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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립대병원 5곳 비정규직 파업, 노사 양측 주장 들어보니

노조 "열악한 근로조건, 환자에게도 악영향"…직접고용이냐 자회사고용이냐 놓고도 대립

2019.08.23(Fri) 17:03:31

[비즈한국] 지난 22일 서울대병원·강원대병원·​경북대병원·​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 5개 국립대병원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청소, 주차, 환자 급식, 경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 노동자는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을 주장한다. 하지만 병원 측은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고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어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오전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 정규직전환’을 주장하며 파업을 이어나갔다. 사진=김명선 기자


# 노조 “직접 고용 통해 근로조건 개선해야 환자가 안전”

 

23일 오전,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 지금 당장 실시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주변을 돌던 남순 씨(64)는 “노동 환경이 열악해서 살 수가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남 씨는 10년째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주사침에 찔리는 일은 일상이다. 하지만 병원을 위해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런데 파업을 하니까 병원 교수님이 ‘왜 여기서 파업을 하느냐’며 용역회사로 가라고 하더라. 그때의 상실감을 잊을 수가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느낀 ‘차별’에 설움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립대병원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14년간 청소일을 해온 이연순 민들레분회 부회장(61)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환경이 좋아지지 않으면 ‘환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은 “에이즈 바늘에 찔려 6년 동안 우울증약을 먹는 분(청소노동자)이 있다. 당시 병원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왔다고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여러 병실에 들어가 유령처럼 청소한다. 환자들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7월 정부는 비정규직의 증가를 고용불안과 차별 등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정규직 전환과 차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남 씨처럼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공립 기관에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므로 ‘1단계 전환 대상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근로자 5223명 중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된 근로자는 15명(0.29%)에 불과하다.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통해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도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1평 남짓한 휴게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진=이연순 부회장 제공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가 약속한 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통해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을 거둔 사건이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서울대병원에서는 1평 남짓한 휴게공간을 두 명의 청소노동자가 공유한다.

 

# 국립대병원, 예산 문제로 난색…자회사 설립 통한 고용 검토

 

병원 측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대상과 전환방식은 조직 성격과 규모·​​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 노사 협의,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결정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데, 최종 확정된 안은 없다”며 “병원 규모와 내부 조직, 그리고 (재정적인 부분의) 지속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다. 노사가 원만히 합의할 수 있도록 협의체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와 다르게 병원 측은 자회사 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양측의 교착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자회사 고용 방식과 직접 고용 방식, 두 가지를 놓고 다른 국립대병원들과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도 ​병원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회사 고용과 직접 고용으로 나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무성하다는 게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언이다.​

 

지난 22일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무기한파업에 돌입했다. 국립대병원과 비정규직 노동자 측의 교착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보건의료노조 홈페이지


국립대병원이 비정규직 직접 고용을 꺼리는 배경에는 기존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분 들 중 만 60세 이상이 45%다. 만 60세 정년이 법으로 보장돼 있는데 60세 이상인 분들이 정규직으로 새롭게 오면 기존 직원들이 오히려 차별받게 된다”며 “​또 기존 직원들은 공채시험을 거쳐 정규직이 됐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일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표했다.

 

예산 문제도 직접 고용을 가로막는 또 다른 이유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위원은 지난 6월 발간한 ‘문재인 정부 2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평가와 과제’에서 “정규직 전환 대책에 드는 예산 확보와 관련하여 로드맵에서는 2020년까지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중 20.5만 명을 전환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면서도, 그에 따른 필요예산 확보계획은 제출되지 않았다”며 “이는 전환 로드맵 자체가 실현되지 않거나 ‘무늬만 정규직’화로 귀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방식은 현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자회사는 본사보다 우선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앞서의 남 씨는 “자회사 고용은 또 다른 용역업체에 보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모두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이 아니고는 파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도 “국립대병원의 관리자들이 퇴직한 후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자회사 고용을 하더라도 복지 부분은 합의를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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