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e스포츠 게임단 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SKT T1)이 소속 유명 프로게이머 이상혁 선수의 아이디 ‘페이커(Faker)’를 상표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게이머 개인이 아닌 팀이 소속 선수의 아이디에 대한 상표권을 소유하는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SKT T1은 4월 13일 페이커의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통상 상표 등록은 ‘출원-공고-등록’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상표 출원은 상표 등록을 원하는 출원인이 상표 등록을 위해 관련 서류를 제출한 이후 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를 말한다. 이후 특허청의 실체심사가 마무리되면 공고 절차를 거친다.

단, 상표 출원 후 심사과정에서 실체적인 상표 등록 요건을 만족하지 못 할 경우 심사관은 상표 등록을 위한 공고를 하지 않고 ‘거절’한다. 공고 이후에는 3개월간 이의 신청을 받는다. 이의 신청이 없을 경우 출원한 상표권의 등록 절차는 최종 마무리된다.

SKT T1이 신청한 ‘페이커’의 상품분류는 ‘16(종이·판지인쇄물), 35(광고업), 30(커피), 25(의류), 32(음료), 09(사진), 38(통신업), 24(직물), 41(교육업), 21(주방용품), 11(조명용), 28(장난감)류’다.​ 페이커 상표를 앞세운 다양한 브랜드 라이선싱 사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페이커 이상혁의 게임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경우 전 세계 월간 이용자가 1억 명을 웃돌 정도로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2022년까지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3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시장에서 페이커 이상혁은 최고의 선수로 손꼽힌다. 농구로 따지면 마이클 조던과 비교될 정도다. 2013년 데뷔한 페이커 이상혁은 결정적인 승부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8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페이커에 대한 상표 등록이 되지 않아 상표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지난 2019년 11월 이상혁과 무관한 사람이 03(세탁용 제제)류에 ​페이커 상표의 ​출원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렸다. 만약 상표 출원이 등록될 경우 세탁용 제제 관련 상표권은 해당 출원자에게 돌아간다.

다만 이상혁 개인이 아닌 소속 팀 SKT T1이 선수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아이디에 대한 상표권을 소유하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윤형근 아이피즈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상표 등록 과정에서 페이커 인지도의 당사자인 이상혁 선수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KT T1이 이상혁 선수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심사 과정에서 ​거절 지적 사유가 된다는 것. 이에 따라 SKT T1은 이상혁 선수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상표권 등록 동의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키의 경우 마이클 조던에게 ‘에어조던(Air Jordan)’이라는 상표를 사용하면서 매년 1097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SKT T1 관계자는 “페이커 상표 출원 배경과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상표 등록을 위한 조건으로 SKT T1이 이상혁 선수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도 확인이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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