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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유가 130달러 시대 오나

세계 원유 공급 20% 차질,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하 지연…단기 대응보다 시장의 본질 주목해야

2025.06.23(Mon) 15:18:40

[비즈한국]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70달러 후반대에서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초기에 시장은 의외로 침착했다.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 충돌이 본격화됐을 때도 유가는 일시적 반등에 그쳤고, 증시는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차원이 다르다. 유가가 증시에 본격적으로 부담이 되는 시점은 통상 90달러 이상이거나 전년 대비 50% 이상 상승한 경우인데, 지금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투자자들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란 의회는 미국의 자국 핵시설에 대한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현지시간 22일 의결했다. 사실상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해주는 해협으로, 걸프 산유국, 이란, 이라크의 주요 원유와 가스 수송로다. 폭이 좁고, 대부분의 항로가 이란 영해에 걸쳐 있어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봉쇄도 가능하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거쳐 가며, 아시아로 가는 것이 85%를 차지한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당 해역이 이란에 의해 봉쇄될 경우,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운송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전 세계 공급의 최소 7~10%에 해당하는 원유 수출이 제한될 경우 유가는 당장 배럴당 85달러까지도 돌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가 급등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급등하면 전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고유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에너지를 무기화하더라도, 판매처를 잃으면 이란도 재정과 보급망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더라도 장기간 봉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전쟁에 나서는 국가가 스스로 재원(에너지 판매)과 보급선을 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대방 유조선과 상선에 대한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이곳의 통항이 위협받았던 적이 있지만, 이란이 이를 전면 봉쇄한 적은 없다. 게다가 중국과 이라크, 카타르 등 이란의 ‘우방국’ 상당수가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어 이란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에 외교적 개입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란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세력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전쟁이 장기화되면 고유가가 고착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도 이번 사태를 중장기 흐름보다는 단기 변수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에서는 중동 리스크에 따른 방산주와 정유·화학주의 단기 급등이 나타났지만, 수급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전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지만 결론은 같다”며 “변동성은 단기에 그치며 결국 이전 수급 상황으로 회귀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또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극단에 배팅하는 것보다는 전쟁 직전까지도 경기 수요 둔화, OPEC 증산에 따른 과잉 위협이 커졌다는 점을 계속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유가가 실제로 90달러 선을 넘긴다면 원자재 ETF나 관련 종목군을 통한 단기 대응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뉴스에만 기대서 포지션을 확대하는 ‘단기 테마 추격 매수’는 피해야 한다. 변동성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가격은 이미 반영된 뒤의 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금리와 환율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판단해야 한다. 만약 유가 상승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의 금리 인하 일정을 지연시킨다면, 기술주 중심의 성장주에는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경기 방어적 성격이 강한 업종에 주목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면 원화는 다시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환율이 1400원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상승한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중동 전쟁 사례를 되짚어보면 전쟁 이슈는 단기적으로는 강한 충격을 주지만, 결국 시장은 실적과 경기 흐름이라는 본질적인 기준으로 돌아왔다.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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