지구 생명 탄생의 비밀

이번 주 페르세우스 유성우 잘 보이는 시기…혜성에서 인간 DNA 구성 요소 발견

2019.08.12(Mon) 10:50:42

[비즈한국] 지난 주말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의 경계에 위치한 소백산 천문대를 방문했다. 이번 주 찾아오는 페르세우스 유성우, 바로 별똥별을 보기 위해서였다.  

 

소백산 천문대에서 구름 낀 하늘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나의 뒷모습. 낮 동안 보였던 맑은 하늘은 순식간에 구름으로 가려지는 바람에 정작 밤에는 제대로 유성우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지웅배 제공


어릴 때부터 별똥별이라는 말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별이 똥으로 별을 싼다니. 그 모습을 만화처럼 상상하다보면 어떻게 그런 귀여운 비유를 만들었는지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워낙 도시 불빛이 밤새도록 하늘을 밝게 비추고 또 날씨도 오락가락하다보니 순식간에 하늘에서 지나가고 사라지는 별똥별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비교적 밤하늘이 어두운 곳을 찾아가 오랫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면 운 좋게 밝은 섬광을 남기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별똥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별똥별이 지구로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지구는 가만히 있다고 생각하고 별똥별이 움직이는 주체라고 생각하는 언어적 표현이다. 별똥별은 우주를 떠다니던 크고 작은 부스러기가 지구로 곤두박질치면서 만드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별똥별은 우주 공간에 가만히 떠있는 부스러기를 향해 지구가 움직이면서 들이받으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우주정거장에서 포착한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모습. 지구 대기권 위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밝은 섬광을 낸 모습이 포착되었다. 사진=NASA

 

태양 주변에는 수금지화목토천해와 같은 꽤 덩치 큰 행성들뿐 아니라 훨씬 크기가 작은 소행성이나 혜성 등 다양한 소천체들이 아주 많이 궤도를 돌고 있다. 태양계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와 뜨거운 태양 빛을 많이 받을수록 차갑게 얼어있던 혜성이나 소행성 표면의 물질이 녹고 승화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래서 많은 혜성이나 소행성들은 궤도를 돌면서 자기가 지나온 궤적 뒤로 흔적을 남긴다. 마치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이 자기들이 걸어온 길 뒤로 빵가루를 남기는 모습과 비슷하다. 

 

혜성과 소행성 중에는 하필이면 그들이 태양 주변을 도는 궤도가 지구의 공전 궤도와 겹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말 재수가 없다면 재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대로 지구가 들이받아서 우리가 하루아침에 우주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지구와 혜성의 찐한 만남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우리의 불쌍한 공룡 선배님들은 그 영화 같은 일을 경험했지만….) 

 

대개는 혜성과 소행성이 우주 공간에 남긴 작은 부스러기들의 구름 속을 지구가 통과하는 방식으로 가벼운 만남이 자주 일어난다. 혜성이 지구 궤도 위에 남긴 부스러기 구름은 마치 지구의 공전 궤도 길목 중간중간에 설치된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같다. 다양한 혜성들이 지구 공전 궤도 위 특정한 지역에 궤도가 겹치는 곳마다 부스러기 톨게이트를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매년 특정한 시기가 되면 지구가 그 부스러기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 별똥별 샤워를 맞게 된다. 

 

즉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가만히 있는 지구로 별똥별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지구 공전 궤도의 길목에 자리한 부스러기들을 향해 지구가 돌진하는 것이다. 별똥별이 ‘쏟아진다’ ‘떨어진다’라는 말 대신 별똥별로 ‘들이받다’라는 말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매년 특정한 시기에 찾아오는 별똥별, 유성우마다 물병자리 유성우, 오리온자리 유성우처럼 고유의 별자리 이름이 함께 붙는 것은 매년 특정한 부스러기 구름을 지구가 통과할 때 지구에서 봤을 때 그 부스러기 구름이 쏟아지는 방향에 놓인 별자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번 한 주간 진행되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Comet Swift-Tuttle)이 남긴 먼지 부스러기 구름 속을 지구가 통과하면서 쏟아지는 유성우다. 매년 7월에서 8월 사이에 지구가 이 혜성의 부스러기 구름을 통과한다. 특히 8월 12일에서 13일을 전후로 유성우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극대기가 찾아온다. 이번 한 주가 바로 1년 중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가장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의 샤워를 가장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1][2]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궤도가 지구 공전 궤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지구는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를 통과한다. 이번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바로 이 순간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미지=Sky & Telescope Magazine

 

요즘은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 속을 지구가 통과할 때마다 우리는 하늘에서 쏟아질 별똥별을 기대하며 하늘을 바라보지만 옛날 사람들은 지구의 종말의 순간이라며 두려워하기도 했다. 다른 일반적인 행성처럼 간단한 규칙에 따라 그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웠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오는 혜성은 전쟁이 나거나 전염병이 창궐하는 불길한 징조를 의미했다. 

