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가토 드 뮤지끄] 수트 입은 AOA와 평화로운 파베 드 베니스

보깅만의 독특한 동작과 분위기로 충격…데뷔 8년 차에 새로운 모습 증명

2019.09.17(Tue) 18:26:07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AOA는 수트를 갖춰입고 이때까지와는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유튜브 캡처

 

며칠 전, 추석을 앞두고 AOA가 추석 선물과도 같은 퍼포먼스를 우리 눈앞에 펼쳐놨다. 이 무대를 직접 연출한 지민의 젠틀한 인사, 강렬한 눈빛 그리고 의미심장한 랩으로 시작된다.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

 

AOA – 너나 해

 

이 무대에서 AOA는 셔츠와 재킷, 바지는 물론 베스트, 넥타이, 넥타이핀까지 갖춘 수트를 입고 있다. 여기엔 카메라와 시선과 펜대가 훑을 ‘몸매’가 없었다. 그동안 AOA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이었다. ‘너나 해’ 무대 일주일 전엔 이런 무대를 선보였었다. 

 

AOA – 짧은 치마

 

수트를 입자 몸매가 두드러지는 안무가 필요없었다. AOA는 담백한 안무를 춘다. 노래 중반 댄스브레이크가 찾아오자 뒤에서 다섯 명의 보깅댄서(HAEJUN, Beautia, 허준영, 김태현, 장원중)가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보깅(Voguing)은 1960년대 뉴욕 할렘의 게이, 트랜스젠더 클럽, 파티 문화에서 시작된 춤이다. 패션 잡지 보그(Vogue)의 모델들이 취하는 독특한 자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또 같은 기반을 가진 문화인 드랙(Drag)과도 연관이 깊다. 보깅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바로 마돈나의 ‘Vogue’였다. 

 

Madonna – Vogue

 

명절을 보내며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고 AOA의 충격적인 무대까지 접하니 내장과 기분이 잔뜩 들떠 버렸기에 뭔가 차분한 양과자가 먹고 싶어졌다. 자극이 적고 둥글둥글한 양과자. 명절을 앞두고 방앗간에 가서 떡을 사고 고깃집과 어물전에 찾아가는 심정으로 리치몬드에 간다.

 

리치몬드의 파베 드 베니스(Pave de Venice). 사진=이덕 제공

 

‘파베 드 베니스(Pave de Venice)’는 이러한 상황에 제격인 양과자다. 아몬드와 버터의 고소한 풍미에 표면을 두른 살구잼의 상큼함이 더해진다. 더할 나위 없이 둥글둥글 평화로운 느낌이기에 탁자에 둘러 앉은, 입맛이 각각 다른 식구들 모두가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리치몬드가 직접 추천한 강배전 한 커피와,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우유와, 좀 더 다채로운 향을 즐기고 싶다면 꽃이나 과일향이 첨가된 홍차와 즐기면 된다. 

 

보깅은 독특한 동작과 분위기, 매너가 가진 매력 덕분에 한국 대중음악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팔을 꺾어 손바닥이나 손등으로 얼굴을 감싸는 동작이라든가 팔을 길게 뻗어 요염하게 휘두르는 동작 등이 여러 노래의 안무에 골고루 녹아 있다. 특히 엄정화의 ‘Cum 2 Me’, 신화의 ‘This Love’, 에프엑스의 ‘4 Walls’는 보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다. 

 

에프엑스 – 4 Walls

 

한국에서 스트릿 댄스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깅은 하나의 장르로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다. 보깅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고, 대회가, 행사가, 파티가 있다. 실력과 스타일이 빼어난 안무가, 댄서들도 많은데 ‘너나 해’ 무대에서 3분 27초경 끄악 하며 입에서 파베 드 베니스가 튀어나갈 정도로 아크로바틱한 딥스(Dips: 보깅 기술 중 하나)를 선보이는 Beautia, 중앙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HAEJUN이 바로 그들 중 하나다. 

 

HAEJUN의 보깅 특강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깅.

 

Ayabambi

 

‘짧은 치마’의 성공 이후 AOA는 섹시 콘셉트를 꾸준히 이어왔다. 그리고 AOA는 ‘너나 해’ 무대를 통해 새로운 AOA을 증명했다. 온몸을 수트로 다 가렸음에도 엄청 멋있을 뿐만 아니라 뜨거운 반응까지 불러일으켰다. 어느덧 데뷔 8년 차를 맞이한 AOA의 미래가 기대되는 무대였다. 늘 그랬듯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토 드 뮤지끄] 가을에 맞는 '라이프 앤 타임' 그리고 립스
· [가토 드 뮤지끄] 28년 후 다시 온 김완선의 '삐에로'와 플럼코트 롤
· [가토 드 뮤지끄] 타이거 디스코와 함께 '우리 가요의 소리를 찾아서'
· [가토 드 뮤지끄] 여름이 가고 '도마'를 들을 때가 되었다
· [가토 드 뮤지끄] 'SES+핑클' 치스비치의 90년대 감성과 코코 나폴리탄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