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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목표 '3300만 원' 6일 만에 47배 돌파, '달빛천사'가 뭐길래

2003년 국내 소개된 만화영화, 90년대생 추억 자극한 '뉴트로'가 비결

2019.10.02(Wed) 18:36:59

[비즈한국] 15년 전 방영된 만화영화 ‘달빛천사’ 삽입곡(OST)을 국내 발매하기 위해 모집한 크라우드펀딩이 개시 6일 만에 모금액 15억 원(후원자 4만 2000명)을 돌파했다. 펀딩을 연 이용신 성우(올보이스)가 당초 내세운 목표액(3300만 원)의 47배 규모다.

 

펀딩 종료일까지 21일 남은 것에 미뤄 최종 후원자와 모금액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용신 성우의 ‘달빛천사’ 열풍이 뉴트로(newtro)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본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것처럼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따르면 2일 현재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 펀딩에 후원자 4만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사진=텀블벅 캡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따르면 2일 현재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 펀딩에 후원자 4만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모인 후원액만 약 15억 5000만 원. 이용신 성우는 9월 27일 자신이 설립한 성우 녹음 작업 중계 회사 ‘올보이스’를 통해 이 펀딩을 열었다. ‘달빛천사’에 삽입된 일본곡 5곡 중 ‘뉴퓨처(New Future)’, ‘마이셀프(MYSELF)’, ‘러브 크로니클(LOVE CHRONICLE)’ 등 세 곡을 리메이크해 국내 정식 발매하는 게 목표다. 최소 3만 3000원을 후원한 펀딩 참여자는 향후 국내 발매된 곡이 담긴 USB 앨범을 받게 된다.  

 

달빛천사는 일본 만화가 타네무라 아리나가 쓴 로맨스 판타지 만화다. 성대 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12살 소녀 ‘루나(성우 이용신 분)’가 자신의 혼을 가지러 온 사신 ‘타토(김장)’와 ‘멜로니(이자명)’의 도움으로 가수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그린다. 일본 출판사 ‘슈에이샤’의 월간 만화잡지 ‘리본’에 2002년 1월 처음 소개돼 2004년 6월까지 총 7권 연재됐다. 우리나라에는 서울문화사 순정만화 잡지 ‘밍크’에 2003년 7월부터 3년간 같은 권수로 소개됐다. 이듬해 만화영화 판권을 사들인 CJ ENM의 어린이 채널 ‘투니버스’는 이용신 성우 등을 기용하고 같은 해 4월부터 4개월간 달빛천사를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5월 이용신 성우는 이화여대 축제 무대에서 달빛천사 삽입곡 ‘뉴퓨처’와 ‘내 마음을 담아’ 등을 불렀다.

 

달빛천사 OST가 텔레비전 방영 15년 만에 국내 정식 발매 수순을 밟은 건 올 중순 열린 이용신 성우의 대학 축제 공연 때문이다. 이 성우는 5월 이화여대 축제 무대에서 달빛천사 삽입곡 ‘뉴퓨처’와 ‘내 마음을 담아’ 등을 불렀다. 이를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 등 SNS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팬들의 OST 국내 발매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용신 성우의 당시 공연 모습을 담은 상위 3개 유튜브 영상의 합산 조회 수는 현재(2일 기준) 184만 회다. 

 

비용이 문제였다. 달빛천사 엔딩곡 4곡은 모두 일본 노래로 리메이크 하려면 원작자로부터 저작권을 사야 한다. 올보이스는 일본 원곡의 커버 라이센스 비용(곡당 200만 원)과 MR제작 및 편곡, 가창, 믹싱, 마스터링, 음반 발매 등 달빛천사 삽입곡을 국내 발매 비용으로 3300만 원을 추산했다. 올보이스 측은 팬들 요청에 응답하고자 달빛천사 OST 국내 발매를 시도했지만 비용문제에 부딪혀 펀딩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작사·작곡가의 저작권 권리 대행을 맡은 소니ATV 뮤직퍼블리싱 한국지사 측은 “(달빛천사 삽입곡 중) 사용신청이 들어온 4곡에 대한 계약 절차가 진행중이다. 사용료는 밝힐수 없다”고 말했다.

 

달빛천사는 일본 만화가 타네무라 아리나가 쓴 로맨스 판타지 만화다. ​사진=유튜브 캡처


펀딩 시작 6일 만에 목표 금액의 47배를 모금한 주최 측은 적잖게 놀란 모습이다. 올보이스 측은 비즈한국에 “(달빛천사가) 문화현상처럼 돼가는 것 같아 기쁘고 또 놀랍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모금액을 어떻게 활용하냐다. 이용신 성우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일부 기부도 하고 나머지는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리워딩(보상) 제품 자체를 업그레이드 할 생각이다. 기존에 기획했던 음원 이외에 두 곡을 더 추가하고 굿즈(goods·기획 상품)도 더 제작하려고 준비중이다”고 전했다.

 

앞서 9월 30일 올보이스 측은 텀블벅을 통해 후원자에게 제공되는 펀딩 보상을 기존 USB 앨범에서 CD앨범, 키링과 사인엽서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터널스노우(ETERNAL SNOW)’, ‘스마일(SMILE)’ 등 펀딩 목표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엔딩곡의 리메이크를 추진하는 한편, 남은 이익금으로 올 12월 콘서트를 열 계획도 밝혔다.

 

펀딩 흥행으로 플랫폼 운영사와 결제사도 화색이다. 텀블벅 펀딩 모금자는 모금액의 5%를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3%를 결제(PG사) 수수료로 낸다. 텀블벅은 플랫폼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펀딩을 유치하게 됐다. 텀블벅 측은 비즈한국에 “후원금(자)이 모이는 속도나 규모가 역대 최대”라며 “지금까지 가장 컸던 펀딩 프로젝트 규모가 4억 5000만 원 정도인데 금액이나 후원자 수에서 어느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펀딩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상실감에 있다. 상업만화 상영 당시 문화의 소비주체로서 취향에 맞는 상품을 다양하게 향유해온 1990년대생이 지금은 대중문화산업의 주된 소비자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는 대중문화산업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10~20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화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중소 기획사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에 나섰다. 지금의 뉴트로 열풍이 그렇듯 이용신 성우가 부르는 달빛천사 삽입곡은 이런 수요와 공급을 매개하며 대박을 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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