 

1910년 너무나 유명한 핼리 혜성(Halley comet)이 지구 근처 태양계 안쪽을 지나가던 당시에는 단순히 점성술사뿐 아니라 과학자들도 이런 혜성에 관한 두려움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 시절의 천문학자들은 혜성의 꼬리에서 새어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혜성이 어떤 화학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추정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핼리 혜성의 꼬리에서 독극물인 시안 성분이 검출되었다. 

 

곧 지구가 핼리 혜성이 남긴 가스 꼬리 속을 통과하면 우리 행성이 통째로 독극물 구름 속에 빠져들고 결국 모든 생명체가 다 죽게 된다는 두려움이 퍼졌다. 어떤 장사꾼들은 혜성 전용 방독면이나 비누, 알약을 만들어서 팔았다. 물론 핼리 혜성은 지구 근처를 지나갔고 아무 일 없었다. 그저 핼리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 구름을 지나가면서 매년 5월과 10월에 물병자리에타 유성우와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찾아올 뿐이다. 

 

1996년에도 혜성으로 인해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태양 가까이 지나간 꽤 큰 크기의 헤일-밥 혜성(Hale-Bopp comet)을 보면서 일부 종교의 신도들은 그 혜성이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외계인의 우주선이라는 낭설을 퍼뜨렸다. 심지어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 서른 명 정도의 신도들은 그 일을 실천에 옮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혜성은 막연하게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지구에서 시작된 첫 생명의 기원, 우주 생태계의 기원에 대한 힌트를 품은,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로 사랑받는다. 

 

지금으로부터 약 50억 년 전 어린 태양이 만들어지고 그 주변에 남아있던 잔해들이 반죽되어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들이 태어났다. 우리 지구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바로 이 시기에 크고 작은 암석들이 서로 부딪히고 합체하는 ‘돌’ 잔치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격렬한 돌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 갓 태어난 지구의 표면은 뜨겁게 녹아버렸다. 이 뜨거웠던 지구의 유년기를 마그마의 바다 시기라고 부른다. 이후 지구는 서서히 식어 둥근 암석 덩어리의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뜨겁고 격렬한 돌 잔치의 과정에서 물이나 얼음이 온전하게 남아있기 어렵다는 점이다. 

 

분명 오늘날의 지구는 표면의 70%가 넓은 바다로 채워져 있을 만큼 많은 물과 얼음이 존재한다. 이 액체 바다와 액체 호수, 지구에 고여 있는 물 덕분에 지구의 생명체가 싹틀 수 있었다. 따라서 어떻게 지구에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대체 어떻게 마그마의 바다였던 지구가 지금처럼 촉촉한 행성이 될 수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마그마의 바다와 이후의 지구 사이에 끊긴 고리(미싱 링크)를 채울 수 있어야만 한다. 

 

천문학자들은 그 끊긴 고리를 혜성이나 소행성이 채워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혜성은 태양계 외곽 먼 곳에서 아직도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의 재료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냉동 화석인 셈이다. 태양계가 갓 만들어지면서 복잡한 충돌과 궤도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태양계 외곽에 얼어있던 이 얼음 덩어리들이 어쩌다​ 태양계 안쪽으로 끌려들어와 어린 지구와 충돌했을 것이다. 바로 이때 혜성과 소행성이 품고 있던 많은 물이 지구에 보급되었을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추측한다. 

 

그렇다면 정말 혜성이 지구의 바다를 채워준 물 배달부였을까? 이 답을 찾기 위해 오래전부터 천문학자들은 많은 탐사선을 혜성 곁으로 보내 혜성의 성분을 파악해왔다. 혜성이 우주 공간에 흩뿌리는 별 먼지를 담아오겠다는 목표로 우주로 올라갔던 스타더스트(Stardust) 탐사선은 2004년과 2011년 와일드 혜성(Wild comet)과 템펠 혜성(Tempel comet) 곁을 약 200km 거리까지 접근했다. 그 곁을 지나면서 혜성이 궤적 뒤로 남기는 먼지 입자들을 쓸어 담았다. 흰 연기를 내뿜으면서 달리는 소독차 뒤를 아이들이 쫓아 달려가는 것처럼. 

 

와일드 혜성 곁을 날아가면서 혜성이 남기는 부스러기를 채집하는 스타더스트 탐사선. 이미지=NASA/JPL-Caltech

 

탐사선은 템펠 혜성에 접근하기 전인 2006년 1월 그때까지 쓸어담았던 와일드 혜성의 샘플을 품은 캡슐을 지구로 다시 돌려보냈다. 스타더스트 탐사선이 보낸 고마운 선물은 지구 대기권을 무사히 돌파하고 유타 사막에 착륙했다. 처음으로 혜성이 남긴 샘플을 직접 주워 담아서 그 성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천문학자들은 혜성이 남긴 먼지 꼬리 속에서 지구 생명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과 같은 중요한 유기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쩌면 정말 혜성에게 지구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비밀이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3][4][5]

 

유타 사막 위로 무사히 돌아온 스타더스트 탐사선의 캡슐. 이 안에 인류가 처음으로 채집한 혜성의 샘플이 담겨 있었다. 이미지=NASA/JSC


스타더스트 탐사선이 담아온 혜성이 남긴 먼지 에어로겔 입자. 이미지=NASA/JSC

 

유럽의 또 다른 천문학자들은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혜성 곁을 지나가거나 뒤를 쫓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혜성 위에 로봇을 착륙시켜서 더 긴 기간 혜성을 탐사하고 싶었다. 2004년 유럽우주기구(ESA)의 천문학자들은 로제타(Rosetta)라는 이름의 탐사선을 보냈다. 무려 10년을 날아간 로제타 탐사선은 목적지였던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Churyumov-Gerasiemnko comet)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2014년 11월 11일, 로제타는 10년 동안 싣고 갔던 김치냉장고만 한 크기의 착륙선 필레(Philae)를 혜성 표면 위로 떨구었다. 

 

2014년 11월 로제타 탐사선이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 표면 위로 필레 착륙선을 분리해 착륙시키는 모습. 착륙 후 필레 착륙선이 어떻게 혜성 위에서 탐사를 진행하는지 과정이 간단하게 담겨있다. 영상=ESA/ATG medialab

 

로제타 탐사선이 촬영한 사진 데이터를 모아 만든 영상이다. 실제 탐사선이 혜성 곁을 돌면서 바라봤을 모습을 재현했다. 탐사선의 입장에서 혜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영상=유럽우주기구(ESA)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모두가 기다렸던 바로 착륙 당일, 착륙선 필레에서 문제가 확인되었다. 혜성은 다른 행성과 달리 훨씬 크기가 작고 중력도 아주 약하다. 그래서 화성 착륙선처럼 바퀴를 달고 그 표면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방식으로는 착륙선을 만들 수 없다. 자칫하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로봇이 튕겨 날아가면 영원히 혜성을 떠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필레 착륙선은 작살을 혜성 표면에 꽂아서 바위에 달라붙은 따개비처럼 혜성 표면 한 자리에 고정한 채 탐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착륙하는 바로 그날, 필레의 작살 다리 중 하나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결국 필레 착륙선은 햇빛이 잘 드는 애초의 착륙 지점을 벗어나 두 번 튕겨져 쌩뚱맞은 곳에 처박혀버렸다. 다행히 혜성 밖으로 날아가버리지는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태양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언덕 아래 그림자 진 구석이었다. 배달 사고 직후 천문학자들은 부랴부랴 혜성 곁을 돌던 로제타 궤도선을 동원해 구석에 불쌍하게 박혀버린 필레의 위치를 찾아 헤맸다. 다행히 필레의 위치는 찾았지만, 그 사이 햇빛을 못 받아 충전하지 못한 필레는 신호가 끊겨버렸다.

 

2016년 9월 4일 로제타 궤도선은 구석에 불쌍한 모습으로 처박혀있던 필레 착륙선을 발견했다. 오른쪽 빨간 사각형 안에 어렴풋하게 거의 누워서 그림자 속에 박혀 있는 불쌍한 착륙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ESA/Rosetta/MPS for OSIRIS Team MPS/UPD/LAM/IAA/SSO/INTA/UPM/DASP/IDA

 

하지만 또 다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혜성은 우주 공간에 한 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태양 주변을 돈다. 혜성이 돌면서 필레가 처박혀 있던 곳에도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거의 반 년 만에 다시 착륙선에서 신호가 왔다. 천문학자들은 그간 탐사선이 꽁꽁 품고 있던 많은 관측 데이터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인류 역사상 처음 진행되었던 아찔한 혜성 표면에 로봇을 착륙시키는 도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6] 

 

그렇다면 정말 천문학자들은 혜성에서 그토록 찾고 싶었던 지구의 물의 기원을 확인했을까? 혜성에 얼어붙어 있는 물 얼음과 지구의 물을 비교하기 위해서 천문학자들은 각 천체의 물 속 수소와 산소 원자의 질량을 비교했다. 수소 산소라고 해서 다 같은 수소 산소가 아니다. 조금씩 더 무겁거나 가벼운 경우가 있다. 이런 녀석을 동위원소라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혜성에 얼어있는 물속의 동위원소 함량이 지구의 것과 비슷한지를 비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구의 물과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의 물은 성분이 동일하지 않았다.[7][8] 

 

지구와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을 포함한 다양한 태양계 천체들의 수소 동위원소 함량의 비율을 비교한 그래프. 가장 왼쪽에 있는 파란 지구와 가장 오른쪽에 있는 노란 추류모프-게라시멘코 67P 혜성의 데이터가 크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적어도 이 혜성의 물과 지구의 물이 화학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ESA/Rosetta/MPS for OSIRIS Team MPS/UPD/LAM/IAA/SSO/INTA/UPM/DASP/IDA


그동안 혜성에서 지구의 물 대부분이 기원하지 않았을까 기대했던 많은 천문학자들, 특히 로제타 미션을 이끌었던 천문학자들은 많이 실망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애초에 현재 지구의 모습을 만들어준 혜성들은 이미 오래전 지구와 충돌하면서 사라졌을 것이다. 당시 지구로 곤두박질치면서 지구의 바다를 채워주었던 혜성과 비슷한 혜성 가운데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녀석은 굉장히 적을 것이다. 이제 겨우 혜성 하나를 직접 착륙해 탐사했을 뿐이다. 또 다른 혜성에서는 정말 지구의 것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물이 얼어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우리 기대와 달리 혜성에서 지구의 물이 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동안 혜성에 많은 기대를 걸면서 상대적으로 외면했던 소행성이 더 유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제타 미션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발견을 하기도 했다. 필레 착륙선과 로제타 궤도선은 혜성에 얼어붙어 있는 글리신과 같은 복잡한 고분자를 발견했다. 글리신은 우리 몸 속 DNA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렇게 복잡한, 심지어 DNA의 재료가 되는 화학 성분이 이미 지구 바깥 먼 우주에 존재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9] 

 

태양 빛을 받으면서 혜성 표면의 얼어있는 얼음이 승화해 기체 제트로 분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양한 각도로 회전하면서 제트가 분출되는 방향이 계속 변화한다. 이미지=ESA/Rosetta/MPS for OSIRIS Team MPS/UPD/LAM/IAA/SSO/INTA/UPM/DASP/IDA

 

혜성에 이런 복잡한 형태의 화학 성분이 존재한다면, 오래전 지구와 혜성들이 충돌하면서 단순히 물 얼음뿐 아니라 이런 화학 성분 자체가 공급되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지구에서 처음 탄생한 생물은 혜성이 가지고 온 유기 물질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즉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저 먼 우주를 날아가고 있는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 별똥별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바로 그렇기에 매년 찾아오는 별똥별은 더욱 특별하다. 

 

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간절하게 빌어도 소용없다. 아쉽게도 매정한 부스러기 먼지 녀석들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겨를이 없다. 별똥별을 만드는 부스러기 조각들은 평균 초속 50~70km 정도의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 대기권을 가르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운 좋게 별똥별을 포착하고 재빨리 소원을 빈다 하더라도 ‘제 소원은…’ 정도의 첫 마디도 채 듣지 못한 채 곧바로 사라질 것이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보기 위해서는 하늘에서 찾기 쉬운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찾고 그 아래 페르세우스자리 쪽 하늘을 바라보면 된다. 페르세우자리 부근 방사점(radiant)을 중심으로 한 시간 동안 50~60개 정도의 별똥별이 떨어진다. 사진=Sky & Telescope Magazine


2012년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모습. 시간당 최대 120개를 넘는 유성우가 쏟아지면서 정말 아름다운 우주 쇼가 펼쳐졌다. 이번 여름에는 아쉽게도 그 절반 수준의 유성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달도 거의 보름달에 가까워서 밤하늘이 밝아지는 바람에 별똥별은 보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꼭 놓치지 말고 하늘을 바라보자. 긴 기다림 끝에는 행운이 따를 것이다. 사진=David Kingham

 

그러니 소원을 비는 대신 태초의 지구 모습을 상상하면서 별똥별을 기다려보자. 별똥별은 50억 년 전 갓 태어난 어린 지구의 하늘 위로도 떨어졌고 이번 주에도 떨어진다. 밤하늘에 크게 보이는 W 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 아래 페르세우스자리 부근을 유심히 바라보자. 어쩌면 먼 옛날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품고 날아온 별똥별이 이번 주에 다시 한 번 우리 머리 위를 지날지도 모른다.

 

[1] https://www.nasa.gov/pdf/677215main_Perseids2012.pdf[9] https://www.sciencemag.org/news/2016/09/rosetta-spacecraft-prepares-land-comet-solve-lingering-mysteries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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